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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분석. 2025. 8. 27.

by 세만월

요즘은 어때? 아이는 자?


네.

아이를 막 재우고 그래서 그런가

아이 생각이 나네요.

아이는 저와 합의가 되면

그렇게 정해진 규칙, 일정 안에서

자기가 하는 아이거든요.

아이가 루틴이 있어요. 학원 다녀와서 일일한자 하고,

티브이 한 시간 보고, 씻고, 셈 문제지 1페이지 풀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 읽고. 그리고 흔한 남매 읽고.


그런데 며칠 전 슬라임을 만지고 놀더니,

유튜브를 찍겠다며

영상을 찍겠다고 해서 제 폰을 줬어요.

자기 방에 들어가서 뭐라 뭐라 멘트를 하면서

영상 6개를 찍었더라고요.

다 찍고 방에서 나와 저한테 영상을 보여 주더라고요.

재밌었어요.


그냥 저는 아이와 있는 게 재밌는 거 같아요.

육아다 양육이다 하는 개념이 아닌 것도 같고요.

그냥 재밌어요.


그게 뭘까?

아이랑 같이 노는 것 같아요.


아이는 요새 어떤 것 같아?

올해 50일 여행부터 그 이후에도 쭉 같이 있으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잖아요.

이번 여름방학에도 계속 붙어 있고,

여행도 다녀오고, 집에서 요리도 해 먹고,

서울집도 다녀오고, 친구들 불러 시간도 보내고,

그래서 정말 밀착이라고 할 만큼

아이가 이혼 등의 환경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엄마라는 사람으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아이에게도 안정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OO이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애를 많이 써왔잖아.

그게 빛을 본 거네.


다행이에요. 정말.


아이는 엄마랑 어떤 것 같아?


아이는 저와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새는 제 말이 아이에게 먹힌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잔소리를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정말 중요하다 싶은 건 단호히 해요.

그런 말은 듣더라고.


뭐가 있을까?


저를 편안히 여겨서 자기 할 일을 제 탓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럼, 아이한테 말해 주거든요.

OO야, 이건 너의 일이야. 엄마한테 넘기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하고 눈을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얘기해요.

그럼, 아이가, 바로 수긍하고 제 탓하는 이야기를 멈춰 가요.

그러다가도 금세 장난치지만요.


얼마 전에 구구단 문제를 푸는데,

저 보고 자기 앞에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막 잠들기 전에,

아이가 44페이지짜리 책을 읽었어요.

잘 읽더라고요.

-은, 는, 이, 가 이런 걸 틀리고 해도 그냥 저는 넘기거든요.


왜 넘길까?


지금 중요한 건

아이가 44쪽이나 되는 책을

앞에서부터 끝까지 읽고 있다는 거라서,

이미 한 문장 한 문장 내용 파악해서

그림과 비교도 해보고

저한테 설명도 해주고 하는데,

학교에서건 학원에서건 헷갈린 부분들은

차차 숙지가 될 텐데

굳이 그걸 지적하면서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과정 중심인 거야.

결과 중심이 아닌 거지.

어떻게 보면 OO이 성향, 가치관이 나타나는 거지.


아, 그럴 수 있겠네요.

그래서 그런가, 아이와 무엇을 할 때

별로 스트레스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재밌어요.

아이를 제가 양육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저도 아이와 같이 하는 거 같아요.


사실, 학교에서 부모활동 참여하는 것도 재밌고,

아이와 학원 다니는 것도 재밌고,

책 보면서 요리 만들어 먹는 것도 재밌고,

같이 티브이 보는 것도 재밌고,

같이 여행 다니는 것도 재밌고.


같이 하는 거 같아요.


아이가, 며칠 전에는, 말하더라고요.

제가 요새 계속 아이한테 물었었거든요.

OO야, 다음에는 어디로 여행가 보고 싶어? 하고요.

제가 정하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가 정하는 장소로

아이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로

여행을 가보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저녁을 먹다 말고,

엄마,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미국에 가보고 싶어.

뉴욕에.


그래서 물었어요.

왜?


자유여신상 있잖아. 거기에 가 보고 싶어.

그리고 햄버거는 미국 거잖아.

미국에서 먹어 보고 싶어 그래서.

그러더라고요.


아이 생각이 너무나 명확하고,

조근조근 자기 의견을 얘기하길래

뉴욕에 가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 우리, 기회를 만들어 보자.

아직 결정이 난 건 아니야. 하지만 계획을 짜보자, 알았지?


응.


그러더니, 목욕하고 나서 빨가벗은 채로

수건이랑 빚, 선크림 통 이용해서

자유의여신상 포즈를 취하더라고요.

하여튼 웃겨요. 재밌어요.


아이가 맛을 본 거 같아.

OO이가 어마무시하게 노력한 것이 성과가 있었네.

아이가 여러 나라를 엄마랑 돌면서

엄마의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먹으면서 활동하면서 보고 느끼고 한 거지.

정말 체험을 하고 온 거야.


미국, 뉴욕 하면 자유의여신상, 그리고 햄버거, 하면서

직접 본인이 경험해 보고 싶은 거지. 실제.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가, 얼마 전에 월남쌈을 해달래서 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엄마 베트남에서 월남쌈을 먹어 보고 싶다. 그러더라고요.


당시에 베트남에 갔을 때는

아이가 한국 음식을 너무나 그리워해서

베트남 친구가 한국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제육볶음 이런 한국 음식을 사줬었거든요.


그래서,

그래, 다음에 베트남 가서는 월남쌈 먹어 보자. 그랬어요.

선생님이 얘기해 주시기 전까지

그냥 가볍게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가 있을 수 있네요.

다행이에요. 그래도 허투루 한 건 아니어서.


그래, OO이는 어때?


저도 이번에 피정도 다녀오고 부석사도 다녀왔잖아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어찌 보면 올 1월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달려온 시간이었잖아요.

그걸 정리하면서 저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잘 보내고 온 거 같았어요.


집에서 기차 타면 금방인 데다

숙소 앞에서 버스 타고 부석사 30분이면 가고,

저녁엔 성당도 가고,

다음 날 아침 성당 미사도 드리고,

숙소 바로 옆 아무 미장원이나 들어가서 이발도 하고,

그런 소소한 조용한 시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이는 시골에 가서 4박 하고, 아이 아빠하고도 2박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도 그 시간을 잘 보냈을 테고요.


그래, OO이에게도 전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고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쉴 수도 있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OO이만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


네.

요즘 제가 물 같아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어요.

정말 남들이 보면 엄청 여유 있어 보일 거예요.

그런데 사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아직 많거든요.

경제적인 거나, 이혼 확정 이후에 뒤처리 할 것들이나

서류적인 문제들 등등요.

그럼에도 편안해요. 이걸 설명할 길이 없어요.


그런데 피정 가서, 부석사 여행 가서,

평온함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거 같았어요.

서두르지 말고, 지금처럼 물같이 흘러가 보자 하고요.


피정 다녀오고 주일 미사를 드리는데,

성당 주보에 너무 좋은 말씀이 있는 거예요.


믿음은, 불안한 마음속에도 정진해 나아가는 것이고,

쇄신은, 과거를 다 버리는 것이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회복해 나아가는 여정이라고요.


주보에 밑줄치고 줄 긋고 별표시해 놓고,

주보에 또 그렇게 하긴 처음이었어요.

제 연구에 필요할 것 같아 보관해 두었어요.


그래, 지금처럼 OO이가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봐.

그러다 보면 어디로 흘러갈지 나올 거야.

그럼 또 하면 되고.

무엇에 규정지으려 말고 따라가 봐.


그걸 설명하긴 힘들 거야.

말로 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으니까.

OO이는 진짜를 맛본 거야.

진짜를 맛보고 나면 그 외의 많은 것들이 필요가 없는 거야.

스님들이 단벌로 살 수 있다고 하는 게 그런 이유일 거야.


냄새만 맡아도 직접 먹어 보지 않아도

OO이가 느끼고 아는 거지. 충족이 되는 거야.

충분히 채워지는 거지.

예전엔 아등바등 정말 고생을 해서 그 맛을 알게 되었다면

지금은 그 작업을 통해서 맛을 보지 않아도

느끼고 알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거 같으면서도 안 되는 것 같고,

제 안에 와닿는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같고 그래요.


그걸 설명하기가 힘들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게 있으니까.

언어란 건 제한적이니까.

흘러가다가 주어지는 일들에 마음이 생기면 따라가 봐.

그럼 또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네. 그러려고요.


그러면서 논문 생각하면 될 거 같아.


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소름이 끼쳤잖아요.

토요일 수업을 듣는데, 강사님이

버지니아울프, <댈러웨이 부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와, 제가 몇십 년 얘기해 온 그 작품을요.

그분 입에서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그 작품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톡을 보낼까, 전화를 드릴까 하다가

곧 있음 교육분석이니까 기다렸다가 얘기하자 하고

지금 얘기하는 거예요.


선생님은 나의 흥분된 모습에 미소를 띠며 웃고 계셨다.


와, 결국 그 작품이 시간을 흘러 흘러 여기로 왔네.

댈러웨이 부인이 결국 OO이잖아.


맞아요. 저인 거죠. 저죠.


9월부터 무료피정 수업을 들으러 가요. 그 학교로요.

그래서, 미리 가서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미사 드리고, 신부님 수업도 듣고 오려고요.

거기 수업들이 치료, 영성, 심리 등 좋은 것들이 많더라고요.


당시부터 좋아한 작품,

당시 다니던 캠퍼스 도서관, 그리고 성당에 가서

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그래, 지금처럼 자신의 것에 집중해 봐.

OO이가 하고 싶은 것들, 마음이 움직이는 때로 따라가 봐.

그럼, 무언가 또 이어지는 것이 있겠지.


네.


오늘 우리가 얘기 나눈 것 중에 2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다음 시간에 얘기해 보고 싶어.


먼저는, 아이를 기다려 주는 거. 여유였어.

아이가 아까 산수 풀 때 엄마 같이 있자고 했다고 했잖아.

아까 사실 그 말 듣고 놀랐거든.

사실, 아이들한테 엄마는, 무언가를 시키고, 잔소리하고,

피곤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거든.

근데 그 어려운 수학을 하면서

엄마랑 같이 있자고 한다는 게 말이야.


왜 같이 있자고 하는 거 같아?


아, 저랑 문제를 푸는 걸 재밌어하는 거 같아요.

선생님이 주신 문제집 보면,

구구단 쓰고 뛰어세기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7단이다 하면

7 1은 7, 7 2는 14, 7 3 21... 나가잖아요.

그럼 이제 7부터 몇을 더할 건지 정해서 세 나가는 거예요.

만약에 3을 더하겠다 그러면

7 더하기 3은 10, 10 더하기 3은 13, 이런 식으로요.


근데 하기 전까지만 해도 십진법 개념을 몰랐거든요.

그래서 9 더하기 1 하면 10이 되고,

1은 앞자리로 더해지고 하는 거요.

근데, 이걸 풀어가면서 혼자 터득을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더니 소수점도 더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하라고 했죠.

0.5를 했다가, 0.05도 했다가, 0.01도 했다가.

그냥 두거든요. 언젠가 알겠지 하고요.


그래. 아이를 기다려 주는 거야.

그게 아이를 믿어 주는 거야.

아이가 엄마랑 하면서 흥미를 안 거 같아.

이건 수학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여행도 다니고, 엄마 친구들도 만나고,

깉이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랑 시간 보내는 것에 흥미를 안 것 같아.

아주 좋은 부분이야.


그래서 그런가,

아이와 같이 있을 때 스트레스 같은 게 없어요.

재밌어요. 티키타카.

그렇지. 기다려 주고,

같이 하니까 피곤하지가 않은 거야, 서로가.

자율성을 키워 주고 있는 거야.

우리가 늘 말하는 그 자율성.

생각보다 이걸 키워 주기가 쉽지가 않아.

교과서로 보면 쉬워 보이지만 말이야.

그래서 아이가 엄마 말을 듣는 거지.

믿어 준다는 걸 아이가 느끼는 거야.


다행이에요.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떻게 전부 다 그럴 수 있겠어.

하지만 잘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지.


지금 선생님 말 들으니깐

피정에서 받은 서두르지 말라는 메시지가

함께 들어오면서

아이의 속도가 늦더라도 기다려 줘야겠다

하는 마음이 더욱 명확해진 것 같아요.

자기 속도대로 갈 거라 믿고요.


좋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건 다음 시간에 얘기하고 싶어서

묻지 않고 뒤로 놔둔 건데,


아이랑 있으면 재미있다는 거.

아이랑 노는 것 같아요. 같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랬거든.

이 부분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생각했어.


네. 그럴게요.

그래, 그럼 9월에 만나.

네.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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