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탐구는 곧 치유의 길
선생님, 얼마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어요.
엊그제는 박사 동료들과 저희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요.
다들 정말 열심히 살아요. 상담도 정말 많이 하고요.
그런데, 저는 뭐랄까...
안 좋은 건 아녜요.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근데, 불안? 외롭다?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는데...
한 단어로 표현이 안 되네요. 지금 제 기분을...
○○이는 비주류야. 그러니까 외롭지.
다들 남으로 가는데, ○○이는 북으로 가려고 해.
다들 남으로 가니까, 나도 저기로 가야 하나 하고.
그런데 이미 ○○이는 북으로 자기가 갈 거라는 걸 알아.
확신도 있어. 그러면서도 불안한 거야.
불안보다 외롭다가 더 맞는 거 같아. 외롭지.
그런데 방향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는 걸 본인이 알잖아.
방향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면
다른 사람들과 같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99명이 가는 방법이 다 똑같아.
2급 따고 1급 따고 상담하고 상담소 차리고.
대구 부산 찍고 서울 가는데,
○○이는 대구 갔다가 부산으로 가고 싶지가 않은 거야.
○○이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몰라. 예측이 안 되지.
○○이는 비주류야. 아싸야.
아, 맞는 거 같아요.
선생님, 제가 몇 년 전에 길상사 얘기하면서
그때 거기에 상담소 차리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세요?
이거 말하면 선생님 또 웃으실 거 같은데...
판결 나기 3일 전인가, 갑자기
거기에다 연구소를 내자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스벅 앞에 앉아 있으면 항상 부동산이 보였었거든요.
그래, 서류 정리됨 그 부동산에 가보자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육분석 선생님은 역시나 ○○이답다 하는 듯이 웃으셨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근데, 다음 학기때 논문 수업을 듣는데,
심리도구 측정하고 제작하는 건데,
그 수업 때 소논문 한 편은 쓸 수 있다는 거예요.
근데, 몰랐는데 타당도 조사할 수 있는 척도를 정하고,
그것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척도 하나를 더 정해서,
같이 통계 돌리고 서론까지 쓴다고 하는데,
석사 때 제가 **척도 들고 가서
지도교수님께 이걸로 쓰고 싶다고 하니깐
1년 더 다닐 거냐면서 안 된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는 거예요.
아, 그걸로 양적연구 쓰면서 질적연구도 같이 진행하면
너무 재미있겠다 신이 나는 거예요.
박사 빨리 마치고 공부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뭘 하고 싶어?
삶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싶어요.
그리고 내담자를 모집해서 깊이 있게 나누고
그것을 텍스트화화는 작업도 하고 싶어요. 제 공간에서요.
○○이는 인간을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해.
내가 여태까지 본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그래.
○○이는 자신을 상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
자기를 보고 싶은 욕구.
삶을 보려 해도 먼저는 그 안에 나라는 사람을 봐야 하니까.
그래서 교육분석을 이렇게 오래 받을 수 있는 거고.
지금은 ○○이는 뭐에 가장 반짝거리는 것 같아?
질적연구 수업을 듣는데 질문을 제가 많이 하더라고요.
복잡한 맥락을 파악해 텍스트화한다는 것도
앞으로도 방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연구하면서 가르치는 것도 하고 싶고,
내담자와 소통하며 텍스트화하는 작업도 하고 싶고.
제가 아이랑 화실에 다니잖아요.
점점 미술 작업이 좋더라고요.
화가님이 차차 준비해서 개인전도 열자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여러 화가분들 만나서 소통하면서
다양한 작업도 가능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고 있네.
아이가 ○○이한테 얼마나 축복이야.
아이랑 같이 ○○이도 다 하고 있는 것 같아.
맞아요. 제가 아이를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피아노를 칠 줄 아니까
성당 한 분이 반주하면 어울리겠다고
반주 연습해 놓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예전에 개척교회 다닐 때도 반주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아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
아이랑 시간 안 겹치게 해서 배우려고요.
○○이가 어릴 때 못 했던 것들을 지금 마음껏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러고 보면, 제가 지금 딱 제 아이 학년에 있는 것 같아요.
맞아. 그 말을 내가 하기가 그랬는데, 하면서 웃으셨다.
이렇게 무한대로 상상하고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어릴 때 그렇게 가둬놨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서 어릴 때 더 힘들었을 거야.
그 작업을 지금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아.
글로도 풀어내고,
미술 작업을 하면서도 풀어내고,
내담자에게도 배우면서 풀어내고,
연구로도 풀어내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연구한 것도 펴내고 해.
얼마나 잘하겠어.
그간 경험한 것들이 헛되지 않은 거야.
○○이 아이가 청소년기를 거칠 때까지
그 사이에 ○○이도 ○○이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랑 같이 거치면서 여러 방면에서 치유가 될 것 같아.
그다음엔 ○○이가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가 기대가 돼.
그런데, ○○이가 내 나이쯤 되었을 때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 지가 보여.
아, 그러세요?
매번 저에게 제가 어떻게 있을지 보인다고 하실 때
그때는 제가 잘 모르다가 1, 2년 지나고 나면
선생님이 해주신 말을 제가 그제서야 알겠다고 그러잖아요.
지금도 그런 느낌이긴 한데,
뭔가 외롭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은 이미 다 거치신 길이니까
이미 충분히 알고 계시는구나 느낌을 받으면서
제 말이 온전히 이해받는 느낌이랄까요.
나의 이런 생각이 나만 하는 생각이 아니구나,
나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니구나 하는.
그래서 제 직관을 믿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저를 믿어보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성북동에 융연구원 있는 거 알지? (네.)
좋은 곳이야. 거기 누룽지 삼계탕은 정말 맛있어.
아이랑 꼭 가봐. (네.)
나폴레옹 빵집도 정말 오래된 곳이고.
한자리에 그렇게 오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거야.
○○이가 오래전부터 그곳을 이야기할 때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었어.
그곳이 ○○이랑 기운이 맞는구나 생각했었지.
초반에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는데, 지금은 어때?
정리된 기분이에요. 혼란스러웠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응. 아까 많이 혼란스러워 보였어.
어떤 게 제일 생각나?
우선 마지막에 글쓰기 하면서
그간 겪었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말씀이요.
들으면서 눈물 났어요.
아, 그래도 내가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안 그래도 오늘,
문장이 쉬운데 계속 생각하게 한다는 댓글을 받았거든요.
정말 제 최대의 칭찬이어서 감사하다고 답글을 남겼어요.
그래, 사람들은 다 느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여백에서도 느끼고,
조사 어미 위치 하나 바뀌어도 달라지잖아.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네. 그리고, 비주류란 말이요.
내가 비주류인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건데,
남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마음도 내려놓자 생각했어요.
그래, 그거야. 그리고 남과 북?
네. 맞아요. 남과 북. 아까 그 말이 와닿았어요.
저는 북으로 갈 건데,
사람들이 남으로 간다고 제가 그쪽으로 갈 것도 아니고.
제 직관대로 행동하는 것에 있어
그간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여서 그런지
제 직관에 대한 믿음에 확신을 갖자
다시 한번 경험한 것 같아요.
오늘 나눈 것은 적어서 메일로 보내줘.
네, 오늘 것은 꼭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인간탐구는 곧 치유의 길이구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