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내게 주고 간 2026년

귀한 시간(심플한 루틴 속)

by 세만월

어제는 아이 아빠가 면접교섭권을 쓰는 날이었다.

아이는 아빠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 아빠 집에 갔고

나는 돌아가신 아빠 집에 갔다.


아빠가 늘 틀어놓았던 티브이 옆에

영정사진과 마리아상, 십자가,

아빠가 늘 쓰던 수첩 등을 올려놓았다.


아빠 침대는 며칠 전 업체에서 회수해 갔다.

나는 그 자리에 이불을 깔고 그대로 누웠다.

아빠가 머리를 댔던 방향 그대로 똑같이.


오늘 전 직장 동료들 모임이 있었는데

다음에 보기로 했다.

논문스터디 그룹은 양해를 구하고

단톡방을 나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을 위해서.


아이와의 시간, 박사 수업, 논문, 직장일, 성당 주일교사, 수업 가는 길에 낮 12시 미사, 이렇게 집. 학교. 성당.

심플한 루틴이다.


어서 기운 차리고

심플한 루틴 속에서

나의 것들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아버지가 내게 주고 간 2026년.

귀한 시간이 되도록.


저 조금만 여기 이렇게 누워 있을게요, 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그래주실 거 알아요, 아버지.

아버지, 감사합니다.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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