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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d for Travel

달콤한 산책, 건축박물관의 노을녘 & Mikkeller

Hygge Copenhagen # 8

by Wendy An

Rosenborg(로젠보르) 성에서의 짧고 굵게 달콤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정처없이 떠돌다 버스에 올라타 다시(정말이지 매우 자주 '다시') Jægerborggade(예어스보겔)에 다다랐다. 마치 자석처럼 끌려오는 이 곳. 그런데 이 크잖은 곳이 참말 매력적이란 말이다. 더구나, 올 때마다 새롭고. 게다가, 로컬 라이프를 잠시나마, 조금이나마 흉내내는 것 같아 여행이 더 즐겁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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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과는 또 다르게 새로운 길로. 저 나지막한 아파트가 참 예쁘기도 하다. 푸르른 나무와 티없이 맑은 하늘과 함께 보려니 더 예쁜 듯. 단아한 느낌이 매력있다. 코펜하겐의 건축물들은 제각각 스토리와 매력을 지닌 듯하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안정감, 편안함, 단아함, 그리고 우아함이다. 이 도시는 사람들 못지 않게 건축물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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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어스보겔에 들어섰다. 단아함과 세련미가 완벽에 가깝게 공존하는 건물들. 이 번에도 사랑하는 그에게 어느 곳에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떨까? 오른쪽 건물 3층, 이라 답할 것 같은 이 예감은 과연 적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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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른 느낌의 건물도 한 컷. 마주한 건물 보단 조금 더 성숙미와 세련미가 느껴진다. 주거 공간일까, 업무 공간일까... 궁금증을 매우 자아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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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커피 대신 선택한 ISTID 아이스크림! :) 예어스보겔에서 맛있기로, 그리고 제조과정이 재밌기로 소문난 곳. 눈여겨 봐두었다가 드디어 발걸음 했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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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고 바로 만들어 주는 아이스크림. 재미진 모습을 찍어도 되냐 물었더니 흔쾌히 Yes를 해준 그녀. 아이스크림의 느낌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을 가진 그녀는 쿨하고 친절했다. 원하는 flavour를 선택하면 냉장고에서 꺼내어 순간 냉각 방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믹스해준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My choice는 salted caramel with topping이었는데...토핑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기대 이상으로 달콤 짭쪼름 고소했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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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깨운 오후의 좋은 기분은 저녁시간까지 이어졌다. 냉큼 버스에 올라타 강을 건너 Dansk Arkitektur Center(덴마크 건축 박물관)으로 달려왔다. 운하도시인 코펜하겐의 매력은 항구에 닿기도 매우 쉽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해협에 인접해 있는 터라 자연과 예술을 경계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해질녘 건축 박물관에 오니 노을빛이 물에 번져 도시가 더 따스하고 아름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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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고 있던 전시 주제가 박물관 벽에 장식 돼있다. 주제는 바로 #let's play! 도시를 playground로 만들자는.... 아, 정말이지 so cool 하지 아니한가! 영원히 익살스러움과 재미와 자유를 간직할 저 한마디, PLAY!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 곳. 박물관으로서 전시를 열고, 워크샵도 열리고, 건축 및 디자인 서적 서점도 있고, 그리고 물론 쉼을 가질 수 있는 카페도 있다. 해협을 낀 문화 공간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언제나 옳다! 외부 설치 미술 작품도 있었다. 직접 타고 올라가 놀 수 있게끔 만들어 두어 나는 이 곳을 벤치 삼아 해협을 바라다 보며 잠시 쉼을 가졌다. 예술은 배려일 때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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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ty as a playground
아름다운 발상이다.
도시가 playground가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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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이고도 획기적인 전시였다. 바라만 보다 끝나는 게 아닌 playground로서 조성해 놓은 도시의 일부를 떼어다 놓고 직접 하나 하나 다 경험해볼 수 있게 배려해준 듯한 전시. '소통'하는 예술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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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한껏 즐기고 나와 한참을 바라 본 풍경. 흐르는 물이고 싶다, 어여쁜 노을녘이고 싶다, 란 생각에 푹 잠겼다. 그렇게 어디든 떠돌 수 있다면... 흘러가고, 날아가다,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머물고 싶은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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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와를 연상시키는...! 공간 활용이 돋보이고 창문의 구조 및 디자인이 독특한 건물.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유머와 재치까지 느껴지는 건축물... 코펜하겐의 치명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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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같은 듯. 역시나 사이좋아 보이는 건물들. 기와 지붕같은 디자인에 자연스레 마음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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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건축물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모든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살고 싶은 곳을 꼭 골라보게 된다. 은은하지만 강렬한 개성을 자아내는 색과 마치 서로를 배려하는 듯 곁을 허락한 건축물들 사이의 역동이 좋다.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긴다. 잠시 잠자코 서서 바라보며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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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에 올라탔고, 목적지인 Mikkeller Bar로 향하기 전 잠시 Sankt Jørgens Sø 호숫가 산책을 했다. 자연 호수라 그런지 느낌이 더 평화롭다. 유유자적 백조들이 노니는 모습에서 더 여유가 느껴져서 일까. 한적함에 잠시 스며들어 보았다. 부근에 머문다면 아침 러닝이나 산책하기에 너무나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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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의 산책과 쉼을 마치고 목적지인 Mikkeller Bar로 향하던 중 발견한 아름다운 건물의 향연! 형형 색색 정말이지 내 마음을 송두리째 훔쳐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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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했다, 그 이름도 찬란한 Mikkeller Bar! 코펜하겐에 여러 곳 있지만 이 곳에 꼭 와보고 싶었다. 나홀로 여행자 답게 벽 한켠 아담한 곳에 자리를 잡고 Pale Ale(페일 에일)을 주문했다. 두근두근 설렘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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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기실 탁월했다! 에일 특유의 탄산 느낌과 입 안에 감도는 풍미 그리고 맛 모두 완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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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경도, 잠깐의 끄적임도 모두 그립다. 바로 저 순간에만 했었을 생각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볼 순 없을까...노트를 다시 열어 끄적임을 들여다 보니 추억이 향기처럼 피어 오른다.

마음을 열어야 '더' 보이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여정이다.
내가 마음을 여는 만큼 이 도시도 내게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주는 것 같다.
떠나고 싶지 않은 이 순간, 이 공간.
마음을 열기 시작하니, 눈물나게 벌써 그리워진다.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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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였다면 아마도 이 곳에 앉아 한참을 서로 바라보며 미켈러를 즐겼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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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거리로 나왔다.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중앙역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거리에서 만난 익살스러운 코펜하겐의 디자인 요소들을 기억으로 넣기 위해 담아 보았다. 다시 바라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디자인도 예술도 누군가를 미소짓게 만든다면 목적 달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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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중앙역. 이번엔 뒷 편에서 바라보니 모습도, 느낌도, 꽤 새롭다. 이제 이 곳도 무척 그리워지겠지...호텔로 향하기 전 농도 짙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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