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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웬디스 레드 Jul 03. 2020

남자와 카풀하면
이 자리에 앉으세요

TPO, 그리고 LOVE에 맞는 위치 선정

 사회생활 하다보면 종종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얻어 탈 일이 있다. 회식 전후, 출장, 지인의 배려로 어쩌다 이성의 차를 타게 되면 두뇌와, 그리고 가끔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가동된다. 과연 어느 자리에 타는 것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적의 선택일까. 몇 평 남짓한 그 공간에 서려있는 미묘한 사회적 함의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그전에 이 논의는 일반적인 4인승 차량에 이성과 단 둘이 탔을때를 한정한 부분임을 명시한다. 40인 이상 대형버스 내 동승이나 3인 이상 합승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은 온전히 무의미할 수 있다.


 운전자인 남성을 제외하고서는 다음과 같이 총 3가지의 자리가 있다. 좌측 상단부터 순서대로 1, 2, 3의 자리라고 지칭해보자.

 

쇼 미더 자리!


 먼저 1의 자리에 앉는 경우는 매우 명쾌하다. 본인이 그 남성의 사장님이거나 그에 준할 때다. 차량 내 대각선의 배치는 보통 계약이나 권력의 관계를 의미한다. 보통 택시에 탈 때 이 자리에 앉는 것을 기억해보자. 또한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면, 극 중 송강호의 사장님이었던 이선균이 또한 바로 이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도 말이다. 따라서 그 외의 경우에는 적합한 자리가 아니니, 혹시나 불온한 의도를 가지고 일부로 이 자리를 점유하지는 말자. 어쩌면 이선균이 영화 내에서 겪었던 일과 비슷한 불운이 기다릴 수 있으니.


 그 다음으로 2의 자리에 앉는 경우는 다소 특수하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회식 후 이성간 같은 열의 좌석, 즉 바로 옆에 앉지 말라는 사내 가이드라인이 있다. 혹시 그 지침을 만든 사내 인사팀과 동승한 경우, 이 자리에 앉아 반응을 지켜보도록 하자. 사내 인사팀이 어떠한 의도에서 가이드를 설정하였으며, 실제로 사적으로도 모범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3의 자리는 아래의 질문에 YES의 답이 나오는 모든 경우에 앉으면 된다.

그와 내가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도 원활하게 유지하고 싶은가? (직장동료, 선후배, 지인 포함)


 깔끔한 결론이다. 사실 웬만한 대다수의 경우  자리에 앉으면 된다. 운전자 남성이 따로 요청하지 앉은 이상, 바로 옆자리에 앉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동승자는 운전자를 도와 졸음이나 전방주시를 보조하며 안전한 운행에 협조해야한다. 따라서 혹시나 상대가 마음에 들었면 이 자리가 너무 노골적인 것은 아닐지 고민하면서 망설이지 말자. 상대가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그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판단해도 좋을 정도니까. 먼저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나 배가 꼬르륵 거리는 등 불필요한 잡음이 나지 않게 음악이나 라디오를 켜보자. 좁게 밀폐된 공간, 전방주시를 위해 시선이 앞을 향하다 보니 딱히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은데 이상하게 또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때 과감하게 팔꿈치라도 스쳐보면서, 서로의 정이 더 깊어지게 만들어보자. 눈 앞에 펼쳐진 이 길이 바로 사랑으로 향하는 길이다.


 다만, 상대가 성별의 다름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 존재 행동에 주의해야한다. 괜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자. 예시 주제로는 날씨, 뉴스 등이 있다. 영화나 음악 등의 화제는 편하게 꺼내기는 좋지만 혹시나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대화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혹시나 불필요한 오해를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엄격히 전의 주제를 고수하는 것 추천한다. 앞으로의 상호간 원활한 사회적인 교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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