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미사리 조정경기장 핀수영
막상 출발선에 서니 두려움이 몰려온다.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
두렵지만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키면 실패다.
딱 피크닉 하기 좋은 봄날씨다. 가족단위로 풀 밭에 여기저기에 모여서 웃음소리, 그리고 고기 굽는 냄새, 여러 가지 냄새들과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나에게는 없다. 그리고 웃고 즐기는 가족들은 나 따위,, 관심이 없다. 그냥 훈훈한 날씨와 물가, 그리고 시원은 그늘 안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즐길 뿐..
저 쪽은 축제인데 이곳은 긴장감이 감돈다. 가장 심플한 복장으로 출발선에서 몸을 푸는 사람들, 그리고 가끔씩 들리는 응원소리, 그렇게 출발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나는 내 분수도 모른 채 휩쓸려서 3Km를 완주하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간다.
실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많은 수영인들 인파 속에 가장 앞 쪽에서 출발했다. 내 시야는 약 30미터 앞에 부표만 보인다. 그곳까지 가면 부표들 사이에 둥둥 떠있는 라인을 잡을 수 있다. 여차하면 그 줄을 잡고 '살려달라'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래 거기까지만,,
물 1리터는 먹은 듯하다. 뭍에서 그 인파들이 이곳에 다 있다. 앞으로 가는 건지, 옆으로 가는 건지, 밑으로 가는 건지,,, 위로는 갈 수 없으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부표만을 향해 팔을 휘두르고 발을 굴렸다. 발에 무언가가 닿이고, 누군가 발에 얼굴을 맞고 물을 먹는다. 정신이 없다. 중간에 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면 시커먼 오리발이 나를 툭 친다. 떠밀리듯, 그렇게 부표까지 온다. 부표를 잡을까? 고민을 약 2초 정도 하다가 여기서 부표를 잡아버리면 정말 '헬프미'를 부를 것 같았다.
라인이 떠있는 영역에 들어오니, 정리가 되는 듯하다. 부표까지는 깔때기처럼 병목현상이 생기다가 풀린다. 마치 톨게이트를 통과한 차들이 다시 자기 차선을 잡아가듯이.. 그렇게 난 허우적허우적 팔을 움직인다. 이제 30미터 왔는데 체력의 반 이상은 쓴 듯하다. 사람들 간의 간격이 생기니 그나마 내 페이스를 맞출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수풀인지 먼지 내 몸을 훑고 갈 때는 소름이 쫙~ 생긴다. 탁한 물, 내 팔도 보이지 않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녹색물... 발은 닿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무섭다. 겨우 100m를 왔을까? 아직 2,900m가 남았는데... 애써 생각하지 않고 한 팔 한 발에 집중한다.
툭툭, 자꾸 라인에 손을 부딪힌다. 그걸 피하려고 하면 어느새 라인과 멀어져 있다. 그렇구나, 내가 일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있구나... 수영장에서는 라인 아래에 선이 그어져 있다. 자기도 모르게 그 선을 기준으로 얼라인한다. 참 편했구나..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누군가 친절하게 그어진 그 선을 따라오고 있었구나. 하지만 세상은 선이 없다. 내가 눈으로 보고, 힘 조절을 하면서 나만의 선을 만들면서 가야 한다.
동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 동료들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사치였기 때문에, 한참을 왔을까? 모터소리가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들린다. 아~ 그래, 그렇구나...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후미그룹에는 혹시나 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터보트가 따라온다고.. 그래 지금 내 위치다.
모터소리를 박자 삼아 팔을 휘두른다. 초반보다는 호흡도 괜찮고, 팔은 마치 노 젓는 장난감같이 움직이고 있다. 자율신경인가? 그렇게 가다 보니 어느새 반환점이다 그래 1.5Km 왔구나. 나는 돌아선다. 그리고 아주 멀리 정확하게 1.5Km 떨어져 있는 출발선이 수경에 뭍은 물 때문에 흐릿하게 보인다. 그래 이제 돌아가면 된다.
알 것 같다. 직선으로 가는 방법을 이제야 알았다. 멀리 보면 된다. 가까이를 보면 방향성을 잃어버린다. 팔 6번에 한 번씩 고개를 쑥 들어 올려 출발점에 보이는 구름 한 점을 본다. 그래 그 구름만 따라가면 돼.. 그렇게 아주 멀리 있는 한 점의 목표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팔을 휘두르고 발을 구르는 것뿐..
모터보트는 아직 근처에 있다. 힘들면 떠서 손을 들면 된다. 아주 쉽다. 하지만 절반이 넘어선 지금, 너무 아깝다. 겨드랑이는 쓰려오는 느낌이 들고, 어깨에 통증이 느껴진다. 사실 수영장에서 한 번도 3Km를 완주한 적이 없다. 1Km 정도는 했었는데, 의지라는 게 참 그렇다. 쉴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으니, 나는 적당히 피곤하면 쉬어버렸다. 그래서 한 번도 완주한 적이 없다.
여기는 야생이다. 의지가 없어도 쉴 수가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목표에 대한 방향성도 깨달았다. 거기 저 구름, 숨을 쉬로 나올 때 힘차게 빛을 발하는 태양만이 보이고 모터소리와 내가 뿜는 물소리.. 그리고 시원한 게 물을 가르는 감촉만이.. 머리가 멍해진다. 멍해진다는 표현보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기분...
나와의 싸움, 이제 출발할 때 같이 따라온 가족들이 풀 밭에서 시끌벅적 즐기는 소리가 점점 들려온다. 여전히 태양은 뜨겁고, 물은 차갑다. 합쳐지니 시원한 느낌, 맑은 정신, 약 1시간 정도의 수영의 끝이 저기 보인다. 그래 조금만 더...
207명 중에 201등, 나의 등수였다.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체크되고 뭍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1시간 만에 나는 인어가 되었다. 다리가 뭍으로 들어 올려지지 않아 스텝의 도움을 받아 끌려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없는데 메달을 목에 걸어준다. 도수가 없는 수경이라 모든 게 뿌옇게 보이는데 누군가가 나를 아는 척한다. 이제 보인다. 동료들의 모습이..
모든 동료들이 먼저 들어왔다. 내가 마지막, 하지만 성공이라는 기분!! 행복하다. 그런데, 나중에 찍은 사진을 봤는데 사진 속에 내 모습은 패배자의 모습, 아직 물에 띵띵 불은 얼굴에 힘들어서 억지로 웃는 모습, 반면에 동료들은 이미 휴식을 취하고 부기도 빠져서 말짱한 모습...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