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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Sep 18. 2019

목장으로 향하기 딱 좋은 계절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초원 놀이터, 우리나라 목장 나들이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푸른 초원을 달리며 낭랑하게 합창하던 아이들. 늦은 밤 우연히 본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은 어린 내 마음에 콕 박혔다. 아이들과 처음 목장을 방문했던 날 마주한 이국적인 초록 들판은 내 어린 시절 기억의 한 페이지를 불러왔다. 목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낭만을 좇는 개인적 취향 때문이었다.


The Sound of Music. Photograph: Allstar/20th Century Fox


‘우리 같이 목장에 갔던 거 기억나?’ 


목장 나들이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우리 집 남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같이 목장에 갔던 거 기억나?’ 한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기다렸다는 듯 수다가 쏟아진다. 


아기 송아지에게 우유병을 물려주었는데 어찌나 힘이 셌던지, 갓 짠 우유를 손바닥에 받아 마셨는데 얼마나 따뜻했는지, 큰 트랙터를 타고 오른 목장 꼭대기의 바람이 얼마나 시원했는지 등등.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주말의 명화를 보지 않은 이 아이들에게도 목장에서의 시간은 참 낭만적이었다. 



빽빽한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겐 이국의 풍광으로 느껴질 만큼 생경한 푸른 수평의 풍경. 그곳에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동물들과의 교감, 바람과 햇살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는 경험. 푹신한 흙길의 탄성을 받아 향긋한 풀내음 벗 해 걷는 긴 산책의 뿌듯한 고단함.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야 누릴 수 있는 오감의 충족이 그곳에 있다. 


그렇다. 목장으로 향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왔다. 


이번 주말, 초원 놀이터 '목장'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첫 번째 목장

대관령 하늘목장


대관령의 목장들 중 최근에야 일반에게 개방된 목장으로 웅장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풍광을 자랑한다. 목장이 너무 넓기 때문에 제대로 둘러보려면 트랙터를 타야 하는데 아이들 키를 훌쩍 넘는 큰 바퀴를 가진 멋진 트랙터를 타고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이 어우라진 풍경을 오르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트랙터로 왕복을 해도 좋지만, 산책을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정상에서부터는 걸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들꽃이 흐드러진 풍경 속을 거닐고 있노라면 영국 시골 어드메를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목장 초입에는 제법 큰 놀이터도 있다. 


서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트랙터를 타고 목장을 횡단하는 경험
높은 트랙터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낯설면서도 짜릿하다.
정상에서 내리면 썰매 타고 내려오고픈 드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물들 덕분에 산책이 더욱 즐겁다.
정상에서 걸어 내려온 아이들에게 선물과 같은 목장 초입의 나무 놀이터 


대관령 하늘목장을 즐기는 팁

소나 양을 방목하여 기르는 목장은 그늘 한점 없는 넓은 초원이 대부분이다. 목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날씨를 잘 선택하여 방문해야 한다. 해를 가려주는 모자와 흙투성이가 되어도 괜찮은 편안한 신발이 필수다.


대관령 하늘목장 찾아가기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꽃밭 양지길 458-23

전화번호: 033-332-8061 

입장료: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양 떼 체험, 트랙터 등은 별도 요금)

운영 시간: 9:00 ~ 17:30 (연중무휴, 16:30 입장 마감 / 하계 시즌 (4~9월)과 동계 시즌(10~3월)에 따라 다르므로 가기 전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 http://skyranch.co.kr/kr/


온몸으로 햇살과 바람을 마주하는 순간



두 번째 목장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국내 1호 체험목장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목장의 일꾼처럼 송아지에게 우유도 주고, 소젖도 짜고, 우유로 치즈와 아이스크림도 만들어보면서 목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병에 담긴 우유만 보다가 실제로 우유를 직접 짜보는 경험은 어떤 추억이 될까? 
목장의 일꾼처럼 보낸 하루가 따뜻하고 정겹다.


으리으리하고 깔끔한 시설은 아니지만, 자연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목장의 풍경이 참 편안하다. 굳이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목장 구석구석에 깨알 같은 재미가 숨어 있다. 트로이의 목마를 생각나게 하는 나무놀이터, 연잎이 가득한 연못, 개울가 산책로, 작은 동물원 등 하루 종일 놀아도 좋은 곳이다.


어디부터 가볼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는 널따란 초원 놀이터
트로이의 낙타(?)  그네와 상상 속 거인 나무를 만날 수 있는 놀이터
연잎이 빽빽한 연못을 지나다 보면 연잎을 품은 다양한 상상 놀이가 시작된다. 
뿔 달린 사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동물원
목장 속 연못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물고기가 만들어준 놀이터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즐기는 팁

입장권과 체험권을 따로 판매하는데, 피크닉 매트와 간단한 간식, 물병을 챙긴다면 입장권만으로도 실컷 놀 수 있다. 곳곳에 벤치와 원두막도 많이 있으며 목장 안에 식당도 있어 도시락을 챙기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풀밭과 놀이터를 자유롭게 누비려면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찾아가기

주소: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상몽 2길 231 

전화번호: 041-356-3154 

입장료: 19세 이상: 11,000원, 18세 이하: 8,000원 (트랙터 열차 타기 포함, 체험 프로그램 별도)

운영 시간: 10:00 ~ 18:00 (17:00 입장 마감 / 하계 시즌 (3~10월)과 동계 시즌(11~2월)에 따라 다르므로 가기 전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 http://www.agroland.co.kr/



세 번째 목장

고창 상하농원


목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곳에 들러보면 좋겠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모든 공간과 시설에서 자연을 가득 담은 세련됨이 돋보인다. 모든 곳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흙과 벌레, 냄새나는 동물은 싫다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먹거리로 조리하는 식당에 최근 숙박시설까지 오픈하여 1박 2일로 가기에도 좋다. 빵 만들기, 소시지 만들기 등 유료체험도 운영하고 있는데 어른도 땀을 뻘뻘 흘려야 할 만큼 제대로다. 다만 푸른 초원을 뛰어노는 소나 양의 목가적인 풍경을 기대한다면 이곳의 호사스러움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


널따란 부엌에서 마음껏 치대고 주물럭대고 만지작거릴 수 있는 경험
손으로 직접 하는 작업에 흠뻑 몰입한 두 아이의 모습 
먹거리가 되기 전의 모습을 보고 만져보는 경험


고창 상하농원을 즐기는 팁

주말이나 휴일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과 체험 모두 어려울 수 있다. 먼 곳까지 가서 허탕 치지 않도록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 후 방문하시기를 바란다. 


고창 상하농원 찾아가기

주소: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상하 농원길 11-23

전화번호: 1522-3698 

입장료: 대인 8,000원, 소인 5,000원 (먹거리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별도)

운영 시간: 9:30 ~ 21:00 (17:00 이후 무료입장)  

홈페이지: http://www.sanghafarm.co.kr/brand/



네 번째 목장

대관령 양 떼 목장


우리나라 목장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한 목장으로 언제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양 떼 목장의 참 멋을 즐기고 싶다면 목장이 문을 닫기 1시간 전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사람이 몰리는 양 먹이주기 체험은 과감히 포기하고 바삐 돌아가는 사람들과는 반대방향으로 호젓한 목장의 언덕길을 오르자. 해가 붉게 노을을 그릴 때의 목장은 한낮의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친다. 함박눈이 쏟아진 한겨울의 목장도 참 멋지다. 


화단이 아닌, 넓은 초원을 만나면 나오는 초록 초록한 표정
무작정 우다다다 뛰고 싶은 욕구가 드는 목장의 언덕길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목장 길을 걷는 순간이 낭만적이다.


대관령 양 떼 목장 찾아가기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 마루길 483-32 대관령 양 떼 목장

전화번호: 033-335-1966 

입장료: 대인 6,000원, 소인 4,000원 

운영 시간: 9:00 ~ 17:30 (1시간 전 매표 마감, 월별로 운영 시간이 다르니 홈페이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홈페이지: http://www.yangtte.co.kr/




다섯째 목장

농도원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으로 철저하게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사전에 예약한 인원에 한하여 목장을 개방하고 체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번잡하지 않게 하루 종일 목장을 즐길 수 있다. 체험료가 다소 비싸지만 송아지 우유주기, 젖 짜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치즈 만들기 등 알차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아름답게 정비된 목장에서 도시락도 먹고 연을 날리거나 공을 차는 등 신나게 뛰어노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토록 넓은 초록 운동장이라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송아지들이 왠지 모르게 개구지다.
송아지 콧김이 휘날리는 풀에 얼굴을 맞기도 하는 진기한 경험


농도원 찾아가기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원양로 377번 길 1-34 농도원목장

전화번호: 031-321-0445

입장료: 기본 체험: 17,000원 / 낙농체험: 만 13세 이상 25,000원 만12세 이하 23,000원 (주말, 공휴일은 낙농체험으로만 진행)

예약 홈페이지: http://www.nongdo.co.kr





어른이 되어 다시 본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다둥이 가족의 육아를 맡아 늘 분투 중이며, 종국엔 나치의 위협으로 온 가족의 생사의 탈출까지 감행한다. 그러나 아마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은 초원에서 도레미송을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즐거운 피크닉의 낭만으로 이 영화를 기억할 테다.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일이란 현실 자각의 연속이다. 미디어와 항간에 떠도는 정보들은 더더 각박한 현실을 일깨워주겠다는 듯 안달이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이 일상인 아이들이 먼 훗날 기억하게 될 유년의 풍경은 무엇일까? 사회와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지만, 현실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기다렸다는 듯 다른 하나가 몰려온다는 것을 우리는 인생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앞으로도 제법 고단할 예정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선배로서,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덜어주고픈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이들의 삶에 몇 개의 아름다운 씬을 더해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몇 장면이 우리 아이들의 유년 전체를 낭만적으로 기억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말이다. 환한 얼굴로 앞다투어 목장에서의 추억을 읊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은 것은 되려 나였다. 


인생의 명장면을 남기기에 목장은 언제나 OK다.


  

+ 더 많은 목장 정보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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