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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ad for Travel

건축 성지 Ørestad, 작정하고 즐긴 한 낮 피크닉

Hygge Copenhagen # 9

by Wendy An

요즈음 어수룩하게나마 몇 개월 전의 북유럽 여행기를 남기고 있다보니, 코펜하겐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동시에 느꼈던 행복감과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Bella Sky Copenhagen 호텔에서 여는 하루. 창 밖 짙은 푸르름과 맑은 하늘이 오늘도 내 여정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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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겸 산책을 하기 위해 무작정 호텔밖을 나섰다. 공항에 가까운 이 동네는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부근으로 주거를 위한 마을과 비즈니스 구역이 새로이 지어지고 있는 모습을 꽤 볼 수 있었다. 도시인 듯 거대한 공원인 듯, 공기도 좋고, 고요하고,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산책이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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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매료되어버린 건축물들. 코펜하겐 중심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ørestad 동네. 따스하고 안정적인 느낌의 벽돌색과 입체적인 발코니의 구조에 매료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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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한 20분 남짓 걸어오니 공원이 펼쳐진다. Byparken. 공원의 푸르름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 쬐니 순간 여기가 낙원이구나 싶었던... 생각보다 꽤 큰 규모에 놀라고, 너무나도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단정함에 두 번 놀랐다. 모두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을 시간에 이 고요하고 어여쁜 공원을 나홀로 누리자니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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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저 빠-알-간 의자에 그와 함께 앉아, 말없이 마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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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Bella Sky Copenhagen Hotel이 보인다.
특이한 조형물 같은 모습은 멀리서 봐도 독특하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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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놀이는 잠시 뒤로 미루고 조금 더 걸어 복합 쇼핑몰 Field's에 도착했다. 지난 번 Uber driver가 방문해보길 권해주었던 곳이기도 하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걸음 했다. 마치 호숫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조성된 이 곳.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신도시 조성을 생각할 때 주로 떠올리게 되는 서울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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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건물의 아치가 프레임이 되어 주는 듯하고, 나무 아래 자전거가 질서정연히도 세워져 있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무심한 듯 놓여져 있는 다섯 개의 돌은 마치 오브제 같았다. 아마도 차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센스 있는 메시지이리라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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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s에 입성! 천장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햇살이 건물 안으로 스며든다. 이 크나큰 곳을 이리도 고요하게 누비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행자로서만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깨알 재미 아니겠는가.

곳곳에 있는 휴게 공간. 배려심 깊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크나큰 화분들이 더 편안한 쉼을 허락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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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른 시간이었는지 문을 연 곳이 마땅치 않아 ETREAT에서 맛있는 goat cheese 샌드위치를 사들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진한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 아마도 코펜하겐에선 처음 발걸음 한 스타벅스였던 듯싶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는 언제나 옳다! 잠시 차분하게 아침 식사와 QT와 몽상과 끄적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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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마트 Irma엘 들렀다.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사업이라고 하는데, 로고가 참말이지 맘에든다. 코펜하겐에서 꽤 많이 보이는 국민 마트 이미지. 물가 비싼 도시이지만 마트에서 장보는 재미는 엄청나다. 식재료와 물과 과일과 유제품이 매우 저렴하기때문! 선진국의 위엄이란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다음에 온다면 꼭 레지던스 아파트나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해야겠다. 신나게 장을 보고 요리를 해야지.



다시 Byparken으로 돌아왔다. 이 곳은 숲 미니 버전이라 해두자. 평화로운 공원 한 켠 푸르름이 짙게 드리워져있었다. 건너편 독특한 건물을 보며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 곳도 Ørestad(외레스타드) 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되는 지역인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꽤 유니크하고 새롭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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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날 위해 준비돼있는 듯한 핫 핑크 의자.
그래, 이 곳에서 잠시 머물자, 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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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ma에서 냉큼 사들고 온 덴마크 국민 초코우유 MATILDE를 드디어 맛보다!
피크닉스러운 순간을 이 곳에서 만끽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 깊고 진한 맛 'beyond 초코우유'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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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핫 핑크 의자 곁으로 자리 잡고 피크닉 놀이 준비 완료! 강렬한 햇살은 최고의 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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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끄적끄적
다시 들여다 보는 그 때 그 순간의 끄적임은 부끄러웁지만서도 매우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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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섹시한 레드다. " Ørestad City "
수줍게 드리운 내 그림자와 푸른 잔디와 강렬한 레드의 조화가 나쁘지 않다.

누워서 일광욕도 하고...앉아서 끄적끄적...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마틸드 홀짝 홀짝거리며 지난 여행을 생각하다가 피식 미소짓게 되었다. 아, 평생 동안, 이 햇살에 감사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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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좋게 함께 자리한 듯한 레드와 핑크
푸른 잔디 위의 이 강렬함은 누구의 선택이었을까. 너무나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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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여유를 마음껏 누렸던 피크닉을 뒤로하고 호텔에 잠시 들러 짐을 두고 옷도 갈아 입고 다운 타운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비슷한 듯 새로운, 매력 넘치는 건물들에 마음을 쏙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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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부근으로 들어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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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도 타일도 온통 디자인으로, 예술로 보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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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만나게 되는 운하와 보트의 정경은 참으로 정겹고 예쁘다. 여유를 상징하는 것도 같고, 쉬었다 가라며 나를 멈추어 서게 해주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누군가는 마음이 복잡할 때 이 곳으로 달려와 보트에 올라타 한참을 물위에 유영하며 잠시나마의 탈출을 즐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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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brogade 거리. 점점 더 센트럴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빨간 벽돌 건물 벽에 무심하지만 시크하게 표시돼 있는 거리 이름. 묘하게 매력적이다. 유난히 반지하 공간이 많은 코펜하겐. 그런데 창문이 풍기는 느낌은 반지하 공간이란 게 무색하리만치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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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도시 곳곳의 매력. 건축, 디자인, 오래된 느낌, 세월의 흔적, 독특한 창문과 문, 묘한 색감....아, 이 도시를 격하게도 그리워하겠구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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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고 노닐며 거리 곳곳 누비는 여행자에게 커피 한 잔은 하루 중 그 어느 순간이든 필수이자 최고의 쉼이다. 마음에 두고 부러 찾아온 곳, ORIGINAL COFFEE. Illum 백화점 맨 꼭대기 층에 있다. 노을질 때의 아름다운 코펜하겐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플랫 화이트를 즐기기에 정말이지 안성맞춤인 루프탑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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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시크한 로고 디자인이 이름의 의미를 한층 더 배가시켜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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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서의 view가 커피 맛을 한 층 더 깊게 만들어 줄 듯! 건너편 건물 구경, 노을 구경, 사람 구경, 스카이라인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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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토록 흠모하는 북유럽 디자인 & 북유럽 인테리어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 했던 내부 공간. 컬러 조합과 가구 배치가 세련미와 여유를 물씬 풍겨낸다. 사람이 이런 매력을 낼 수 있다면 정말 치명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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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같아 보이지만 이미 저녁 시간을 향해 가고 있는... 커피와 여유와 대화를 즐기는 멋진 코펜하게너들... 나도 모르게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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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울에서도 익숙한 벽 한 켠의 공간활용. 각종 잡지와 필기도구가 놓여져 있다. 종이컵이 놓여져 있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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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훔쳐오고 싶었던 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듯 했던 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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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부그럽고 맛이 깊었던, Flat Wh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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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바라본 센트럴 거리
하늘과 함께 바라보니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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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오른 바흐의 <커피 칸타타>...
"맛있는 커피는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무스카텔 포도주보다도 달콤하죠.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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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겐 커피 한 잔 그 자체, 그 순간의 두 팔과 두 다리와 영혼의 쉼, 그리고 그 따스함이 최고의 위안이 되어주곤 한다. 나 홀로 여행자에게 추천해주고싶은 곳!


이렇게 내려다 보길 참 잘했다, 코펜하겐. 말 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내려보고 또 바라봤다. 얼마나 그리워질까. 모든 순간을, 모든 풍경을, 모든 공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내 추억은 어떻게 영글어갈까...

잠자코 생각에 잠겼다가 소리내어 읊조렸다.
"오길 참 잘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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