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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Nov 12. 2020

어린이 놀이터를 브랜딩 한다는 것은

공공 놀이터 브랜딩 및 사이니지 개선 프로젝트: 퍼셉션과의 인터뷰

[Things we build]에서는 Play Fund가 진행한 혹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과정을 담은 아카이빙 콘텐츠일 수도 있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담은 콘텐츠일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Play Fund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생각프로젝트로 만난 나름의 답, 풀리지 않은 숙제, 그리고 프로젝트를 확산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상상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C Program은 지난 3년간 군산, 전주, 시흥에서 놀이환경진단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여건에 맞는 놀이환경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각 지자체가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3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슈를 발견했습니다. '어린이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로서 어린이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고, 음주나 흡연, 쓰레기 투기 등 '어린이' 공원임에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자주 목격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C Program에서는 어린이 공원은 '어린이가 주인인 공간'임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 컨설팅 전문가인 퍼셉션과 함께 어린이 놀이터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사이니지를 통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시흥시 3곳의 놀이터에 새로운 사이니지가 설치되었습니다. 


공공 놀이터 브랜딩 및 사이니지 개선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퍼셉션과의 인터뷰로 소개합니다.




Part 1.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Q. 퍼셉션은 어떤 조직인가요?

정용욱 실장님: 올해 18년 차를 맞이한,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컨설팅 조직이에요. 크게 4가지의 비즈니스 영역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 두 번째는 신규 서비스 컨셉이나 신제품을 개발, 기획하는 일, 세 번째는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싶은 조직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 네 번째는 자체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Q.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셨나요?

정용욱 실장님: 퍼셉션에서는 지역사회, 공공공간 등 지자체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에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틈틈이 해왔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라 더더욱 끌렸어요. 


Q.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에 해오셨던 다른 프로젝트와 다르다고 느꼈던 점이 있으신가요?

정용욱 실장님: 이번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기업 프로젝트들과 달랐던 점은 누군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는 점이에요. 기존의 다른 프로젝트들은 동선 등 행동을 고려하긴 하지만 공간 내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가 우선이지 행동 변화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문제점(Pain point)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목표가 확실해서 여타 프로젝트들과는 다르게 느껴졌어요.


Q. 대상이 아이들이라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정용욱 실장님: 저희가 아무리 타겟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려고 본다고 하더라도 제약이 있잖아요. 그래서 가설을 세우는 게 어려웠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거나 나름의 검증 과정을 거치려 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어떤 프로젝트들보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Q.  평소에 놀이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정용욱 실장님: 솔직히 저 또한 그동안 놀이터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어요. 쉼터처럼 벤치도 있고 하다 보니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어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공원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때도 있고 누군가가 흡연, 음주 등을 할 때도 제재하는 게 맞지만 애매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어렸을 때는 시끄럽다고 많이 혼났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놀이터를 많이 가진 않았지만 친구들과 밤에 술을 먹으러 가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공원 자체가 허들이 낮다 보니 누구나 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특히 놀이터가 낙후될수록 더 상관없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Q. 놀이터가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되니까 어떠셨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어린이 놀이터니까 공간의 이용자인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느낌은 줘야 하는데 막상 메시지를 전달해서 행동을 변화시킬 사람은 어른이다 보니 그 사이에서 어떻게 둘 다에게 어필하게 만들지를 생각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새롭게 달라진 시흥시 놀이터 사이니지를 살짝 공개합니다!



Part 2.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Q. 대상지에 처음 현장 답사를 가보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용욱 실장님: 지역의 편차가 심하다는 걸 느꼈어요. 잘되어 있는 곳은 매우 잘 되어있고, 낙후된 곳은 정말 낙후되어있고, 그 차이를 실제로 경험하니 편차를 줄여주는 게 아이들에게 굉장히 중요하겠구나를 몸소 느꼈어요. 몇몇 곳은 심지어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모습이 그대로 있는 느낌이어서 놀랐고 그런 모습을 보며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일단 중구난방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금연 사이니지도 그렇고 게시판도 그렇고 다 다른 형태의 사이니지였거든요.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놀이터, 어린이공원이라는 특성에 맞는 형태로 있었다면 놀이터 자체의 고유한 분위기가 생기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게시판 아래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다거나 관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아쉬웠어요. 


제각기 다른 모습의 놀이터 사이니지


Q. 공공 놀이터의 공간 정체성을 정의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신 점은 무엇인가요? 

정용욱 실장님: 처음엔 그냥 어린이 놀이터라는 개념을 잘 심어주면 되겠다 싶었는데,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 어른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인식을 전환할 수 있을지, 메시지를 각각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이 잘 안되었어요. 게다가 기존에 다르게 인식하고 있던 부분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새롭게 인식시켜야 하는 것도 있다 보니 메시지를 명쾌하게 다듬기가 어려웠어요. 결과적으로는 조사 결과에서 힌트를 얻어 '어린이가 주인공인 공간'으로 정의했어요. 어린이 놀이터니까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 공간임에도 민원을 대개 어른들이 넣다 보니 주인공이 바뀐 느낌이었거든요. 


놀이환경진단사업 조사 결과에서 힌트를 얻어 '어린이가 주인공인 공간'으로 정의했어요. 어린이 놀이터니까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 공간임에도 민원을 대개 어른들이 넣다보니 주인공이 바뀐 느낌이었거든요. 


Q.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면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용욱 실장님: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말풍선을 쓴다거나 '꽝'처럼 만화에서 보는 듯한 쉽고 직관적인 그래픽을 모티브로 활용했다는 점이에요.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가 아는 기호(느낌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도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로는 타공인데요. 타공은 무겁게 막혀있는 형태가 아니라 개방감을 주고 아이들의 놀이 풍경을 유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타공을 통해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메시지를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사이니지를 처음에 디자인할 때 여러 시안을 잡았었는데 그중에는 어른들이 봤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도 있었어요. 최종 결정된 안은 저는 작업하면서 슈퍼마리오 게임을 떠올렸어요. 직관적이면서도 유치한 게 아니라 동심의 느낌을 표현해줄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메시지는 어른들에게 더 잘 전달되어야 하다 보니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직관적으로 디자인해야 했고, 그래서 컬러도 원색만 쓰지 않고 남색과 핑크처럼 보색이 되면서도 눈에 잘 띄면서 너무 튀지 않는 컬러를 적절히 조율했어요. 


Q. 안 그래도 타공 디자인이 눈에 띄었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왔다 갔다 하면서 볼 때 시야각이 생겨서 타공 사이의 풍경이 매번 달라지니까 '보는 재미를 주는 사이니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타공을 통해 놀이터 속 놀이 풍경을 볼 수 있게 한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타공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고 강압적이지 않고 답답하지 않은 디자인이 되었어요. 


Q. 가장 마음에 드는 사이니지는 무엇인가요? 

정용욱 실장님: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여기가 어린이 놀이터라는 것을 입구에서부터 인지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게 가장 잘 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입구 사이니지 외에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사이니지들도 문제가 되는 행동들이 자주 일어나는 위치에 세워져서 좋아요.

정명진 디자이너: 입구 사이니지도 당연히 좋았지만 저는 놀이터 내부에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사이니지가 특히 마음에 들어요. 놀이터 내부에서도 술을 많이 마실 것 같은 공간 근처에 음주 금지 메시지를 담은 빨간색 느낌표 모양의 사이니지가 은근히 크게 서있거든요. 보통은 테이블 같은 곳에 조그맣게 '하지 마시오'라고 쓰여있거나 이용 수칙 중 하나로 쓰여있는데 이번 사이니지는 보다 적극적으로 놀이터에서 말을 해주는 느낌이에요. 입구에서 '어린이 놀이터구나'라고 인지한 후에 스팟마다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줘서 좋아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여기가 어린이 놀이터라는 것을 입구에서부터 인지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게 가장 잘 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어서 놀러오라고 손짓하는 듯한 입구 사이니지


 이번 사이니지는 보다 적극적으로 놀이터에서 말을 해주는 느낌이에요. 입구에서 '어린이 놀이터구나'라고 인지한 후에 스팟마다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줘서 좋아요.


공간 곳곳에서 말을 거는듯한 놀이터 사이니지들



Part 3. 프로젝트를 마치며


Q. 사이니지를 디자인하시면서 상상하셨던 놀이터 풍경이 있었나요? 어떤 놀이터 모습을 기대하셨나요?

정용욱 실장님: 우리가 상상한 대로, 그렇게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른이든 아이든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보지 않았던 기존의 사이니지들과 다르게 한 번이라도 더 봐주는 상상,  입구에서 입구 사이니지를 한번 보고, 놀다가 놀이터 곳곳의 행동 변화 사이니지를 보고.. 어른이든 아이든 사이니지를 둘러싼 전체적인 흐름, 동선을 밟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정명진 디자이너: 먼저 어른들에게는 기분 나쁘지 않게 간곡하게 말을 건네는 사이니지로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담배 피우지 말라는 것도 금연! 딱 이렇게 하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콜록콜록 이렇게 표현하면 덜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커서 어린 시절 놀이터를 돌이켜봤을 때 펜스, 블록, 미끄럼틀과 함께 '아 거기에 알록달록한 게 있었어' 하고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놀이 풍경의 일부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쁠 것 같아요.



Q. 이번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발견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정명진 디자이너: 앞에서 나왔던 이야기지만 타겟이 어른인 다른 프로젝트들과 달리,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제일 어려웠어요. 아이들 손가락이 끼어서 다치면 안 되니까 구멍 크기를 어떻게 할지, 꺾인 면이 날카롭지 않게 후가공을 어떻게 할지 등등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썼지만 설치 후에 아이들이 사이니지에 올라타서 주먹을 치며 논다는 이야기에 정말 놀랐어요.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구나를 깨달았고 앞으로는 관찰을 더 열심히 해서 뒷받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혹은 어떤 결과가 나오면 가장 뿌듯할까요? 

정용욱 실장님: 사이니지를 설치할 때 입구 사이니지를 설치해야 하다 보니 입구 양쪽으로 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비워뒀어야 했어요. 설치하기 전에 차만 빠졌을 뿐인데도 놀이터 전체가 달라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사이니지까지 세워보니 완전히 달라 보였어요. 벤치 옆에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보이지 않게 된다거나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조금씩 확인하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정명진 디자이너: 쓰레기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모습도 보고 싶고요. 놀이터마다 정자 같은 걸 보면 대부분 어른들이 쉬는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그 안에서 기둥 잡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의 공간이었던 곳이 아이들이 쓰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 되었구나를 느끼며 뿌듯할 것 같아요.


Q. 놀이터 사이니지를 개선하려는 지자체들에게 한 마디 제언을 해주신다면요!

정용욱 실장님: 이 공간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잊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모든 서비스들이 고객 중심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린이 대상의 서비스, 콘텐츠들은 우리가 경험하기 어려워서인지 다른 것들에 비해 개선이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지자체든 화려하고 그런 디자인적 요소보다 핵심적으로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게 맞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명진 디자이너: 어린이 놀이터라면 어린이의 것이 되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도로 내 공간이다라고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어린이 놀이터라면 어린이의 것이 되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도로 내 공간이다라고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침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글: C Program Play Fund 김정민 매니저

인터뷰: 퍼셉션 정용욱 실장님, 정명진 디자이너님, C Program Play Fund 신혜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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