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
"엄마, <비밀의 수프> 읽어줘"(2024.5.21.)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밤에 잠들 때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와 나란히 누워 배 위에 손전등 켜놓고
그 빛에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가 고르는 책은
1권, 3권, 5권, 10권, 20권일 때도 있다.
아이 마음이다.
그날그날 읽고 싶은 책을 아이가 정한다.
아직 20권까지 읽어 준 적은 없다.
읽을 책 순서를 아이가 내게 정해준다.
내가 읽기 시작하면 아이는 금세 곯아떨어진다.
아이는 가만히 그림을 보며 듣고 있을 때도 있고
어쩔 땐 엄마는 읽어라 나는 딴짓한다
옆으로 돌아누워 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있고
레고 조립해 만든 자동차를 만지작거릴 때도 있고
그러다가 한 줄이라도 빼먹으면
"어, 거기 읽었어?" 귀신같이 알고 아이가 묻는다.
"아, 미안. 몰랐네" 하고 나는 다시 읽는다.
오늘은 한 권을 골랐다.
다 읽자 모자랐나 보다.
아이는 내 옆으로 바싹 붙는다.
"엄마, <비밀의 수프> 읽어줘."
"알았어."
"근데 <비밀의 수프>는 뭐가 재밌어?"
"수프 만드는 걸 상상하면 맛있어. 다음에 책에 나온 대로
만들자. 브로콜리랑 당근만 넣고."
"알았어. 내일모레 엄마 오니까 저녁에 만들어 먹자."
아이가 엄지척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