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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d for Travel

디자인 OLD & NEW. 호텔 이사 & 로젠보르 궁

Hygge Copenhagen # 6

by Wendy An

어느덧 코펜하겐에 머문 지 4일째. 제법까진 아니더라도 호텔 부근과 몇몇 지역은 미세한 익숙함을 느끼며 환희와 희열 비슷한 감정마저 갖게 됐다. 머물 수록 살고 싶어지는 도시, Copenhagen. 아직 내가 보고 느끼고 만지고 듣고 누리고 즐긴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텐데, 란 생각에 떠나기도 전 아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잠시간의 머묾에는 익숙함보단 낯섦이 벗이 되는 게 나은 건 아닐까. 낯설지만 순식간에 새로움으로 오감이 충족되니 말이다. 하루 하루 이 도시를 알아가는 게 신나고 기뻤다. 조금 더 이 느낌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만큼 내 언어와 표현의 미천함을 한없이 깨달았던 여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Carpe diem 만큼은 결코 잊지 않았던 '순간을 만끽할 줄 아는 여행자'였음을 자부한다. 매 순간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던 이 시크한 도시의 모든 것이 미치도록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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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이번엔 지난 번과는 다른 길로 다시 Jægersborggade(예어스보겔)에 향했다. 친한 듯 안친한 듯 각각의 매력을 은은히 발산하며 한 동네에 어우러져 있는 주거 빌딩. 동네의 한적함과 고요함에 마치 숲을 산책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포물선 그려진 듯 전신줄이 맑은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둥둥 걸려 있는 조명은 오늘따라 더 재미지고 귀엽기까지. 도시 조성이든 건축이든 분명 그 안에 'FUN' 요소가 있으리라. 의도됐든 의도되지 않았든 재밌으니 미소짓게 되고 미소짓게 되니 좋은 하루 되는 게 아니겠는가. 도시도 자연도 사람들 서로서로도 let's have fu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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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GRØD. 예어스보겔에 다시 발걸음 한 이유다. ^^ 오늘은 블랙 커피와 다른 종류의 오트밀죽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유럽 여행 할 때마다 늘 재밌는 건 저 뜨거운 커피를 홀더나 슬립도 없이 이렇게 유리잔에 담아 건네준다는 것인데, 늘 '나만 뜨거울까'란 생각에 피식 웃게 된다. "나만 뜨거운걸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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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견과류와 치아씨드와 건과일이 어우러진 GRØD. 상큼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하고. 오트밀죽을 차갑게 먹으니 이 또한 참 맛있었다. 커피와도 은근 잘 어울리는 맛. 기분 좋은 아침식사다. 감각적인 공간에서 즐기는 코펜하겐 스타일 아침식사는 참말 매력적이다. 한 달 정도 머물며 매일 들르고 싶은 곳.



↑↑↑ Jægersborggade(예어스보겔) 이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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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후 또 다시 예어스보겔 산책. 지난 번엔 미처 눈길 닿지 않았던 곳들이 보인다. 역시 날마다 새로웁게 느껴지는 이 동네. 어느 괴짜스럽고도 유니크한 티셔츠 샵. 'TOVE! TOVE! TOVE!'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론 'hesitate'의 의미인데... 과연 그런 의미일까? 아니면 무언가 고유명사인걸까?! 그나저나 저 티셔츠 너무나 탐이 났는데 샵은 굳게 닫혀있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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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서 정말 많이 보았던 인테리어 소품인 술병을 활용한 촛대. 촛농이 자연스레 흘러내린 것 자체가 디자인이 되어 주었다. 한국 오면 꼭 써먹으리라, 다짐했던 스타일 :) 창가에 비친 저 순간의 내모습조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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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반가운 Mikkller & Friends. 로고 디자인이 참으로 익살스럽고도 사랑스럽다. 미켈러의 공기가 그립다. 맥주는 서울에서도 이젠 쉬이 맛볼 수 있지만 코펜하겐 미켈러의 공기와 분위기는....정말이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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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와 산책을 즐겁게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 (또) Torvehallern(토르브할렌)으로 냉큼 달려와 모닝 라떼를 즐겼다. 당연히 'The Coffee Collective'에서! :D 궁극의 부드러움을 지닌 라떼. 저 실키함을 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내가 좋다, 아니 다행이다. 코펜하겐을 커피 때문에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코펜하겐 카드를 구입할 때 함께 받은 안내 책자를 찬찬히 살펴보며 순간을 누렸다. 맑은 하늘의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창가에서 천상의 라떼를 맛보며 앉아 있노라니... This is just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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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로 나섰다. 라떼로 충전한 에너지가 넘치는 덕에 센트럴로 힘차게 걸어갔다. 부러 낯선 경로를 통해 미처 들여다 보지 못했던 센트럴 동네의 골목 골목을 설레는 발걸음으로 누볐다. 오전에 둘러보는 이 도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고요함과 한적함 속에서만 발산되는 매력이 있는 듯. 과연 내가 놓치지 않고 잘 캐치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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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언제나 옳다. 언제나 반갑다. 언제나 사랑스럽다!! ^^ Danish book 한 권 중고로라도 사올 것을, 하는 후회가 급 밀려온다. 로컬 작가의 책은 정말 좋은 기념품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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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유명 찬란한 곳, Paludan Bøger(팔루단) 카페. 코펜하겐 대학교 바로 옆에 있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아름다운 북카페다. 예전엔 대학의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는 '맛집'으로 더 유명한 듯. 대학가이다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도 좋은 브런치 메뉴로 인기가 많은 듯했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앙증 맞은 book shop도 있다.

행복한 라떼 타임을 가지고 온 터라 살며시 구경만 하고선 아쉽게 돌아섰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독서를 하고 있는 코펜하겐 대학교의 학생들인 듯한 이들이 꽤 많았다. 참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유러피언들. 나도 그리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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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만을 읊조리게 되는, 비범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B&O(뱅앤올룹슨)에 다다랐다. 얌전히 구경만 하고 코펜하게너들의 환한 미소에 보답한 채 다시 길을 나섰다. 정말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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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를 안가볼 수 없지, 암만. 이제는 서울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디자인 브랜드이지만 북유럽 디자인 성지의 기운을 느껴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난 반드시 사랑스러운 HAY 에코백을 사야한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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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미소가 절로 나온다. 브랜드와 건물의 identity를 HAY답게 세련미를 익살스럽게도 표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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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놓여진 듯한 짙은 푸르름을 자아내는 화분은 HAY의 오브제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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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나라 교자상을 연상시키는 듯한 아우라를 지닌 HAY의 철제 테이블이 정연하게도 전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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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보다 큰 화분. 생기 넘치는 푸르름이 짙은 HAY의 쇼룸이다. 밝은 햇살이 창가로 스며들어오니 심플하지만 세련된 가구와 인테리어에 어우러져 공간이 더 활기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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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쇼핑 완료. HAY 테이블 매트, 칫솔, 에코백 그리고 MARVIS 치약 :)
친구에게 건네기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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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서의 두 번째 호텔로 선택한 곳은 새로운 건축 양식 및 뉴타운으로 주목받는 동네에 있고, 공항에서 가까운 AC Bella Sky Hotels by Marriot 였다. Hotel Alexandra에서의 행복했던 3박 4일을 뒤로하고 Uber를 통해 신나게 이사 완료. 독특한 건축물로 주목 받고 있는 호텔이다. ^^

Uber driver는 꽤 유창한 영어 구사자였는데, 그가 코펜하겐 Ørestad(외레스타드) 도시 개발 지역을 설명을 곁들여 안내해주었다. 일명 도시 교외 지역 혁신 프로젝트라고 한다는데 코펜하겐 중심가의 오랜 건축 양식과는 달리 매우 모던한 건축 양식이 적용된 주거지역이자 복합 공간 조성 구역이라고 한다. 시간이 되면 꼭 주변 동네를 걸어 다니며 둘러 보라고 제안해주던 그. 덕분에 궁금함이 증폭돼 찾아보다가 상세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보게 되었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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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er driver와 신나는 대화를 나누고나니 벌써 도착.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입성했다. 넓직한 로비가 마음에 든다. 높은 천장도 한 몫하고. 부리나케 체크인을 마치고 hop in elevator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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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받은 방은 604호. 룸넘버 표시가 digital. 예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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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탁트인 view가 너무나도 좋다. 평화롭고 고요하고 한적하고 여유롭다. i'm lovin' it!! 한 시간 정도 unpacking 및 break time을 가졌다. 고요함에 마음이 편안해진 덕분일까,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자, 이번엔 전철 타고 다시 코펜하겐으로 깊숙이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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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해볼까 싶어 목적지인 Rosenborg(로젠보르) 성에 이르기 전 Magasin du nord(마가신 뒤 노르) 백화점에 들렀다. 1870년에 지어진 덴마크에선 가장 큰 백화점이라고 한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규모로 치면 덴마크 최대규모라해도 서울에 더 큰 규모의 쇼핑지가 많은 건 사실이나 우아함이나 기품내지는 역사를 지닌 이 곳과는 사뭇 다르다. 내 관점과 느낌으론 서울이 지향하는 듯한 '럭셔리함'과 이 곳의 '우아함'은 꽤 많이 다르다.

지하철 Kongens Nytorv역에서 내리면 백화점 지하로 연결된다. 각 층을 스피디하게 구경하며 식사를 위해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동화 속 한 페이지 같은 배경이, 장면이 펼쳐지는!! 이게 바로 '친 자연주의'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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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전통 음식 중의 하나인 Smørrebrød(스뫼레브뢰). 색감이 기가막히다. 재료의 신선함이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듯한 싱그러움과 컬러풀함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자태. 그러고보니 코펜하겐에 온 여행자임에도 난 여태 스뫼레브뢰 하나를 안먹었네... 후훗. 치우친 취향 때문이었을 터. 아쉬움이 다소 있지만 눈으로도 충분히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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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cafe에서 미니버거와 감자를 주문 with a cup of coffee. 느즈막히 허기를 달래며 쉼을 가졌다. 어느 숲 속 오두막에 들어와 식사하는 기분. 유리천장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싱그럽다. 프랑스인인 듯한 할아버지 셰프님의 미소가 정겨웠다. 백화점 식당가이지만 매우 고요했고, 모두들 이 고요함을 즐기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마음껏 즐겼다.

Magasin 백화점에서 점심식사와 가족들을 위한 선물 쇼핑을 마치고 15분 남짓 걸어오니 드디어 목적지인 Rosenborg(로젠보르)성의 정원인 Kongens Have(로젠보르 팰리스 가든)에 다다랐다. Kongens의 의미를 검색해보니 우리말로는 '왕(King)의'란 뜻이란다. Have는 예상대로 '정원(garden)'. 왕의 정원을 우아한 마음가짐으로 거닐어 보았다, 후후훗 :) 로젠보르성은 코펜하겐 카드로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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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매력적인 코펜하게너들.... ^^ 이 햇살도 놓칠 수 없었겠지,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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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보자, 우아하게. 나는 지금 '성'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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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 푸르름 = 여유 ?!
이 도시의 모든 정원은 '사람'에게 향한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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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조우한 Rosenborg(로젠보르) 궁전. 코펜하겐 도심지 한 가운데에 이토록 넓디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우아한 성이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며 문득 경복궁이, 창경궁이, 그리고 경희궁이 떠올랐다. 역사는 도시에 흘러야 한다!! 그림 같은 자태와 위엄. 화려함보다는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견고함과 정갈한 느낌의 소박함을 뽐내는 듯하다.

http://www.kongernessamling.dk/en/rosen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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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며, 왕궁의 별채격이라고 한다. 1634년에 완공 되었다고 하는데, 크리스티안 4세가 한 눈에 반했던 사랑하는 여인 키아스텐 뭉크와 함께 머물렀었다고 한다. 사랑이 깃든, 사랑이 살아 숨쉬는 곳이리라.그리운 나의 사람, 나의 사랑을 생각하며 들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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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미와 보존력이야말로 유럽의 핵심 프라이드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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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마주보고 있는, 이 어여쁜 곳은 바로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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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대체 불가능한 코펜하겐 디자인과 코펜하겐스러움은 수백년 전의 아름다움이 보존되어 전해내려져 올 수 있었던 덕분 아닐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과 건축의 힘의 근원을 깊이 들여다 본 듯한 여정이었다. 힘의 근원을 탐색 해볼 수 있는 건 참 좋은 여행이라 생각됐다.

보행자의 천국인 코펜하겐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은 바로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정원과 순식간에 17세기로 이동하여 잠시 다른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단 것 아닐까. 코펜하겐은 상상력과 디자인적 요소와 스토리와 예술성이 골고루 깃들어 있는 한 권의 동화책 같다. 그 동화책 안에서 시간 여행을 이리로 또 저리로 하는 기분이 드는 곳. 이 도시는 때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때론 치명적으로 시크하고, 때론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혼돈도 혼란도 없이 그저 잔잔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이 흘러가는 강물 같은 곳이다. 그 매력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Rosenborg(로젠보르) 성이 아닐까, 란 마음으로 추천한다. 성 안에선 17세기의 화려함과 아름다움과 '사랑'을 느껴보고, 성 앞 녹음이 펼쳐진 정원에선 시크한 피크닉을 즐겨보는거다.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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