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

by 세만월

방과 후 집에 온 아이가

오자마자


엄마, 나 스크램블 먹을래 한다.

그래. 몇 개?

네 개. 내가 할래.

그래.


아이에게 계란 네 개와 프라이팬을 꺼내 주었다.

아이는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렀다.

계란을 깨 밥그릇에 담아 저었다.

팬에 붓고 젓가락으로 휘젓거렸다.


나는 아이가 완성한 스크램블을 접시에 담아 주었다.

아이는 그 위에 케첩을 뿌렸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야, 가방에서 꺼내서 엄마한테 보여줄 거 있어?

아니, 없어. 아니, 있다.

뭐?


케첩 벅벅 스크램블을 정신없이 먹다 말고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두 손을 턱밑에 받치고는


내 얼굴~


아이는 씩 웃었다.

간질거리는 말을 세상 싫어하는 아이가

저런 말도 할 줄 아네 싶어

놀랐고

반갑고

귀여웠다.


아이는 말해놓고 부끄러웠는지 한 번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래, ○○ 얼굴 잘 봤어.


내일 챙겨갈 건?

없어.

그래.


아이와 대화를 하고

3,40분쯤 지났다.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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