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도 말라도

아이에게

by 세만월

어젯밤 아이에게,


○○야, 엄마 말 들어봐.

엄마는 ○○가 뚱뚱해도 말라도 사랑해.

살이 쪄서 (나는 양팔을 벌려 크게 원을 그리며)

목이 없어지고 몸이 완전 똥그래져도

사랑해.


그러자 아이는 막 웃으며,


으, 징그러워. 간질거리는 말 하지 마.


그런데 아이가 싱글벙글하길래

한 번 더 말했다.


엄마는 ○○가 완전 똥그래져도 사랑해.


그런데 아이는 그냥 웃으며 듣고 있었다.

어제저녁 8시가 지나서

아이는 내게 계란프라이를 해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었다.


엄마는 ○○가 살이 찌면 건강을 해칠까 봐 그래.


아이는 윗몸일으키기를 해보겠다며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배에 힘을 주고

양팔을 무릎 가까이 뻗고

머리를 들었다.


엄마, 나 한다.


아이는 벌써 뭐가 웃기는지 볼이 실룩실룩 거렸다.


엄마, 나 안 돼. (아이는 재미난 지 웃으며)

엄마가 나 등 좀 밀어줘.


등을 밀어주자 도움을 받아 일어났다.

그렇게 몇 번 힘을 빼더니 아이는 누웠다.


○○야, 엄마 운전면허시험 문제지.

읽어봐 봐.

엄마가 맞혀 볼게.


아이는 1번 문제를 읽었다.


작년 한글 모른다고 울적해하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커서 문장을 읽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아이는 그새를 놓치지 않고,


엄마, 빵점 맞아라.


그렇게 몇 번을 엄마를 놀리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야, 엄마 인생의 비포 애프터는 너란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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