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I-1

아이와 나; <구급상자의 무지개. stg pon.>

by 세만월
아이 영상 제작. <구급상자의 무지개. stg pon.> 2024.9.23.

역시 아이는 내 뜻대로 안 되었다.

오늘 올린 시에 맞는 그림을 그려달랐더니

단번에 싫어, 한다.


오늘 학교 수업 시간

<하루> 교과서 활동 중에 그린

구급상자를 담임선생님이 칭찬해 준 모양이었다.

차에 타자마자

엄마, 나 이거 잘 그렸다고 칭찬받았다.

내가 미술을 잘한대.

아이는 좋았던 모양이다.


오늘 그림은 안 되겠구나.

그래, 그럼 네가 말한 영상 찍자. 이리 와 봐.

아이는 단번에 온다.


그러더니 나에게

엄마, 저 풍선을 흔들어 봐.

그리고 음악을 깔아 줘.

무슨 음악?

음... 아이는 고민을 한다.

클래식 틀어줄까?

엄마, 클래식이 뭐야?

음... 피아노 곡. 너 배우는 거.

응, 그거 틀어줘.

잠시만.

이거 어때? (베토벤의 <비창>을 들려줬다.)

아이 표정을 보아하니 (너무 무겁나?)

응, 너무 무거워.

그럼 이건?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틀었다.)

듣자마자,

아, 이건 어린이집에서 잠잘 때 틀어줬던 거야.

이건 안 돼. 졸려.

그럼 이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다장조 2악장 안단테>를 틀어줬다.)

응, 이거 틀어줘.


그럼 내가 신호 주면 엄마는 그 풍선 흔들어.

그런 다음에 음악을 틀어.

그리고 아이는 구급상자 그림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플로우(flow)를 타듯 음악을 타며

핸드폰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촬영에 집중했다.

촬영 중간 자기가 만든 레고 조립도 영상에 담았다.

, 한다.


한번 보고 엄마 올려.

그래, 한번 보자.


와 풍선 흔드는 게 무슨 기차 소리 같아.

너무 맘에 든다.

이제 올린다.

응, 올려.


엄마, 1년 뒤에 15만 되면 나한테 말해.

OO야, 근데 15만은 안 돼.

20개 아님 30개?

서로 웃었다.


나무 그림은 아쉽지만,

다음에 그리기로 하고,

영상으로 대신한다.


○○야, 근데 무지개를 좋아하나 보네.

응. 알록달록하고 예뻐서.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순간 당황했는데 그때 아이가)

거기다 올리는 거야?

응.

유리창으로 엄마가 쓰는 게 보였어, 한다.

솔직하고 빨리 크는 것도 같고.

아이는 보이는 대로 말했다.

귀엽기도 하고 미안도 하고 참 묘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