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단상 #10
일 하다 지루해진 오후, 내 영혼의 빈틈 사이로 오래 전 여행의 어느 순간이 잽싸게 파고든다. 이 순간엔 아무리 최근에 사들인 원두를 드롱기에 넣어 내려 마신들 커피가 맛있지 않다. 원두는 신선한데(really?), 내 영혼은 시들어있나. 아니면 여기가 회사라서 그른가...
여행 동안 혀끝에서, 목구멍에서, 코끝에서 느꼈던 맛과 향은 이제 아련한 환상에 가깝지만 왜 아직도 모든 커피 맛을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은지. 이 순간 특효약은 추억을 들춰내는 것 뿐. 딴 짓의 최고봉은 역시 여행 계획이나 여행 추억일지니. 지난 '16년 겨울 늦자락의 암스테르담-파리 여행을 소환한다.
Amsterdam
The Lot Sixty One에서 마셨던 따숩고 꼬숩던 라떼
추적추적 내리던 비와 눅눅한 바람을 전부 잊게 해주었던 너란 녀석, 암스테르담 라떼...
Screaming Beans에서 마셨던 실키한 플랫 화이트와 다크하게 묵직했던 콜롬비아 원두 드립 커피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Cafe로 선정됐던 이 곳. 꽤 오래 머물며 무언가를 열심히도 끄적였던 순간...
이른 아침 담 광장 산책 후, Hotel V의 레스토랑 The Lobby에서 아침을 먹으며 마셨던 커피
다음 암스테르담 여행엔 꼭 이 부티크 호텔에 머물러야겠다, 라고 메모했던 기억이...
PARIS
La Cafeotheque - 세계 최고의 카페 10곳에 선정됐던 곳
소르본 대학 근처를 한없이 거닐다 외로워질즈음 최고의 위로를 받았던 커피로 기억한다.
Le Pure Cafe - the 'Before Sunset' 카페라고 해야 더 실감나지...
환상의 조합이었던 커피와 브리오슈.
그리운 이들에게 엽서를 쓰며, 제시와 셀린느를 생각하며, 그렇게 한적한 오후를 보냈던.
그리운 순간. 그리운 기분. 그리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