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한 방향으로의 현재

감정 알아차림<2022.6.6>(with 교육분석)

by 세만월

“아이와는 어때?”

“이번 주 토요일 아이와 KTX를 타고, 전철을 타고 OO동에 와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저녁 다시 KTX를 타고 양평에 갔어요. 그다음 날 오후 4시쯤 저는 서울로 왔고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아이도 좋아했고요.”


“아이는 어떻게 할 거야?”

“아이는 양평에서 초등학교까지 지내다가 서울로 중학교 때 왔으면 좋겠어요. 제 이혼 문제가 이번에 정리되고, 제 커리어도 상담 관련 일로 프리로 전환되면, 그래서 아이 초등학교 시기에는 가급적 제가 양평에서 시간을 더 보내는 쪽으로 하다가, 중학교 때 서울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그사이에 학군이 좋은 동네로 전세를 구해서 집을 마련해 놓으려고요. 지금 제가 지내는 곳도 교육적으로 좋아서 근처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는 어때? 아이를 봐주시는 게 힘드신 건지, 아니면 다른 부분에서 걱정이신 건지?”

“엄마는 아이의 교육 문제를 걱정하세요. 교육은 그래도 서울에서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저는 제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무턱대고 서울로 데리고 오면, 아이와 저랑 달랑 둘이 지내는데, 아이 정서상 너무 외롭고 적적해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양평에 더 자주 왔다 갔다 하더라도 아이가 미용실 이모, 고깃집 이모, 동네 친구들, 어린이집 친구들, 형아들, 누나들, 할머니, 할아버지 등등 정을 나누는 많은 이들과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 그건, OO(필자)이 생각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저 운전 배울 거예요. 이번 방학에 운전면허 따서 아이랑 강릉 바다에 단 둘이 드라이브 가고 싶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내년 7살까지 단 둘이 차 끌고 여러 곳에 막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거 아주 좋은 생각 같다. 아이가 엄마와의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게 해 주는 건 아주 중요하니까. 지금 시기는 지나가면 또 안 오니깐.”


학기는 거의 끝나 간다. 담주, 월요일 시험 1개, 금요일 시험 1개만 보면 끝이다. 이제 논문학기다. 4학기부터는 논문을 준비해야 한다. 3학기까지 무사히 마쳤다.


“개인적으로 이혼 과정에 있으면서, 또 여러 일을 겪으면서 무사히 3학기까지 끝낸 것도 정말 대단하다. 정말 잘한 거야.”

“그런데, 이혼 과정도 시간이 많이 지났고, 물론 아직 결과가 나려면 10월까지는 가 봐야 결과가 날 것 같지만요……, 수술받은 지도 이제 오래 지났고, 그렇게 걱정했던 개인상담 사례 슈퍼비전 받는 것도 어쨌든 받았고, 상담수련도 하고 있고, 통합치료센터 수련도 7월부터 하게 되면 사례를 채우는 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고……, 정말 논문이 제일 걱정이에요. 제 개인적인 일들이 그렇게 힘든 일인 건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한 일들이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논문 걱정만 되는 것 같아요.”


“남들에게는 이혼과 같은 일들은 큰 문제인데, 어떻게 보면 OO한테는 어떠한 문제보다도 ‘논문’이 큰 거 같아. 단순한 논문이 아니거든. 그래서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이혼 문제도 고민거리로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논문만 보고 있으니깐.”


“본인에게 논문은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 아주 중요한 관문 같은 개념인 거지. 나의 힘든 시기를 이겨 낸 상징적인 결과물인 거야. 남들과 논문을 대하는 의미가 달라서 더 걱정이 되는 건데, 예전과 달라. 예전의 힘든 상황에서 허우적대던 OO이가 아니야 더는.”


“이번 학기 기초통계 수업을 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게, ‘통계’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통계’보다는 통계를 통해 나오는 결과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교수님이 강조하시는데, 그 강조하는 문장을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듣다 보니깐, ‘아,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는 변인들을 잘 엄선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보고서 양식대로 내 연구 결과를 적어나가면 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어서 통계에 대한 걱정이 내려갔어요. 논문 걱정 중에 통계 부분에 대한 걱정도 많았거든요.”

“OO이가 기초통계 수업을 듣기 전에 이미 영어에 대한 부담, 상담에 대한 부담 등을 대면했고, 그 부분에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기초통계에 대해서도 수업을 통해서 금방 요지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거야. 맞아. 다들 통계 때문에 논문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통계는 프로그램이 다 해 주는 거야.”


“선생님, 근데, 오늘 교육 분석 직전까지도 논문 걱정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방금 기초통계 이야기를 하면서 논문 걱정이 싹 내려갔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그래서 상담이 매직이라고 하나 봐. 그런데, 내가 OO이의 히스토리를 다 알아서 그럴 거야. 오랜 시간 봐 왔고, OO이에게 ‘논문’은 어떠한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그럴 거야.”


맞다. 논문은 나에게 큰 의미이다. 논문을 마친다? 상담학과 전공생으로 논문을 마친다면, 정말로 못해 낼 게 없을 거다. 자신감 없던 부분도 많은 부분 사라질 것 같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서울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하자마자 깊은 우울증으로 휘청거리며 ‘와, 나란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를 매일같이 생각하며 허공에 떠돌아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수료로 마친다는 것이 내 인생에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아주 무력했던 시기였다. 한 번의 논문학기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상담학과 논문을 마치면, 나에게 남은 한 번의 기회를 다시 붙잡고 내가 쓰지 못했던 그 논문도 마치고 싶다. 내 인생의 허들을 넘는 셈일 것 같다.


나에게 ‘논문’을, 그냥 석사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절차로만의 의미로 보지 않고, 내 인생의 어떤 의미인지로 이해하는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그래도 신 아래 보호받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래도 인복이 있구나라는 문장으로 말해 버리기엔 가벼웠다. 현재는 교회를, 절을, 성당을 다니고 있지 않지만, 나를 바라봐 주는 신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논문을 마치고, 상담 자격증 필기시험도 보고, 수련도 단계를 따라 잘 밟아나가고, 아이와 초등학교 때까지 추억을 많이 쌓고……."

“와, 저는 현재 고민이 없네요. 좋은 일들만 가득하네요.”

“그렇지. 예전에는 대처방식이나 행동들이 OO이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방향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포지티브positive한 쪽으로 나아가고 있잖아. 그 방향이.”

“그렇네요. 그런데 어색해요. 뭔가 우울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고, 저에게 문제 되는 부분들에 더 집중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고 그래요.”

“명품 옷도 처음 입으면 어색해. 뭐라도 묻을까 봐 걱정되고. 하지만 우울한 생각도 걱정도 불안도 조금씩은 다 있어야 해. 어떤 것도 없어야 되는 감정은 없어. 불안과 걱정이 없다면, 두려움이 없다면 조심해서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자기를 보호할 줄 모르겠지. 어색한 감정이지만 점점 익숙해질 거야.”


이번 여름방학 운전면허를 취득해 대출을 받아 차 한 대를 뽑아 아이와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벌써부터 오픈카를 탄 것마냥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록, 메탈 음악을 틀고 아이와 신나게 달리고 싶다. 아이와 내가 좋은 추억을 많이 쌓는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하며, 나의 시간도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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