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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웬디스 레드 Jul 15. 2020

코로나, 대체 어디서 데이트해?

판데믹 아래 소득수준에 따른 데이트 장소 양상

 2020년 상반기 COVID-19는 전 세계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연애시장을 강타했다. 몇 분만 근처에서 숨 쉬어도 빠르게 전염되는 비말 호흡기 질병 앞에 밀접접촉이 필수였던 수많은 연인들이 시련받았고, 계속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과연 어디서 만나야 할까. 출산도 결혼도 어렵다는데, 그 전 단계인 연애부터 왜 이렇게 쉽지 않을까. 생각보다 서울 안에서 미혼커플들의 아지트를 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거나 본가와 떨어져 사는 자취인들이라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코로나는 수많은 외부인들을 피해, 단둘이 오붓하게 한 집에 붙어있을 명분을 주었으니까. 또한, 약간의 출혈소비로 이미 자동차를 장단기 보유하고 있는 카푸어 동료들도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었을 것이다. 아늑한 차 내에서 조금 비좁을 수 있지만, 타인과 최소한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 또한, 너무 답답할 때 서울 외곽으로 드라이브하면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옵션도 있지 않았는가.


집 없고, 차 없는, 너와 나


 하지만 가장 피해를 받고 어려운 연인들은 집도 차도 없는 사람들이다. 바로 수많은 캥거루, 우리들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다닥다닥 뭉쳐 살기 때문에, 독립된 자신만의 공간이 없으면 사실상 안전거리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집도 차도 없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외부인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정욕에 미쳐서 분별없이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느냐고 세간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2020년의 연초부터 반기가 지나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연인을 페이스톡을 통해서만 만날 수는 없었다. VR과 연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데이트 할 수 있는 곳이 너무도 없지 않은가. 길거리, 음식점, 쇼핑몰 어디를 가도 다른 사람들과 마주쳐야 했다. 서울은 이렇게 큰 곳인데 쪼개보면 전부 다 폐쇄된 어느 공간의 집합체였나보다. 이곳은 자비 없이 다수의 인원한정된 공간에 몰아넣었다. 즉, 데이트에서 단둘이 고립되는건 불가능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다고 예전에 커플만의 용도로 애용했던 초단기 부동산 시설을 이용하기도 애매했다는 점이다. 호텔만 해도 파리가 날린다던데, 모텔이나 유사 밀폐된 방 시리즈들은 보다 뭔가 찜찜했다. 환기와 청소가 얼마나 잘 되어있을까. 물론 업주분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를 유지시키기 위해 꽤 많은 위생적인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든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었다.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나와 내 연인에게 바이러스 로또가 당첨될까봐. 이 작은 사랑을 지키려면 가지 말아야 할 곳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에 답은 한강밖에 없다. 밀폐되지 않으면서 그래도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실외. 실제로 너도나도 점점 한강에 몰려들었다. 물론 그곳에 미혼커플이 아닌 사람들도 많고, 미혼커플이지만 집과 차도 다 있으면서도, 정말로 한강이라는 장소를 이유불문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팍팍한 서울, 길어져가는 격리기간, 각자의 사정을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다. 돌을 맞아야 한다면 슬프지만 기꺼이 맞으리라. 그런데 미혼 커플들에게 정말 안전한 데이트 대안이 존재하는 걸까?


 앞으로도 코로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인류와 함께 할 것이다. 따라서 진심으로 다른 데이트 장소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다른 사람과 부대끼지 않아서 그나마 자신의 연인이 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도록, 본인만 모르던 숨겨져 있던 피난처가 있기를 절박하게 바란다.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그런데 거대한 판데믹 하에, 가난하다면 이렇게 사랑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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