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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un 03. 2020

진지하게 때론 즐겁게, 10대 창작자들을 위한 작업실

[공간 만들기]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을 만든 건축가 SOAP의 이야기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Story Studio)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듣고 만드는 일이 궁금한 12-19세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작업실입니다. 누구든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들어 세상에 알릴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이번 글에서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12~19세를 위한 열린 작업실,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의 공간을 만든 SOAP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상상을 하나씩 실제화하는 과정에서 SOAP가 어떤 고민과 의도를 가지고 임했는지, 어떤 노력과 시도를 했는지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다음 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특히 다음 세대를 위한 창작 공간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스토리스튜디오의 공간을 상상하며


공간 사용자를 위한 마음가짐

늘 그렇지만 씨프로그램이 상상하고 구축하는 공간들은 너무나 필요하지만,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사례를 구체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첫 사례를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접근했는지에 따라 공간이 지닌 의미가 결정되고 다른 공간에 주는 임팩트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공간이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공간 뿐 아니라, 실험적인 형태의 첫번째 전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프로그램 & SOAP의 '놀세권' 전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면 보통 놀이터나 미술관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12-19세를 위한 작업실, 게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진지한) 10대 창작자들을 위한 (진지한) 작업실이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인만큼 아이들의 상상력과 어른들의 전문성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지하지만, 동시에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


소다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만났던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처럼 스토리스튜디오가 꼭 나이로 구분되는 공간이 아니라, 연령과 관계 없이 진지한 창작자를 위한 작업실이 되길, 창작물을 만든 후에 서로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공간을 위한 리서치, 스터디

아이들을 위한 혁신적인 공간을 정말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해외의 도서관, 미술관, 놀이터, 작업실, 방과후 공간, 문화센터 등 공간의 규모와 용도에 구분 없이 어떤 공간적 요소들이 새로운 생각을 응원하고, 다양성을 극대화하며 창작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지를 집중적으로 스터디했습니다. 또한 어른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전문가들을 위한' 창작공간, 그들의 작업실, 공유 오피스, 건축 설계 사무실, 유명 작가들의 작업실, 세계적인 스타트업의 오피스들도 살펴보았습니다.


Gallery of Youth Recreation & Culture Center (CEBRA + Dorte Mandrup)
STEEL ALIVE와 팹랩 서울



스토리스튜디오의 공간을 만들며



물방울, 원.. 그리고 Creative Pool


스토리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컨셉, 수영장 Creative Pool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방향성이 없지만, 혹은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이든 뻗어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이 지닌 유기적인 동선과 가능성이 스토리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컨셉 'Creative Pool'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영장 Pool에서 둥근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흐르는 물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고 혼자 때로는 함께 상상 속 수영장 Pool에서 이곳 저곳을 오가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해봅시다. 그 기분이야말로 아이들이 영감을 받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고민하고, 만들어 보고, 친구와 나눌 때의 즐겁고 자유로운 기분이 아닐까요?


흐르는 물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며 혼자 또 같이 상상 속 수영장 Pool에서 이곳 저곳을 오가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해봅니다.


조닝, 레이아웃에 대하여

씨프로그램과 페이퍼풀즈는 공간 기획부터 공간, 프로그램 운영까지 깊이 있게 고민하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이퍼풀즈의 경우 창작하는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그리고 경험을 기반으로 공간에 대한 요구사항이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했습니다. 서로 각자의 분야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전문가 팀 간의 협업이 지금의 스토리스튜디오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야기를 다양한 동사로 경험하는 작업실이라는 컨셉 하에 셀렉션 Selection(읽고, 보고, 듣고, 만지고, 연결하고), 크리에이션 Creation (쓰고, 엮고, 짓고, 부수고, 그리고, 모으고, 찍고),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말하고, 듣고, 읽고, 바꾸고, 건네고, 받고, 쓰고, 눕고)이라는 구체화된 풍경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공간적인 요구사항을 담는 유닛을 각각의 Pool로 보았고 Pool들을 결합함으로써 유기적인 공간과 동선(흐름, flow)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조닝의 특성과 역할은 분명히 살리되, 이용자들이 조닝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도 즐길 수 있도록, 자유로운 흐름을 환영하는 '열리고 흐르는 동선'을 구현하고자 고민했습니다.


존별로 구조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흐름을 환영하는 '열리고 흐르는 동선'



기존의 공간을 존중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고민

김수근 건축가의 샘터 사옥, 조재원 건축가의 공공일호, 지금의 스토리스튜디오는 두 건축가의 공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낮은 천고이지만 훌륭한 원목 바닥, 도시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창, 그리고 내부의 붉은 벽돌 벽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하였습니다. 외부의 활발한 도시적 풍경과 가로수의 푸르름을 감상할 수 있는 창은 멋진 책상이 되었고, 벽돌 벽에 넓게 구성된 평상은 누워서, 앉아서, 혹은 기대서 작업 할 수 있는 모두의 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작은 수영장 Pool을 상징하는 소반은 이동이 가능한 작은 작업대로 혼자 혹은 마음 맞는 둘이 가져다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만들 수 이동형 작업 공간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아름다운) 가구에 대하여

45평 정도 되는 공간에 영감-창작-공유의 모든 과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 읽고, 보고, 쓰고, 만들고, 방송하고, 전시하고 등등... 을 다양하게, 유기적으로 경험할 수 있길 바라는 요구 사항을 반영하면서도 기존 공간을 벽으로 나누거나 높은 가구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 여러 방면에서 고민했습니다.


다양한 자세로 혼자서 혹은 여럿이 창작한다는 풍경은 어찌 보면 너무나 방대한 활동을 의미합니다. 창가에 앉아 글을 쓰는 모습부터 종이 박스를 가지고 도시를 만들어보거나, 필름 부스에서 혼자 출연하는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 평상 무대에서 여럿이 함께 나오는 뮤지컬을 구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 이렇게 다양한 창작을 흐르듯이 자유롭게 가능하도록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가능했다는 건 안 비밀...! (민 매니저 says)


스토리스튜디오의 공간에는 벽이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부터 스토리스튜디오의 창가 작업대가 바로 보이도록, 그리고 복도에서 유리벽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의 실루엣이 보이도록 높은 가구나, 공간을 나누는 벽이 없습니다.



스토리스튜디오의 작업 테이블은 모양과 사이즈가 모두 다릅니다.


창의 프레임을 확장하여 스토리스튜디오 혜화랩 특유의 창작자들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거리 풍경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 넓은 종이를 활짝 펼쳐놓고 함께 작업 할 수 있는 큰 작업대, A4 사이즈의 작은 개인 작업대 같지만 마주 보거나 등만 돌리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U자형 테이블,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한 소반, 그리고 누워도 기대도 혹은 여럿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평상, 혼자 쏙 숨기 좋은 동굴 같으면서도 고개만 살짝 들면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책장까지…


창 밖 담쟁이 덩굴을 보며 끄적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하는 작업 테이블
넓게 펼쳐놓을 수 있는 큰 작업 테이블과 소근소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U자형 작업테이블
무얼 만들지 고민이 된다면 눈을 끄는 책을 집어들거나 웹툰, 영화, 애니, 다큐를 골라 편안한 자세로 만나면 된다.


스토리스튜디오에는 각이 진 가구가 없습니다.


생각이 흐르듯, 공간에서 흐르고 함께하기 위해 멈추어 나눌 수 있도록 아이들의 생각을 닮은 가구들을 디자인 했습니다.



청소년 공간, 특히 10대를 위한 창작 공간으로서 스토리스튜디오에 꼭 반영하고 싶었던 점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동시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업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특히 창작 공간은 좋은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 어린이 공간이나 성인 공간 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 중간의 애매한 느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전문 창작 공간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용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창작자로서 존중하고, 그들이 만들어갈 그리고 세상과 공유할 이야기의 영감과 창작을 위한 작업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 공간에서 주로 사용하는 밝고 알록 달록한 원색을 지양하고, 공간과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중성적인 색상을 사용하였습니다. 공간에 담아질 콘텐츠의 다양한 색깔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작가와 이야기, 작품이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토리스튜디오라는 작업실에서 10대 창작자들이 진지하게, 자유롭게, 즐겁게 만들어갈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스토리스튜디오 공간의 완성된 모습이 궁금하다면!



글: SOAP 장동선 관장님

편집: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영상: 주현동 작가

사진: Pace Studio, 주현동 작가, C Program, SOAP



스토리스튜디오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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