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가방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제3의 공간'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CO, 이나연 님이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환경과 방법을 소개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놀이가 달라졌다. 겨우내 움츠린 몸을 따스한 햇살 아래 한껏 펴야 마땅한 계절에도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집 안에서도 어떻게든 놀고야 만다는 것. 이 서늘한 시대도 아이들의 놀이를 움츠리게 하진 못했다.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 언제까지 초록의 아이들을 그늘 아래 둘 순 없기에 조심스레 기지개를 펴 본다. 바이러스도 이겨낼 것 같은 햇살 아래 아이들을 내어 놓고 부모들도 숨 한번 크게 쉬어본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찾느라 그 어느 때보다 자연이 인기인 요즘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놀이터와 키즈카페 대신 허허벌판을 찾아 나서는 길이라면 요술가방을 챙겨보시길 권한다. 모처럼의 나들이니 마냥 뛰어놀아도 시간이 훌쩍 가겠지만, 요술가방과 함께라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더 촘촘히 채워진다.
사람들로 붐비는 놀이터와 키즈카페 대신 허허벌판을 찾아 나서는 길이라면 요술가방을 챙겨보시길 권한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육아서 대신 메리 포핀스 이야기를 몇 번이나 꺼내 읽었다. 바람을 타고 나타나 모험 가득한 나날을 선물하는 이상한 유모. 조금 퉁명스럽지만 맡은 일을 거뜬히 해내면서 (feat. 아이들의 열렬한 지지) 자신의 삶도 잃지 않는 진정한 육아 능력자 메리 포핀스를 닮고 싶었다. 물론 우산을 타고 날아오르거나, 하늘에 별을 매다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이건 따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메리 포핀스의 요술 가방 말이다.
‘메리 포핀스는 양탄자 가방에서 모직 잠옷 일곱 벌, 면 잠옷 네 벌, 장화 한 켤레, 도미노 놀이 기구 한 세트, 수영 모자 두 개, 우표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요와 솜털 이불까지 딸린 간이침대를 꺼내 존과 바브라의 침대 사이에 놓았다…….. 마이클은 새 유모한테 홀딱 반해 버렸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중, 시공주니어, 2003)
자동차를 좋아해서 어딜 가든 양손 가득 미니카를 들고 다니는 둘째가 불편해 보여 작은 가방을 하나 주고 좋아하는 자동차와 기차를 넣게 했다. 여기에 마스킹 테이프와 그림 도구 몇 개를 더 챙기니 공원, 숲, 놀이터 어디서든 아이만의 도로와 도시가 건설되었다.
요술가방이란 일상 소지품이 아닌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 특별히 선택한 도구들을 담는 가방’이다.
간단한 장난감부터 미술도구까지 내용물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낯선 공간에서도 친숙한 놀이를 시작할 수 있어 아이들의 놀이 시간과 능력을 끌어내는데 유용하다. 아이들이 쉽게 짐을 넣고 뺄 수 있고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은 값싼 에코백 등을 정해 싸 두면 외출할 때 바로 챙길 수 있어 편리하다.
1. 필기류와 지류, 가위, 테이프는 쓰임이 많으니 기본으로 챙긴다. 테이프는 손으로도 뜯을 수 있고 붙였다 떼어도 자국이 남지 않는 마스킹 테이프가 유용하다.
2. 요술가방 속 내용물은 아이와 가족의 놀이 취향을 반영한다. 간단한 미술도구부터 장난감, 책, 보드게임 등 아이의 성장과 관심사의 변화에 따라 가방 속 물건들도 달라진다.
3. 요술가방은 휴대성이 중요하므로 무조건 짐을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챙겨다니기에 물리적으로 부담이 없는 정도여야 지속할 수 있다. 같은 재료라면 간단하고 가벼운 것 (24색 크레파스보다는 12색 색연필),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것 (스케치북보다는 A4용지나 색종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4. 자가용으로 이동을 많이 한다면 요술가방 + 요술 트렁크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아이템인 모래놀이 장난감과 연, 물고기 그물이나 곤충채칩통을 챙긴다면 어딜 가나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요술가방 덕에 원래도 많은 애엄마 짐은 더 많아져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작은 도랑을 만나면 색종이를 꺼내 종이배를 접어 띄우고, 예쁜 꽃밭에선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 슥슥 그려보고, 목을 축이러 들어간 카페에서 카드게임이라도 한 판 벌일 때면 역시 바리바리 챙겨 오길 잘했다 싶다.
놀이란 아무 준비 없이도 신나게 뻗어나가지만, 적절한 도구를 더하면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어른들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저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막아볼 요량이라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효과적이다. 이런저런 재료를 늘어놓으려면 눈치 보이지 않는 널찍한 장소를 찾아야 하고, 아이가 저지레를 하지 못하게 단속하면서 깔끔한 뒷정리까지 챙겨야 할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술가방을 챙기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자투리 시간도 자기 것으로 누리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정보를 받아야만 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요술가방 속 물건을 이용하려면 주변을 관찰하고 자기만의 재미를 발견하고 직접 운용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그 시간은 온전히 내 아이의 것이 된다.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와의 나들이엔 이제 많은 짐이 필요치 않다. 그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씩 챙기면 그만일 때도 많다. 요즘은 힘들었지만 큰 가방에서 척하면 척 이것저것 꺼내어 주며 메리 포핀스가 된 듯 우쭐하던 때가 문득문득 그립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언제까지나 메리포핀스가 필요하건 아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전에 우리만의 요술가방을 챙겨보시길 바란다.
글: 리틀홈 CCO 이나연님
편집: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아이들과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제3의 공간과 제3의 공간을 즐기는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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