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에피소드
안 그래도 어제 ○○가 묻더라고요.
엄마 진도 얼마나 나갔어요? 하고요.
그래서 제가 교재 엄마 드렸으니까 집에 가서 여쭤봐 그랬죠.
걔는 저랑 라이벌 의식이 있나 봐요 하고 크게 웃었다.
잠들기 직전 아이에게 물었다.
너, 어제 피아노학원 선생님한테
엄마 진도 얼마나 나갔는지 물어봤다며.
응. 궁금해. 교재 있어?
있지.
보여줘.
(책상 책꽂이에 꽂아둔 교재를 꺼내 보여 주자)
아, 이거구나. 내 거랑 다르네.
응. 이건 어른들용이야.
엄마, 그럼 이것도 칠 줄 알아?
이제 좀 있으면 이렇게 칠 거야 그러더니
베개 위에 양손으로 자기가 치는 걸 보여 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에
오동통한 귀여운 손가락 움직임이
귀엽기만 했다.
담임선생님이 수행평가를 앞두고 미리 과제를 내주셨다.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과제였다.
친구에게 칭찬이나 조언을 해보는 것이었는데
그냥 테이블에 앉아 무작정 쓰려니
아이가 지루해하는 것 같아 역할극을 제안했다.
엄마가 쓰러지는 친구 해볼게.
픽. 앗 쓰러졌어.
(아이는 갑자기 웃으며)
엄마, 기분이 이상해.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역할극 하는데
엄마랑 하니까 이상해.
그래? 그럼 엄마라고 생각하지 말고
너 맨날 엄마 돼지라고 놀리잖아.
돼지 친구라고 생각하고 해 봐.
(아이는 또 빵 터졌다)
그렇게 역할극을 몇 차례 하더니
어느새 종이 한 바닥을 다 채우고
날짜에 학년 반 번호 이름까지 썼다.
엄마, 오늘이 며칠이지?
17일.
(17일이라고 쓰다가)
아니다, 내일 제출이니깐 18일로 써야 하지 않나?
그러더니 18일로 날짜를 고쳐 썼다.
본인이 전후 상황 생각해
날짜까지 바꿔 쓸 줄 안다는 게
기특하기만 했다.
11월 신승훈 콘서트 가는 날
대구 서부시장 섹시한 떡볶이집에 가보기로 했다.
유튜브 영상에서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사장님이
떡볶이, 꼬마김밥, 튀김 등을 만들어서
진열해 놓는 영상이었다.
○○야, 그날 넌 뭐 먹을 거야?
음, 우선 돈가스김밥, 떡볶이, 계란튀김, 김말이.
그래? 엄마는 야채김밥, 떡볶이, 고구마튀김, 오징어튀김.
아, 엄마, 새우튀김도.
우리 그날 많이 먹고 콘서트 가서 응원해야 해.
(아이는 내 말이 웃겼는지 크게 웃었다)
<엄마야> 들어볼래?
전주가 흐르자
베개를 다리 사이에 끼고 날 보고 옆으로 누워 있던 아이는
엉덩이를 씰룩씰룩거렸다.
어때? 신나지?
엄마, 나 지금 엉덩이 안 보여?
휴, 다행이다 생각했다.
아이와 콘서트 가기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