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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Feb 06. 2019

모든 시도가 작품이 되는<물건뜯어보기체험전>

[Place we see] 국립 과천과학관 물건뜯어보기체험전을 다녀와서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건뜯어보기체험전] 한 줄 미리 보기

꿈꾸던 일탈이 창작이 되는 경험  


가전제품을 직접 뜯어본 적 있나요?


누구나 어렸을 때 이런 경험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소리가 어떻게 나는 건지 너무 궁금한 아빠의 라디오를, TV를, 워크맨을 분해했던 경험 말이죠. 아마 드라이버로 분해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다시 조립하려 했지만 결국 고장이 나서 들켜버린 경험도 있으실 거예요. 기계의 속이 궁금한 호기심과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해보고 싶은 일탈의 마음이 뒤엉켜 만들어진 재밌는 추억인 것 같습니다.


만약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마음껏 기계를 분해하고 부품을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품고 있던 호기심을 깊이 탐구하는 기회이자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가는 경험이 아닐까요?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모두의 로망을 체험전으로 구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습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전시장. 벗어놓은 점퍼의 모습이 비장한 열기를 보여줍니다.

오픈된 공간, 오픈된 경험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국립 과천과학관의 한가운데, 1층 중앙홀에서 물건뜯어보기체험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요. 한 편에는 흥미로운 부품들로 가득한 재료바가 펼쳐져있고 중앙에는 수십 명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넓은 작업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는 어린이 작업가들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공간은 느슨히 나눠져 있지만 전체가 하나의 공간처럼 열려있어서 재료 선정부터 제작, 전시까지 순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작업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만든 작품들을 둘러보며 영감을 충분히 받고 나서 재료를 고르러 가기도 하고, 어떤 작업가 친구는 재료바에서 재료를 한두 개 가지고 작업 테이블에 앉아 작업하며 떠오르는 재료를 그때 그때 가져다 나르기도 했습니다.

작업대와 재료 바, 전시장으로 느슨히 구분되어 있지만 하나의 열린 공간과도 같았던 전시장
어린이 작업가 눈높이에 맞춘 재료바의 모습


<물건뜯어보기체험전> 공간을 둘러보다보니 "오픈된, 열린 공간"의 또 다른 의미는 누구나 마음대로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바의 높낮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린아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까지 부품을 살펴보며 고르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작품 전시대의 높이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는데 전시대에서 작품을 마무리하는 작업가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미리 고려한 것 같았습니다. 일부 재료는 구분되어 있지만 재료 대부분이 자유롭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열린 공간에서 마음껏 뒤적거려도 괜찮은, 허용적인 분위기와 보물찾기 하듯 몰입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재료가 자유롭게 널브러진 공간과 종류별로 구분된 공간이 뒤섞인 재료바의 모습
작품의 마무리는 전시대에서! 이를 세심하게 고려한 전시대의 높낮이

한 명의 작업자가 되는 시간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작업가 친구들이 마우스 선을 자를 때, 키보드 자판을 떼낼 때 왠지 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일탈하는 느낌이 들고 부품들을 가지고 무얼 어떻게 해얄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요. 머뭇대는 저와 달리 아이들은 부품을 척척 분해하고 붙였다 떼 가며 자연스럽게 작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만큼은 아이들 모두가 스스로 작업을 리드하는 대담한 작업가였고 어른과 아이, 형, 누나와 동생의 사이가 "작업"이라는 활동 하에 모두 동등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장 스태프들도 세세하게 가이드를 주기보다는 시범을 보여주고 작업가 친구들이 직접 분해, 조합을 해보도록 지켜보았습니다. 작업가 친구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만 어려워하는 부분을 슬쩍 도와주셨죠. 전시대에서는 작품 마무리를 하는 작업가 뒤에서 조용히 테이프를 떼어주며 조수 역할을 하는 부모님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아이든지 형, 누나와 동생이든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팀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작업하는 모습은 물건을 뜯어보는 체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범을 먼저 보고
직접 자전거를 분해해보는 작업가 친구들의 모습
작업가 친구들이 어려움 없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어른의 모습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함께 작업한 팀원을 존중해주는 모습

모든 시도가 작품이 되는 재료


<물건뜯어보기체험전>의 또 다른 핵심은 뜯어볼 물건과 이미 누군가가 뜯어본 물건의 부품들, 즉 경험의 재료였습니다. 과정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뻔하지 않은 재료,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재료 덕분이었죠. 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가득 모아두었기에 일단 한번 해보고 싶은 분위기, 한번 들여다보고 싶고 뒤적이고 싶은 재료바 덕분에 작은 작업가부터 큰 작업가까지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 시도하는 용기와 실패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정답을 상상할 수 없는 재료다 보니 각자가 가진 호기심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딴생각(Mind wandering)을 하며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같은 부품도 새를 좋아하는 친구에겐 새처럼 보이고
공룡을 좋아하는 친구에겐 공룡처럼 보이는 신기한 재료
각자가 찾은 재료와 영감을 만나는 재미가 가득한 전시대의 모습




물건뜯어보기체험전과 같은 경험을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은, 일단 한번 해보고 싶은 용기를 주는 분위기.

마음대로 순서를 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열린 공간.  

나이와 관계 없이 누구나 직접 리드해볼 수 있는 환경.  

정답이 있는, 짜여진 재료가 아니라 정답을 상상할 수 없는 재료를 매일 만나는 경험을 말이죠.


이번 주말부터 집에서 <물건뜯어보기체험전>을 정기적으로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를 작업가로 존중해주며 아이가 원하는 재료를 정해진 바운더리 내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분해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면 말이죠. 함께 팀을 이루어 작업을 하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의 새로운 모습, 어쩌면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놀이가 되지 않을까요?



<모든 시도가 작품이 되는, 물건뜯어보기체험전> 글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놀이터까지 재밌는 국립과천과학관그림책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 서울시립과학관, 넥슨컴퓨터박물관,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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