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서로를 완성하려 들지 않고 곁에 서 있는 일이다.” 버지니아
O에게
어제 네가 보낸 긴 메시지를 다시 읽어봤어.
자기 싫은 점을 줄줄이 나열하던 그 글 말이야.
사람들 앞에서 말이 잘 안 나온다는 것,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혼자 있을 때 자꾸 자기를 깎아내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네가 네 자신을 면접 보듯 평가하는 느낌이었어.
ㅣ“이래도 나를 사랑하겠니"
그 글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너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어.
“나는 네가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보다,
네가 스스로를 괜찮지 않다고 느끼는 그 얼굴까지 포함해서 좋아한다.”
너는 가끔 말하잖아.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해도 되냐고.
언제 내 단점 때문에 실망해서 떠날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실망시키려고,
더 강해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너의 그런 불안을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초점이 이상하게 겹쳐 보여.
네가 말하는 단점들이,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내 단점들이랑도 비슷해서 그래.
표현이 서툴고,
사람들에게서 괜히 눈치 먼저 보게 되고,
누가 실망할까 봐 선택을 망설이는 그런 부분들.
그래서 너를 위로하려다 보면,
결국엔 나 자신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걸 깨닫게 돼.
우리는 어쩌면,
ㅣ자신을 향해 한없이 엄격한 세대일지도 몰라.
늘 더 나아져야 한다고,
지금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언젠가 들키면 안 되는 결함이 있다고 믿으면서 살아가는.
그런 세상 속에서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인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네게,
기적을 약속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한 가지는 약속해 보고 싶어.
너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를 먼저 보려고 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늘 강조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는 것 같아.
하나는 상대를 바꾸려고 달려드는 방향.
“조금 더 이러면 좋겠다, 이런 점만 고치면 완벽할 텐데”라고,
머릿속에서 몰래 도면을 그려놓고
그 도면대로 맞춰 보려 하는 사랑.
다른 하나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멈춰 서 보는 사랑.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그 장면에서 그렇게 움츠러드는지,
왜 밤마다 같은 고민을 되풀이하는지.
바꾸려 들기보다
ㅣ그 마음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쪽.
나는 되도록이면
두 번째 방향으로 사랑하고 싶어.
물론 나도 자주 실패하겠지.
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괜히 충고하고 싶어질 테고,
내 기준의 ‘괜찮음’을 너에게 강요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을 거야.
그래도 적어도,
우리가 서로의 단점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그래도 너는 이런 장점이 있어”라고 서둘러 덮어버리지 않고,
먼저 그 단점을 끌어안고 있는 네 마음에
조용히 같이 앉아 있고 싶어.
어제 네 메시지를 읽으면서,
그 마음이 더 또렷해졌어.
너의 두려움이
우리 관계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 두려움을 내 앞에서 말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관계의 가장 큰 근거라는 것.
언젠가 네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아마 그때의 너는
지금보다 조금은 다른 단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새로운 환경에서 생긴 불안,
더 깊어진 고민,
다른 종류의 자책들.
그래도 나는
이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완성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서 사랑하고 있다.”
지금 자기를 괴롭히는 그 단점들까지 포함해서,
네가 어떤 얼굴로 있더라도
내가 가능한 한 오래 곁에 서 있겠다는 마음으로
오늘의 편지를 마무리할게.
네 단점을 함께 세어 보고 있는 C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