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오."

DesignMyCareer 시즌2

by Wendy An

안녕하세요, 헤드헌터 Wendy입니다! 여러분은 혹 살면서 무언가를 수집해본 적 있나요? 저는 언젠가부터 '질문'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깊이 공명하는 질문들을 만나면 심히 매료돼버리지요.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 어디에서든 범상찮은 질문을 건네는 이가 있고, 누구나 할 법한 질문이지만 일말의 용기가 필요한 질문을 시원하게 던지는 이가 있지요. 전자든 후자든 질문하는 사람은 멋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여겨보게 되고요.


최근 수집한 질문 중 하나를 노트에 옮겨 적은 이후로 계속해서 되뇌고 있는데요. 그 질문은 '언젠가 꼭 할 것이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과연 제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있는 건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명쾌한 답을 하진 못하고 있지만 곧 이 질문의 끝에 다가가 결판을 내보려 합니다.


관심과 애정이 깃든 따스한 질문을 만나면 긴장과 경계를 내리고 마음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칼날 위의 물방울처럼 예리하고 섬세한 질문을 만나면 옷깃을 여미게 되면서 명징한 사고를 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죠. 불온한 의도가 숨겨진 매서운 질문을 만나면 감정을 배제하고 차가운 이성을 소환합니다. 이토록 단 하나의 질문이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운이 길게 감돌며 기억에 짙게 새겨지는 질문을 건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질문뿐만 아니라 그 사람도 오랜 시간 잊히지 않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이자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마르크의 한마디 말에 질문과 사람에 대한 통찰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이 말을 만난 순간부터는 사람들의 '질문'에 더 깊이 귀 기울이게 되는데요. 여러분도 특별한 질문을 만나기 위해 (또는 특별한 질문을 하는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한마디를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답을 하는지 보다는, 무슨 질문을 하는지를 통해 사람을 판단하라.



첫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CLUB DMC 시즌2 다섯 번째로 다루고자 했던 주제는 본래 '피드백'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순서를 바꿔서 가보겠습니다. 각 글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상이한 터라 이렇게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에도 살짝 트위스트를 주려고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릴게요. :)


CLUB DMC는 커리어 관련 주제를 메인으로 다루는 매거진이다 보니 지난 시즌에는 '질문'이 전략적으로 활용되면 좋을 면접 상황을 상정하고 다룬 바 있었습니다. 오늘은 좀 더 넓은 범위와 의미로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면접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 관련 내용이 필요하시다면 지난 시즌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흥미롭고 유익한 영상 하나 공유합니다!! "취업 면접에서 '질문 있으세요?'시간에 꼭 물어봐야 할 질문은?"



# 1

우리 삶에서, 그중에서도 '커리어'에서 질문은 '왜' 중요할까요? 본질적으로 세상 대부분의 일은 '소통'이기 때문 아닐까요. 소통이라 함은 누군가가 건넨 질문 하나로 중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다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열띤 토론의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질문에 질문이 이어지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말입니다. 결국 질문할 수 없다면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없고, 질문하지 않는다면 소통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절한 질문, 즉 핵심이 담겨있고, 무언가를 시사하거나 의미를 전달하고, 또는 예리한 통찰력에 유머를 덧댄 질문은 그 자체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논의의 주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요.


채용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인터뷰어가 어떤 질문을 내게 건네는지 유심히 귀 기울여 보세요. 결과와 무관하게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질문이 있는 면접이었는가,라고 생각해보면 몇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과연 인터뷰어들이 기억할 만큼의 어떤 질문을 건넨 인터뷰이였는가,라고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질문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시도이자 도전인 듯한데요. 바로 오늘부터, 훗날 있을 면접을 위해, 중요한 미팅을 위해, 의미 있는 만남과 승진/성장의 기회를 위해 질문을 수집합시다. 단, 질문 수집은 먼저 나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나에게 건네는 질문에 먼저 답해 보아야 타인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건네며 소통을 힘 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서 갑분 책 추천! 지난 시즌에도 그리고 몇몇 강연에서도 제가 꼭 추천하고 있는 책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입니다. 쉽고 명쾌하고, 본질에 충실한 인문서인데요. 각자의 질문 리스트 만들어 보기에 최적의 참고서가 되고, 여러 커리어 상황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실용적인 스토리도 듬뿍 담긴 책입니다. 일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 2

최근 독서에서 마음속 느낌표가 만발하는 한 마디를 만났습니다. 느낌표라 함은 마음속 늘 품어두고 있는 물음표에 대한 답과도 같은데요. 책 <이어령, 80년 생각>에서 만난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

일도 학문도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도 다 '물음표'에서 시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는지요. 커리어에서의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어떤 정체성과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는가?', '나는 기대한 만큼 발전하고 있는가?', '지금 당장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을까?',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구분하는 게 좋을까?', '내가 추구해야 할 커리어에서의 변화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나와 내 주변에 던지며 느낌표가 나올 때까지 가보아야 하는 것이죠.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을 때까지 수많은 물음표를 나와 세상에 건네면서 말입니다.


같은 책에서 이번엔 제대로 된 질문과 우문현답을 만났습니다. 그 질문이 담긴 재미난 두 이야기는 아래와 같은데요. 질문은 곧 내면의 생각과 욕망과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그렇기에 단 한마디만으로도 촌철살인의 비수가 가능한 것이겠지요. 질문이 늘 현명할 수는 없는 법. 그럴 땐 그 질문에 나만의 철학과 가치로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어떻게요? 창조적 상상력으로요!(↓↓).


1
"사군자를 배우는 아이가 대나무를 그리려 했어. 그런데 먹을 갈기 귀찮아서 옆에 있는 빨강 물감으로 그렸지. 그걸 보고 선생님이 호통을 치셨어. '야, 이 녀석아. 빨간 대나무가 어딨어?'라고. 그랬더니 아이가 '그럼 검은 대나무는 어딨습니까?'하고 묻더래. 현실의 색과 상상의 색은 차원이 다른 거지. 내 마음대로 상상한 색을 그리면 되는 거야."

2
빨간 색연필로 토끼를 그린 톨스토이의 그림을 보고 어른들이 놀렸다. "얘야, 세상에 빨간 토끼가 어딨니?" 그러자 톨스토이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에는 없지만 그림 속엔 있어요."
세상에는 없지만 그림 속에는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평생 추구해온 창조적 상상력의 세계였다.


이 책을 읽으며 이루고 싶은 소원을 하나 발견하는 즐거움도 가졌었는데요. 그 소원은 바로 내가 원하는 한 사람으로부터 이 한마디를 듣는 것입니다. 향후 5년 안에요!! :) 그 한마디는 아래의 이야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화가 이우환과 이어령 교수의 친분은 이우환이 세계적 화가가 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생면부지의 이우환은 어느 날 이 교수를 찾아와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중국과 일본은 띄어쓰기를 안 하는데 왜 한국만 서양식으로 띄어쓰기를 합니까?" 이 교수는 질문을 듣자마자 무릎을 치면서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오."


# 3

질문을 수집하기 시작한 언젠가부터 저는 그 수집한 질문 목록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질문을 골라 친구나 지인 또는 업무상의 만남에서 건네보고 있습니다. 수줍기도 하고 예측불허 반응을 두려워 하기에 용기가 한움큼 필요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있지요. 당연하게도 또 동시에 신기하게도 모두의 답변이 다 다르고, 그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모여 또 다른 질문을 낳기도 하더군요. 우리네 삶 속 몇몇 순간들은 아마도 누군가와 진하게 나누는 인터뷰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질문을 수집합니다.


질문의 정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진정성이 깃든 '대화' 속에서가 아닐까요. 절정을 향해 무르익는 대화를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인터뷰'겠지요. 영상 매체로든, 글로 정성스레 옮겨진 책으로든 누군가의 대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는 건 적잖은 배움의 기회인 것 같습니다. '아하! 모먼트'를 만나는 통찰의 기회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인터뷰는 한 장르의 예술인 것 같아요. 짧게든 길게든 제한된 시간에 강렬하게 집중하고, 본질과 핵심에 가닿기 위한 고퀄리티 질의응답으로 채워지는, 정말이지 다이내믹한 행위이니까요.


최고의 인터뷰어 또는 인터뷰집 하면 누가 그리고 어떤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최근 몇 년 간 제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탐닉했던 인터뷰 시리즈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였어요. 시즌2 첫 글에서도 해당 시리즈의 한 인터뷰(송길영 님)를 공유한 바 있었습니다. 동시에 떠오른 분은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님, 그리고 최근 황프라윈프리로 칭해지며 인터뷰계에 한 획을 긋고 계신 황선우 작가님이에요. 카카오페이지 연재 <멋있으면 다 언니>(이하 멋언니)를 통해 많은 이들이 영감과 공감 사이를 뜨겁게 오가며 열광했지요. 저도 그 많은 이들 중 한 사람이고요. 최근 책으로 다시 접하면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멋언니에서 건져 올린 값진 질문들을 몇 공유해볼게요. 오늘 밤 이 중 2가지 질문을 꼭 선정해 스스로에게 건네 보시기를...!


[김유라 PD 인터뷰]

"목표를 위해 그렇게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박막례 할머니의 손녀라는 점을 제외하면 PD님의 핵심 정체성은 뭘까요?"

"실패가 계속 이어질 땐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김보라 감독 인터뷰]

"예술가로서의 영화감독, 장인의 면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지만 상업 영화를 할 땐 사업가 기질도 필요할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있는 비즈니스적 역량이라면 어떤 부분일까요?"

"지금 각자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느라 외로운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먼저 한 발 빠져나온 사람으로서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가장 캄캄할 때 어떤 것들이 빛이 되었나요?"


[자야 작가 인터뷰]

"읽는 사람으로서는 어떤 것을 좋아해 왔어요? 작가님의 창작 재료가 된 독서 경험들은 어떤 건가요?"

"지금 준비하시는 신작에서는 무엇을 새로이 시도하고 있을까요?"


멋언니의 핵심 축 황선우 작가님이 최근 인터뷰이가 되셨네요. 더블유코리아 인터뷰 기사를 맛깔나게 읽었기에 공유합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김지수 기자는 어느 칼럼에서 '묻는 것은 낯선 세계를 견디는 태도'라 말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나 자신의 내면세계에서조차도 길을 잃지요. 그렇기에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또 물으며 가는 것이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빠른 변화의 이 시대를 능동적으로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비결 아닐까요. 오늘도 '묻고 또 묻는' 우리가 되어 하루 하루 더 충만하게 살아가길 응원하겠습니다. 질문은 관심과 애정, 격려이자 위로, 도전이자 응원 그리고 유쾌한 자극이니까요!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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