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we see] 놀이터가듯 공원가듯, 국립 과천과학관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국립 과천과학관의 과학놀이터] 한 줄 미리 보기
아이 혼자든 가족이든 맘껏 오래 놀 수 있는 놀이터
과학관은 다 비슷한 거 아닌가?
<물건뜯어보기체험전>을 보기 위해 국립 과천과학관에 다녀왔습니다. 과학관을 떠올리면 버튼을 눌러가며 원리를 체험하는 전시물로 가득한 전시장이 생각나는데요. 국립 과천과학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대공원역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탄성이 나왔습니다. 상상 이상의 거대한 과학관의 모습과 빨리 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키우는 우주 저너머 매표소, UFO 모양의 편의점까지. 얼른 표를 사서 들어가려는데 반대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과학관을 향하던 발길이 딴 길로 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보이는 곳을 향해 걷다 보니 갑자기 놀이터가 나타났습니다. 평소에 보던 그네, 미끄럼틀, 시소는 없지만 미끄럼틀 타듯 미끄러지고 그네 타듯 하늘과 가까워질 수 있는 놀이시설이 가득했습니다. 잡아당기며 그림자를 만들며 놀거나 용수철의 탄성을 느끼며 뛰노는 시설도 있었습니다. 모래놀이터에는 앉아서 모래를 퍼올릴 수 있는 기구가 있었고 도르래가 달려 있어 무게를 느끼며 모래를 퍼담을 수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를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점이 좋았습니다.
놀이터를 둘러보다 보니 뛰어놀거나 공놀이 하기 좋은 너른 들판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들판 한가운데 로켓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조형물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이 조형물 역시 놀이시설이었습니다. 1, 2층 그물을 타며 오르락내리락 놀 수 있는 시설로 이미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과학놀이터 옆에 놀이터 면적의 2배에 달하는 과학조각공원이 붙어있어서 공간 전체가 놀이의 장소와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오랜 시간이어갈 수 있는 좋은 놀이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들판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던 친구들이 로켓 조형물의 그물로 이어가 술래잡기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놀이의 장소와 형태를 바꿔가며, 예를 들어 주변 보도에서 킥보드를 타다가 넓은 잔디밭에서 공놀이도 하다가 싫증 나면 각종 놀이시설을 호핑(Hopping)하며 놀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는 원하는 대로 놀이를 바꿔가며 오랜 시간 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놀이터를 둘러보다 보니 조형물 하나하나가 조각 같기도 하고 놀이시설 같기도 하고 과학관 내부에 있을법한 전시물 같기도 했습니다. 가지고 놀다 보면 자연, 빛, 공기와 만나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를 만날 수 있었죠. 햇빛과 프리즘이 만나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보며 놀다가, 조형물의 핸들을 힘껏 돌려 물 소용돌이를 만들기도 하고 전화 기둥과 돌 하프를 가지고 놀면서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 신기해하기도 하고. 과학인 듯 놀이인 듯 놀이터에서 놀 듯이 자연스럽게 과학을 만나니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는 내내 집 앞에 놀이터와 공원이 결합된, 이런 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껏 킥보드를 탈 수 있는 넓은 공터에 다양하게 놀이를 바꿔가며 즐길 수 있는 시설들, 어디서든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넉넉한 의자와 테이블까지. 아이와 둘이 와도, 아이와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여러 가족이 그룹으로 와도,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놀기 좋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놀이터였습니다. 누군가는 뛰어놀고 누군가는 공놀이를 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 수 있는, 각자의 놀이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었죠.
박물관, 과학관에 있는 놀이터를 보면 시설의 모양, 외관만 신경 쓴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국립 과천과학관 놀이터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 걸 좋아하는지,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호기심과 과학 원리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적절한 자극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과학조각공원을 통해 놀이의 기본이 되는 넓은 공터도 제공하고 있었죠.
놀이법이 정해진 시설이 아니라 아이들이 놀이의 시작과 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시설, 넓은 잔디밭처럼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놀이를 바꿔가며 오래 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환경은 여러번 방문해도 매번 다른 경험과 추억을 선물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각자의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는 넓은 테이블, 의자까지 충분해 가족 피크닉 장소로도 제격이었는데요. 과학관이 집 앞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 놀이터가듯 공원가듯 과학관에 더 자주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놀이터였습니다.
놀이터가듯 공원가듯 이번 주말엔 국립과천과학관에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이 뿐만 아니라 국립 과천과학관 물건뜯어보기체험전, 헬로우뮤지움 슬라임뮤지엄, 그림책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 서울시립과학관, 넥슨컴퓨터박물관,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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