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d for Travel

무제, 연습-2

계속 써야 한다

by Wendy An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인가, 함께 하는 것인가. 어디로 떠나야 행복한가. 무엇을 하는 게 최고의 여행일까. 혼자 하는 여행과 함께 하는 여행은 하나의 스펙트럼에서 오버랩되는가 아니면 전혀 다른 결, 다른 차원의 여행이 되나. 내 여행은 혼자하는 여행에서 함께 하는 여행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느덧 몇 년 동안 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여행은 성장 드라마이자 사이코 드라마이기도 하고, 간혹 무성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물이기도 하다. 장르를 정할 수 없는 예의 우리의 그 여행은 가을이 순식간에 저물어 가던 10월의 베를린에서 격렬한 파도와 태풍처럼 시작되었다. 잠시간 잠복기를 거쳐 여름의 끝자락에 비엔나에서 감을 잡고 순항을 하더니만, 타이베이에서 짧고 굵게 무르익었고, 다시 가을의 비엔나에서 진정한 평화와 화합에 다다르게 되었다.


각자 지닌 성정과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듯 모두의 여행은 저마다의 빛과 색으로 발현된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무언가를 찾고,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버린다. 어떤 이는 촘촘한 무결점 계획을 세워 떠나는가 하면 다른이는 무계획의 우연과 자유를 만끽한다. 어느 멋진 도시와 금세 사랑에 빠져 연애하듯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쉴새 없이 경계하며 냉철한 마인드를 고수하는 여행자도 있겠다. 우리는 이토록 다르다. 여행을 향한 설렘과 기대, 보고싶고 찾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 만나고싶은 사람 또는 장소, 먹고싶은 것까지도 다르지 않은가.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때마다의 선택과 결정의 피로를 감수하며 기꺼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겠노라는 담대함이 필요하겠고,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선택의 피로에 얹어지는 크고 작은 불협화음과 갈등과 뜻밖의 외로움을 능히 감당하겠노라는 결심이 필요한 것처럼.


나는 어떤 여행을 했는가, 떠올려 보자. 무엇을 얻거나 찾았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를 해소했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직접 보고, 만지고, 밟고 싶었던 호기심을 해소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완벽한 고독을 향한 갈망을 해소했고, 여행자라는 특권을 빌려 일상을 낯선 곳에서 새롭게 꾸려보고픈 욕심을 해소했다. 짧고 굵게 배웠던 외국어를 지체없이 뱉어내 봄으로써 자신감의 발현을 해소했고, 아무 것에도 그 누구에게도 구애 받지 않고 내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착한 이기심을 해소했다. 미처 내다버리지 못했던 감정의 찌꺼기들로 인해 먼지가 두둑히 쌓였던 가슴 속 답답함을 날려 버렸고, 커피와 음악과 산책과 사색으로 파묻혀 있고 싶은 욕망을 해소했다. 오감에 이어 식스센스까지 활짝 펼쳐버렸다고나 할까.


우리는 각자 고유하기에 빛난다. 정말 그렇다. 관계 안에서는 나와 달라서 좋고, 나와 만나는 지점이 있어서 더 좋다.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아가 존중하는 것. 고유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서로가 발견해주는 것. 결국 서로를 위해서 다듬어지면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여정을 한 마디로 묘사해보라 한다면 그건 바로 여행 아닐까 한다.


그나저나, 그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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