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무의식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
일반인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 보면 종종 동갑인 학생을 만나게 된다.
요즘은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게 예의가 아닌지라 2~3번 정도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 연배를 가늠할 지점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가 고등학교 때 원더걸스가….”
“어? 실례지만 나이가…?”
같은 나이에 선생과 학생으로 나뉘는 게 웃기긴 하지만,
사실 서로 적정선만 유지한다면 생각보다 꽤 재밌게 진행되는 편이다.
수업 끝나고 맥주 한 잔씩 하러 가기도 하고,
사는 고민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동갑내기 학생이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직장에 다니며,
일반인치고는 6개월 정도라는 꽤 오랜 기간 수업을 받았다.
타 지역으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 MBTI를 묻고 싶을 정도로 수업을 하면 내 기가 빨릴 정도로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INFP이기 때문이었다.) 동갑임을 알게 된 이후부터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수업 때 외제차를 몰고 왔으며 (종종 집까지 태워다 줘서 좋았다) 집이 굉장히 부유했다.
심지어 이리저리 떠들다 보면 묻지도 않았는데 성형 수술했다는 것까지도 TMI로 말했던 사람이다.
솔직히 왜 글 수업을 받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그때도 나는 수업을 하며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떠들었고,
그녀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카페에서 누가 듣든 말든 자신의 성향에 대해 마구 떠들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SM을 즐긴다고 말했고,
나는 제발 조용히 좀 말하라며 다그쳤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말의 표현이나 행동이 1차원적인 듯 단순했으나,
절대 단순하게 생각해서 나오는 말은 아니었다.
당시 나도 'SM플레이'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한정된,
상당히 '이상한 짓'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SM플레이'에 대한 정보를 많이 물어봤고,
그녀는 원래 이런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지만 선생이기에 해준다며 굉장히 신나게 설명해줬다.
솔직하게 호기심이 없진 않았지만 무서웠다.
태어나 실제 SM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내 기를 빨아먹는 듯한 텐션을 제외하곤 (이 또한 나는 사실 거의 모든 배우들에게 기를 빨린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좋은 대학에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그녀는 왜 SM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그녀가 써내는 글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겉모습과 내면의 괴리는 흥미로운 캐릭터와 서사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당신의 글에 입체감을 더하는 3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외적인 요소는 '단서'로만 활용하라.
좋은 직장, 외제차, 성형수술 고백 등은 그 인물의 서사를 완성하는 '단서(Clue)'일 뿐이지, 그 사람의 본질은 아니다. 독자에게 겉모습(벤츠)을 보여주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슬픈 글)를 제시하며 흥미를 유발하라.
2. 겉모습과 내면의 '모순' 지점을 포착하라.
글의 힘은 '일치'가 아니라 '모순'에서 나온다.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동시에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해 헤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 괴리가 클수록 독자는 "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글에 몰입하게 된다.
3. '글쓰기'를 '가면 벗는 행위'로 정의하라.
글쓰기는 곧 자기 내면의 기록이다. 글쓰는 과정 자체를 "사회에서 억지로 씌워진 가면을 스스로 벗어내는 과정"으로 해석하라. 이는 당신의 에세이에 깊은 철학적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