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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May 06. 2024

하소연(1)

2024년 4월 월요일~수요일

벌써 햇수로 4년. 이혼 판결 1심도 나지 않았다. 

형사고소를 하기로 하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진술하러 목요일 저녁 6시 30분까지 가기로 했다. 


화요일 출근해서 수요일 퇴근 시간이 되었다. 

한숨이 계속 나오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겠고,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직장 동료가 차를 태워주었다. 

가는 길에 말을 꺼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어린 동료가 

마침 역까지 차를 태워준다고 했다. 

"사실, 내일 경찰서에 가. 

 형사고소 건으로 진술하러."

"고소 내용은 뭐예요?"

"아동복지법위반, 폭행, 협박."

"그동안 고생 많으셨겠네."

"그렇지."


"아, 경찰서 가려는데, 왜 이리 떨리는지.

 그래서, OO 한테라도 말했어. 

 정말, 원래 이런 얘기 정말 안 하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꺼내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선생님 어린 시절 얘기가 나랑 비슷한 게 있는 거 같아서

 그냥 꺼냈어요. 편안한 퇴근길에 미안해."


"살면서 참 경험하지 않는 것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목욕탕 가듯이 경찰서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 기관인 거잖아요."

"대학 시절에 저도 친구들하고 술 마시다가 말다툼이 커져서 

 경찰서에 간 적 있어요. 남자들 그런 일 종종 겪어요."

"그러고 보니 남동생도 그런 적 있었던 것 같아. 군대 가기 전에."


동료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마워."

"상담료 내요."

"얼마면 돼?"

역에 도착하여 나는 내렸고, 동료는 떠났다. 

 

'그래 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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