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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Apr 19. 2023

고통이 '빼빼로'와 '작약꽃' 한 송이에 사그라들다

<감정 알아차림>(2023.4.18>(with <거북이>와 <아멘>)


요즘 자주 듣는 음악 중 하나가 MC몽의 <거북이>이다.


거북아 그 속도론 멀리 못 도망가

게다가 그 길은 더 멀고 험하잖아

상처가 아물고 다 나으면 떠나가

진심이야 그럼 그때 보내 줄 테니까

진통제에 물 한잔에 오늘 밤은 겨우 버티겠지

커져가는 이 빗방울은 언제일지 몰라도 그치겠지

무례한 날씨, 무료한 하루

신이 있다면 나 좀 바로

더 묻지도 않을게

날 좀 데려가 줘요

마음을 둘 곳도 없고 더 갈 곳도 없는

슬픈 거북이 한 마리

상처가 많아 너 혼자서 매일 외롭게 숨는 거니

너를 지킬 수 없고 더 사랑도 없는

내 가슴 아픈 이야기

조금 늦어도 좋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하루만 더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자꾸만 주문처럼 외우는 혼잣말

거북아 널 볼 때면 내 모습 같아

눈물 나 미친 듯이 계속 흘러나와

새싹이 나겠지 꽃이 보이겠지

내 눈물의 사랑은 씨앗을 꼭 품겠지

(하략)





2023년 토끼의 해에 

2023년 나의 애청곡은 MC몽의 <거북이>이다.

<거북이> 속 '거북이'가 나 같아서 마음이 간다. 

어떤 곡보다 위로곡이기도 하다.


나는 나의 삶을 끊을 생각이 없다.

나는 버겁고 힘들지만 분명 그 속에서 주는 역동이 있다. 

삶의 역동. 

다이나믹한 나의 삶 속의 희로애락이 묻어나있다. 

평범한 삶들 중 하나이겠지만 

살아내는 나로서는 기특할 때도 많다. '그래 잘했어' 하고.


나의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 

버거워서도 벅차고

그래도 앞에 빛 한 줄기 보여서도 벅차고

내가 하고 싶던 일에 다가가는 것 같아서도 벅차다. 


그럼에도 '날 좀 데려가주세요' 하고 잠들 때가 많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역력했나 보다. 

같이 공부하는 동기 선생님 한 분과 후배 선생님 한 분이 빼빼로 한 갑과 작약꽃 작은 다발을 

선물해 주었다. 느닷없이.


작약꽃 한 다발은 점심 먹고 온 후배님이,

빼빼로는 오후에 내가 수련 중인 치료센터에 잠깐 들른 동기님이. 


수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KTX 기차 안에서

'찰칵'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 이소라의 <Amen>을 들었다. 





수많은 밤을 남 모르게 별을 헤며 날 위로해

강해지길 기도하고 지나간 이별로 울기도 해

날 떠난 그댄 잘 있는지

다가올 만남을 빌기도 해

*끝이 없는 미련들 소리 없는 바람들

나의 어둠 속에 빛 되도록

날이 가기 전에 별이 지기 전에

나의 방황을 나의 가난을

별에 기도해 다 잊기로 해

나의 욕망을 나의 절망을

다 잊기로 해 나를 믿기로 해 (아멘)

첫 별이 뜨면 난 어느새 새로운 시작을 기도해

*나의 평안을 나의 사랑을 별에 기도해

 날 믿기로 해 아멘





신 앞에 무릎 꿇고 "날 데려가주세요" 하고 조르던 아이는, 

나의 절망을 잊고 강해지길 바란다며 "아멘"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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