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집 옆 성당

아빠와 하느님(Feat. 여름 모기)

by 세만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집 앞 공원에 나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성당이 있는 골목에 다달았다.

내일 아침 미사를 드릴 생각에

하염없이 산책할 생각으로

무작정 집 밖을 나선 것인데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말고

성당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부님 설교가 한창이었다.

자기의 생각이란 권력에 취하면

하느님 뜻대로 살기 어렵습니다

하고 말씀 중이었다.


말씀 마지막에

얼마 전 돌아가신

유경촌 주교님이

지난날 어느 한 무대 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틀어주었다.


노래는 걱정 말아요 그대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 가슴 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리고 부르는 성가

평안을 너에게 주노라


평안을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안 평안

평안을 네게 주노라


하염없이 정처 없이 산책길에 올라

나도 모르게 빠져들 뻔한 우울감을 뒤로하고

대신 평안함을 얻었다.


미사를 마치고

아까 신호를 기다리고 섰던

신호등 앞에서

더 앞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신호등 앞 우리 동네 유명한

무봉리토종순대국집은

매번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생각만 하고

매번 그냥 지나쳐 온다.

아까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던 것을 봤다.

아빠랑 여기서 밥 먹을 수 있나? 생각했다.


성당에 나와 순대국밥집 쳐다보다

이번 여름,

여태 한 번을 물린 적 없던 모기에 물렸다.

빨리 집에 들어가 모기약 발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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