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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Jan 22. 2019

오늘 당신의 호기심은 무엇인가요?

호기심 수집가, 안다비님 인터뷰

[Peopl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 대화를 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업무 차원에서, 사적으로, 혹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눈 생각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호기심에 미치다.

Q. 호기심 수집가란 무엇인가요?


우표 수집가, 골동품 수집가처럼 무언가의 매력에 빠져 가치를 만드는 사람을 수집가라고 하잖아요. 누군가에겐 쓸모없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도 수집가에겐 엄청나게 가치가 있는 것이죠. 제게 호기심이 그래요. 누군가는 호기심이 쓸 데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에겐 가치가 크거든요. 우표를 1장씩 따로 놓고 보면 별게 아닐 수 있지만 모아놓으면 수집 활동 자체로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저도 호기심을 수집하는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있어요. 수집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호기심 수집가라고 하면 다들 저보고 호기심이 많으시겠네요라고 이야기해요. 어딜 가든 "이 컵은 뭐지?", " 이 벽은 왜 이 색이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약간은 정신없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호기심 수집가라는 건 나의 호기심만을 수집하겠다는 게 아니라 타인의 호기심을 끌어내서 수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호기심을 모으겠다는 의미예요. 제 나름의 수집 방법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사소한 호기심을 들어주고, 끄집어내고,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Q. 재밌었던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아이들은 엉뚱한 게 당연한데 어른이 될수록 엉뚱하면 안 되고, 틀린 답을 말하면 안 되잖아요. 누구나 엉뚱해도 되고 엉뚱함을 환영하는 섬이 있으면 어떨까, 안전하게 엉뚱해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엉뚱 섬에서의 해적과 보물"이라는 컨셉으로 보물(호기심) 찾기 보드게임을 만들었어요. 각자의 호기심을 적고 서로의 호기심을 추리하며 맞추는 대화형 보드게임이었는데 다들 너무 즐거워하셔서 놀랐어요!

<엉뚱 섬에서의 해적과 보물>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

과연 우리는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호기심

호기심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는데요. 세 번째 전시 때 호기심에 대해 지금까지 수집한 도서와 사람들의 호기심, 호기심을 검색해서 모았던 기사들을 분류해서 전시했어요. 제가 호기심을 유지하는 습관 중에 하나가 매일 네이버에 "호기심", 구글에 "Curiosity"라고 검색해서 기사를 확인하는 것이거든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네이버에 호기심을 검색하면 최소 50%가 부정적인 내용이에요. "호기심에 몰카 촬영", "호기심에 불을 질러서"와 같이 범죄와 관련한 호기심에 대한 기사가 많아요. 그다음으로는 예능, 드라마 TV 프로그램이 생기면 "사람들이 등장인물에 호기심을 가진다"는 식의 마케팅에 관련된 것이 30% 정도 차지하죠. 나머지 20%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호기심에 대한 연구라든가 호기심이 중요하단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호기심 기사를 분류한 결과를 보니 우리 사회가 (무) 의식적으로 호기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 매니저가 네이버에 검색해본 "호기심" (2019.1.22)

#나다운 호기심을 가질 자유

왜(Why)를 마구 낙서장에 써 내려가다가 개발한 Why아트로 전시와 강연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저의 Why아트를 보여주고 너만의 Why 아트를 그려보도록 하거든요. 놀랍게도 각자의 호기심에서 출발해서 Why 아트가 다 달라요. 평소에 고래가 궁금했던 친구는 Why로 고래를, 공룡이 궁금한 친구는 공룡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거제 진로진학 박람회에서 진행했던 WHY ART 전시회
고래부터 태양까지 다양한 호기심을 가진 어린이들이 만든 Why 아트

한 번은 학교 밖 친구들, 사회에서 문제아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Why아트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무기력하게 강연을 듣는 듯 보이던 한 친구가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하는 거예요.


왜 선생님은 한국인인데 왜가 아니라 Why로 그려요?


특히나 문제아라는 프레임이 쓰인 상태라 그 질문이 누군가에겐 말대꾸고 반항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질문을 듣는 순간 저도 그 호기심에 공감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한번 그려보라고 이야기했죠. 놀랍게도 그 친구가 순식간에 "Why"를 가지고 멋진 "왜"아트를 만들었고 저는 그 에너지 넘치는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팔에 타투로 새겼어요. 어쩌면 약간 다른 호기심을 가진 친구들을 반항아라고 치부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죠.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5번을 물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5 Why라는 기법이 우리나라에서는 뺨 맞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왜라는 질문을 말대꾸, 쓸데없는 소리,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반항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웃픈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허용된 호기심이 아닌 "왜?"는 반항이 되고 말대꾸가 되고 쓸데없는 소리가 된다
다비님이 팔에 새긴 Why 아트와 왜 아트

호기심에 공감하는, 공감받는 경험.

#어린 시절에 만난 작은 경험

제 어린 시절에 대해 호기심과 관련한 어떤 엄청난 경험이 있었을 거라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그렇진 않았어요. 하루는 엄마가 머그컵에 밥을 담아 주셨거든요. "엄마, 왜 머그컵에 밥을 담았어?" 물었더니 "왜 머그컵에 밥을 담으면 안 돼?"라고 반문하셨어요. 그 한 마디로 밥은 밥공기만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깨지고 무슨 그릇을 골라 어디에 담을지는 내 힘으로, 내가 선택하게 되었죠. 이렇게 호기심을 던져서 다른 것들을 보게 하는 경험이, 누군가의 호기심을 움직임으로 만들어보는 작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그런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수 있어


#호기심을 죽이는 경험

어렸을 때 아빠가 굉장히 엄격하고 무서우셨어요. 자동차를 굉장히 아끼셨는데 제가 신발에 진흙이 묻은 채로 차에 타면 윽박을 지르시곤 했거든요. 아빠가 차가 더러워지니까 진흙을 털고 탔으면 좋겠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면 저도 이유를 알고 하지 않았을 텐데 소리 지르는 경험만 남으니 진흙과 관련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왜 밟으면 안 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무작정 진흙을 피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이런 경험이 계속된다면 왜라는 걸 물어보는 자체를 반항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호기심을 키우는 경험

반면 엄마는 제 호기심에 답을 내려주지 않았어요. "엄마, 이건 뭐야?"라고 물어보면 "글쎄, 그게 뭐지? 엄마도 궁금하다. 다비가 알아서 엄마에게 알려줄래?"라고 대답하시곤 했죠. 그럴 때마다 "으이그, 내가 또 알려줘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죠. 가끔 "아이가 호기심이 너무 많아요.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줘얄까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저는 아이가 엄마에게 무언가를 물을 땐 답이 궁금한 게 아니라 엄마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호기심을 같이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을 호기심으로 답하는 호기심 공감의 경험



호기심에 대한 생각

#호기심의 무게

저는 호기심마다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호기심은 깃털처럼 가벼운 1그램의 호기심이라서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고 어떤 호기심은 당연한 것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본질을 지켜내는 몇 톤짜리 묵직한 호기심도 있죠. 여러 가지 무게의 호기심에 마음을 열어보세요. 그런 호기심들이 모여 생각과 행동의 움직임을 만들 거예요.


#쓸데없는 호기심

불만도 호기심이 될 수 있나요? 질문이 호기심인가요? 고민도 호기심이에요? 호기심이 뭔지 몰라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는 질문, 고민, 걱정, 불만 모두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호기심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면 나오지 않아요. 처음에는 가벼운 호기심들이 많이 나와야 그 후에 더 깊고 묵직한 호기심들이 나오거든요. 쓸데없어 보이는 호기심도 마치 흙을 파서 보물을 캐내는 것처럼 더 깊은 호기심이 나오기 위한 전 단계, 과정 속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호기심에 대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틀려도 괜찮아: "틀리는 게 뭐가 이상해? 당연해. 그 과정에서 답을 찾아가는 거야"의 이야기

#이게 정말 사과일까?: "사과가 아닐지도 몰라"라는 호기심 하나만으로 한 권의 책이 나왔다니!

#행복은 호기심을 타고 온다: 10년에 걸친 연구, 임상 결과,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몇 안 되는 호기심에 대한 연구 책이에요.

#큐리어스 마인드: 제 인생 책이에요. 뷰티풀 마인드, 8마일, 다빈치 코드 등을 제작한 영화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호기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언젠가는 이 분과 호기심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다비님을 위한 민 매니저의 그림책 선물 "Little Miss Curious"


호기심 수집가, 다비님은 호기심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직도 호기심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호기심은 남의 시선을 신경 써서 생각나는 게 아니잖아요. 요즘처럼 주변을 의식하고 따라 하는 것이 많은 환경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나다운 모습을 꼽으라면 그게 호기심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주어진, 허용된 호기심이 아니라 온전히 나에게 비롯한 호기심을 찾아 움직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호기심을 수집해보는 어떨까요? 


오늘 당신의 호기심은 무엇인가요?



<호기심 수집가 안다비님과의 인터뷰글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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