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삼겹살

딸과 엄마

by 세만월

간밤에 아이를 재우고

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 아까 ○○가 갑자기 묻는 거야.

할머니, 집에 삼겹살 있어요?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삼겹살? 그랬지.

삼겹살은 없고 지금 고바우 설렁탕 집 갈 건데.

할아버지 드시고 계셔서.

그래서 네 것도 시켜놓고 왔거든.


어떡하지? 설렁탕 시켜놨는데. 웬 삼겹살? 하고

어머니는 순간 당황했다고 덧붙이셨다.


그랬는데 ○○가, 아뇨. 엄마 있어요? 하고 다시 묻더라.

그래서 너 말하는구나 알았어.


어머니가 ○○가 삼겹살 있냐고 물어봤다면서

날 보며 피식피식 웃으시는 걸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고

나도 따라 같이 웃었다.


고바우 설렁탕 집에서 숟가락 뜨다 말고 간 거였거든.

진짜 이번엔 ○○한테 속았어.


○○가 설렁탕을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몇 시간 지나서

아, 또 먹고 싶다 그러더라.


어머니는 아이 베개를 고쳐 주면서 흐뭇한 듯 얘기하셨다.


아이는 쿨쿨 잘 자고 있다.


아까 나는 저녁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커피를 마셨더니 잠이 달아났나 보다.


어머니도 아직 안 주무신다.

유튜브를 보고 계신다.


고해성사 때 신부님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포옹까지가 보속입니다 하셨는데.

그 말씀이 계속 스쳐간다.


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까지는 했는데

사랑합니다 포옹은 바로 되지를 않는다.


해야지. 시일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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