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체리와 싸웠다.

아빠 육아 이야기

by 워리치

체리와 싸웠다. 체리는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문이 조금 열려있나 싶어서 가보았지만 꽉 닫힌 문도 체리의 울음소리를 감추지 못한다. 들어가 볼까? 하지만 지금은 내키지 않는다. 털썩~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었지만, 몸은 피곤하지만, 눈은 부릅뜨고 있다. 나도 화가 난다. 어떻게 화를 누그러뜨릴지 모르고, 가쁜 숨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지 못했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닌 지 1년이 되지 않는 녀석의 첫 번째 겨울방학도 겨울날씨만큼 지나가고 있다. 우리 함께 너무 오래 붙어있었나?


"아빠. 심심해.."

"나도 심심한데?"

"인형놀이 하자.."

"아빠 일해야 돼~"


인형놀이하자고 이야기할 때는 내 목소리에 징징거림이 들어가 있다. 누가 아이고 누가 어른인지.. 참,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체리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들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 채 내 일을 하고 있다. 괜히 가면, 같이 놀자고 할까 봐, 그리고 잔소리할까 봐. 그리고 20여 분이 지났고 그 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이내 내 고막이 거기에 익숙해져 버렸을까?


"이게 뭐야!!"


어느새 체리방에 서있다. 지금 보는 광경은 익숙하지 않다. 체리 책상은 문 앞에까지 나와있고, 바닥은 어지러웠다.


'"체리야. 왜 책상이 여기 있어?"

"어, 아빠 내 방이니깐 방구조를 바꿔보려고."

"음,, 그래?"


체리는 22Kg, 책상은 족히 10Kg은 나갈 것이고 크기도 크다. 이걸 어떻게,,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마룻바닥이 긁혀있다.


"체리야, 이거 왜 옮겨?"

"침대 옆에 책상을 두려고.. 그런데 좁아서 안 되겠어.."


그러면서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아이패드로 TV를 본다. 그냥 내버려 두었어야 한다. 그냥. 그런데 너무나 볼썽사나운 방, 그래서 책상만 원위치시켜주려고 했는데, 책상 스탠드 전원코드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분노 게이지가 '7'을 넘어선다.


나한테는 열 단계 분노게이지가 있다. 1에서 7까지는 평온하다. 하지만 7을 넘어서면 바로 10이 돼버린다. 그러면 안 되는데, 7을 넘어서버렸다.


"체리야, 이거 전원코드 어디었어!!!! 지금 보고 있는 거 꺼!!!"


체리는 잽싸게 패드를 종료하고 쪼르르 달려온다. 머뭇머뭇,, 나는 계속 쏟아낸다. 마치 변비환자가 관장을 하듯이 그렇게 쏟아내 버린다. 그러면 안 되는데,,, 체리의 순진한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지만 멈추지 않았다. 체리는 분명 이 상황을 알고 무마하려고 나를 안지만 나는 오른쪽 팔로 슬쩍 밀어버린다.


"마루 다 긁히고, 전원코드는 없고, 책은 책대로 바닥에!!!"


발 밑에서 머리끝까지 모두 모아서 입으로 내뿜는다.


그렇게 체리와 싸웠다. 체리는 자기 방 문을 닫고 계속 운다. 엄마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 숨소리도 자연스럽지 않다. 결국 나는 밖으로 나와버렸다. 오전 10시, 시원한 햇빛과 같이 아침의 쌀쌀함이 남아있다. 나왔지만,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온 듯이, 온통 신경은 집에 있다. 춥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체리야,, 나와봐!!!"


체리는 눈두덩이가 부은 채 내 앞에 있다. 그 안에 눈빛은 울음을 참으려고 반짝거린다. 참, 이러면 안 되는데, 귀엽다. 너무나 귀엽다. 조울증인가?


"체리야, 아빠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방어막 해제, 체리는 꺼이꺼이 운다. 등을 토닥토닥!!! 더 운다. 체리의 약 10분의 1만큼의 눈물이 나한테도 맺히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한창 그렇게 토닥토닥,, 체리의 들썩거림이 잠잠 해질 즈음,,


"왜 책상을 옮겼어?"


울음 반, 대화 반이어서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내용은 이러했다.


이 집에 온 지는 이제 2년 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사할 때 체리가 6살이었고, 이사라는 번거로움을 체리에게 경험해주고 싶지 않고 싶었을까? 체리는 할머니집에 약 2주 동안 있게 하고, 인테리어부터 이사까지 진행했다. 그때 우리 기준으로, 체리의 상의 없이, 체리방을 꾸몄다. 나름대로 편리하게, 그리고 예쁘게 꾸몄지만 그건 우리 기준이었다.


체리가 커 갈수록 자기 방이 그리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 기준으로 자기 방을 꾸미고 싶어 했다. 단지 그 이유, 항상 스스로의 기준을 중요시하면서 우리의 기준을 강요했다. 그 기준이 어긋나면 우리는 잔소리 혹은 화로 답했다.


"왜 나만 혼이 나야 해? 왜 나만 지켜야 할 게 있어?"


1학년인 체리가 자주 했던 말이다. 솔직히 이 말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20년 전만 해도 '어디 어른한테 말대꾸를..' 이런 식으로 무마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빠, 엄마도 혼도 나고, 지켜야 할 게 많아..' 정답은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무마시켰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체리도 아빠도, 하지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가 정답이지만 부모들은 '진짜 건강하게만 자라면 어떡하지?' 이런 의도가 숨어있다. 행동과 생각이 어깨동무를 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힘들어진다.


육아는 힘들다. 힘듦이 기본값이지만 분노 속에서 귀여움을 보듯이 인생도 그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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