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

잘 자라 우리 아가

by 세만월

어제저녁

아이는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엄마 고래밥 게임하자.

그래.

엄마, 나 이거 먹는 동안 세팅해 줘.

그래.


아이는 고래밥 기억게임을 좋아한다.

고래밥 아래 그림을 뜯어서 모아둔다.

거의 100장 정도 된다.

아이는 내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럼, 한다.

응, 엄마가 먼저 해. 내 미끼.

참나. 알겠어. 에잇 다르네. 네 차례.


엄마 배가 불러서 손을 못 뻗겠어.

얼마나 먹은 거야? 근데 라면 하나는 먹잖아 원래.

이번엔 계란을 풀었잖아.

계란 한 개가 그렇게 다른가?

다르지.


그럼 손으로 가리켜. 엄마가 뒤집어줄게.


아이는 그것도 재밌겠다 생각했는지 바로 수긍했다.


엄마, 저거.

이거?

응.


이게 뭐야. 너무 웃겨. 얼마를 먹은 거야. 앞으로는 배가 부르면 멈춰. 안 그럼 황소개구리 얘기처럼 배 터질 것 같아.


아이는 막 웃는다.


확실히 배가 부른 지

아이가 그림을 뒤집는 속도가 평소와 다른 듯했다.


○○가 배가 부르긴 한가 봐. 속도가 느려졌어. 근데,

너무 개수가 많다. 우리 네 판 하다가는 잠 못 잘 거 같다.

엄마, 졸려.


갑자기 티브이에서 지니가 말을 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말해주세요.

음악을 틀어준다고 했다.


○○야, 우리 음악 얘기한 적 없는데.


아이는 시크하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졸려라는 음악이 있나 봐.


아이의 저 한 문장이 너무 재밌었다.

우리는 겨우 한 판을 끝냈고 바로 잘 준비를 했다.

Why 바다 책을 읽어 주다가

아이 배에 손을 얹고 마사지를 해 주었다.

소화되라고.


○○야, 어때? 그냥 등 두드려줄까?

아니, 느낌 좋아.

그래.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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