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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Mar 01. 2020

팬심으로 파헤쳐본 826 National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책이 만들어지는 비밀의 공간   

팬심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저는 (종종보다는) 자주 파트너들과 팬심으로 일을 합니다. 여기서 팬심으로 일한다는 것은 미팅에서만 나누는 대화로는 성에 차지 않아 사무실로 찾아가 따로 인터뷰를 하는 것, 구글과 네이버에 검색을 해가며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행보를 추적하며 혼자 감탄하는 것, 관련 글이나 기사, 영상을 모두 찾아보며 설렘과 영감을 키워가는 것 등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팬심의 대상이 현재 함께 일하고 있지 않은 (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전혀 연락처가 없어 마음을 전하길 없는 경우도 있죠. 오늘 소개하는 826 National('826 내셔널')이 바로 딱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작년 5월, 윤미님을 통해 발견한 그림책 작가 맥 바넷의 인터뷰를 읽다가 그가 '826LA 이사회'에 활동하고 있다는 구절을 만났고, 826 내셔널(826 National)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움찔거리는 덕후의 촉을 따라 리서치해보니 826 내셔널은 LA, 워싱턴 DC를 포함해 미국 9개 도시에 퍼져 있었습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요? 마침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워싱턴 DC에 출장을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 그렇게 작년 6월 불쑥 826DC를 찾아갔습니다.



운명적인 첫 만남의 순간을 기록해두길 얼마나 잘했는지!


강렬했던 826DC와의 첫 만남


826 내셔널의 9개 챕터는 각각 저마다의 이야기를 살린 테마의 가게(Storefront)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갔던 826DC는 마술가를 위한 '티볼리의 놀라운 마술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비현실적이어서 대놓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점 덕분에 이성의 끈을 내려놓고(?) 제대로 엉뚱해질 준비를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버저를 누르고 우리만의 비밀코드 'NOVEL'을 외쳐야 문이 열린다거나, 가게 곳곳에서 마술과 함께 사라진 듯한 토끼의 흔적을 만나며 신나게 4차원의 세계로 빠집니다.


새장을 탈출한 토끼와 수조를 탈출한 7세 TOMMY는 어디로 갔을까?
인형의 머리를 누르면 열리는 비밀 통로

글쓰기 공간(writing lab)은 비밀 공간(Secret library)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또 다른 문을 통과해야 갈 수 있습니다. 826DC에서는 단순한 벽장식인 줄 알았던 인형을 누르니 작은 쪽문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공간을 오가는 순간까지도 마음껏 엉뚱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안전한 제3의 공간'의 흔적이 반가웠습니다.


한껏 엉뚱해진 마음에 용기를 얻어, 177cm의 장신이지만 몸을 굳이굳이 반으로 접어 쪽문으로 통과해봤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글쓰기 공간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실망할 틈 없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 벽면 곳곳, 선반 하나하나를 둘러보니 공간이 전부 말할 수 없는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826DC를 파헤치는 키매니저와 민매니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공간인 만큼, 중요한 공지는 다양한 언어로 적어둔다거나 눈이 닿는 거의 모든 공간에서 글과 그림을 통해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서 선언하고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 언어, 배경, 경험이 얼마나 축복받을 가치인지 모든 공간에서 속삭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공간을 감싸는 공기처럼 벽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양성 존중의 메시지'


또한 아이들 한명 한명, 아이들의 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테크닉, 문구(Quote), 흔적이 여기저기에 숨어있었습니다. 특히 Love and logic solution이라는 글이 인상 깊었는데요. 같은 메시지더라도 어떻게 표현해야 지시하는 상하관계처럼 들리지 않고, 동등하게 존중하는 관계를 쌓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꿀팁이 가득했습니다.


826DC에서 출판한 아이들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들이 꽤 많았다. 커뮤니티의 힘이란. (우측 :Wall of Fame)


가게가 '이렇게까지 엉뚱해져도 돼'라고 말을 거는 공간이라면 글쓰기 공간은 아이들 누구나 '여기선 안심하고 너답게 해도 돼'라는 (보이지 않는) 마술을 부리는 공간 같았습니다.


불쑥 찾아갔고, 가기 전까지 어떨지 설렘 반 긴장 반이었던 826DC 투어는 2시간여 만에 끝났고, 가슴 속에 진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만 받은 영감이 아까워서, 좋은 건 알려야하기에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뉴스레터인 아르떼 365를 통해 소개되었죠.


첫 번째 글: 창조하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공간, 작업실

두 번째 글: '글쓰기'라는 비밀 도구를 만나는 공간, 스토리 작업실


또 한 번의 마법(?)이 일어났습니다.


글을 쓰고나서 혹시나 해서 개인 인스타에 올리면서 826DC를 태그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 맙소사...! 아침에 826DC에서 DM이 와있었습니다. 글을 혹시 영어로 번역을 해줄 수 있는지, 826DC 뉴스레터와 블로그에 싣고 싶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걸까! 팬심 충만한 826 덕후로서, 이런 Magical 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


SEE SAW의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꽃나무 아래님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기나긴 글을 번역해서 전달했고, 몇 차례의 편집을 거쳐.. 그렇게 826DC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제가, 아니 제 글이 등장했습니다!!! (#성공한덕후 #민매니저)


팬심으로 쏘아올린 작은 공이 민매니저의 '올해의 순간'을 만들어줬습니다.  


+ 글 자세히 보기:


여기서 멈출  없다, 이번엔 826 내셔널이다!


사실 작년부터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 '스토리 스튜디오'를 야심차게 준비, 기획하고 있었기에 826DC를 포함해 826 내셔널을 깊이 있게 리서치하고 있었습니다. 이왕 826DC와 관계의 물꼬가 트인 만큼, 기세를 이어가 본사 개념의(?) 826 내셔널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아이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 스토리 스튜디오와 826 내셔널의 만남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죠.


수소문 끝에 826DC 담당자 Sarah를 통해 826 내셔널의 Director of Field Operation, Kait Steele('케이트')를 소개받았습니다. 케이트는 826CHI(시카고)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시작해서 약 14년 동안 826 내셔널의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핵심 멤버였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소중한 1시간의 기회, 화상 (팬)미팅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 글이 826DC에 소개된 2월 19일 아침, 운명처럼 케이트를 만났습니다.



화제의 () 미팅 현장, 그리고 우리의 대화


막상 시작하기 전에는 영어의 장벽 때문에 덜덜 긴장이 앞섰지만, 막상 카메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누고 나니 너무 신났습니다. 씨프로그램과 스토리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서로 궁금한 점들을 묻다 보니 1시간이 빛의 속도로 사라졌습니다. 모든 대화가 소중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공유합니다.


긴장과 설렘, 웃음과 진지함, 뭉클함이 오갔던 케이트와의 화상 (팬) 미팅 현장


Q. 'Culture of Creativity' 조성하기 위해 826 내셔널에선 어떤 노력을 하나요?

엉뚱함을 환영하고, 누군가의 시선, 판단에서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실험적인 환경은 공간이 갖춰야 할 기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각자가 주도적으로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을 표현하도록 끄집어내는('Student driven') 일이에요. 주제나 질문을 정해놓기보다는,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맞추어가는 것('Adaptability')이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이든 문화든 826 경험의 핵심은 만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Being in dialogue')이라고 생각합니다.


Q. 826 내셔널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가는 가장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826 내셔널은 180여 명의 스태프들이 힘을 모아 8만 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826 디지털의 영향이기도 하죠). 이러한 놀라운 일이 가능한 이유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덕분이에요. 전국적으로 5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덕분에 아이들은 집중적인 1:1 케어를 받기도 하고 ('individualized attention') 다양한 직업과 배경, 이야기를 가진 제3의 어른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안전하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으려면 자원봉사자들이 쉽고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Students deserve our best') 그래서 826 스태프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되,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826의 믿음, 철학, 방식을 끊임없이 공유합니다. ('826 way of working with children')


Q. 핵심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826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글을 쓰는 것, 혹은 글을 쓰는 사람(작가)에 대해 긍정적인 연상을 떠올리는,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826의 핵심 프로그램 중에 학생들이 출판하는 것(student publishing)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글을 쓰고 출판해보고 타인과 공유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경험은 글쓰기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은 물론,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인턴이든 자원봉사자든 어떤 어른을 만나든 각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한 명 한 명의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의 인생에서 계속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어른의 역할('Be a motivator')을 맡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826 내셔널 (+ 826DC)를 덕질했던 일련의 과정은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단 사심(혹은 팬심)으로 빚어낸 설렘 가득한 작당에 가까운 일이었죠.


제가 생각하는 팬심이란 상대방을 속속들이,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는 관심과 애정입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누군가가 지금까지 보였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결국 826 내셔널(과 수많은 제3의 어른들)이 공간을 찾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려는 마음이 아닐까요?


스토리 스튜디오에서도 공간을 찾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이어가고('Being in dialogue') 싶습니다. 아이들과 서로 팬심을 주고받으며 동료로서의 협업을 꿈꾸는 많은 창작자 어른들, 제3의 어른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앞으로의 소식을 기대해주세요!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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