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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Feb 14. 2019

언제든 또 가고 싶은 과학관, 홍콩 과학박물관

[Place we see] 과학관에 갈 때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홍콩 과학박물관] 한 줄 미리 보기

언제든 과학관에 또 가고 싶은,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과학관


과학관에 갈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시나요?


왠지 다른 장소보다도 과학관에 갈 때는 욕심이 생깁니다. 전시물을 통해 과학에 관심을 생겼으면 바라기도 하고 전시물의 설명글을 읽으며 몰랐던 과학지식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저 또한 과학관에 갈 때는 왠지 모를 부담감을 느끼곤 합니다. 왜 유난히 과학관에 갈 때 머릿속에 남을 지식에 대해 신경 쓰게 되는 걸까요? 그냥 집 앞 놀이터에 가듯 마음 편안히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과학관에 가는 건 어려운 걸까요?  



손과 몸이 먼저 나가는 과학관


최근에 방문했던 서울시립과학관국립 과천과학관, 두 과학관 모두 참고서 보듯 전시물을 학습하는 과학관이 아니라 과학관 안팎에서 일상인 듯 놀이인 듯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하고 가볍고 쉽게 경험해보는 과학관이었죠. 전시물 라벨을 읽기 전에 손과 몸이 먼저 나가는 그런 과학관이었습니다.


평소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물건 뜯어보기를 마음껏 시도하기도 하고
과학관 밖 야외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과학을 만나기도 하고
한강의 민물고기들을 직접 보면서 어류에 대해 접하기도 하고
눈이 침침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노화 체험 안경을 쓰고 직접 체험해보기도 하고


읽으러 가는 과학관이 아닌 가볍게 즐기러 가는 과학관을 만나고 나니 다른 나라의 과학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내셔널지오그래픽 Explorers Festival 참관 겸 홍콩 출장에 맞춰 홍콩 과학박물관에 찾아갔습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과학관


홍콩 과학박물관은 홍콩 역사박물관과 마주하여 위치해 있습니다. 외관은 특별할 것이 없이 약간은 지루하고 딱딱해 보였는데요. 입장료(HK $20, 한화 약 3천 원)를 내고 들어서니 거대한 전시물이 건물 중앙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과학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 층을 아우르는 Energy Machine이라는 22미터 높이의 전시물이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4번 작동하는 전시물로 공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면서 에너지가 전환하는 모습을 소리와 시각 효과로 보여주는 신기한 조형물이었습니다.


과학관 전 층을 아우르며 중앙을 관통하는 Energy Machine 전시물의 모습 (왼쪽 사진 출처: 홍콩과학박물관 홈페이지)


어느 층을 가든 중앙에 Energy Machine이 있어서인지 홍콩 과학박물관은 하나의 큰 박람회장 같았습니다. 층별로 구분은 있지만 같은 층 내 전시관 별로 공간이 명확히 나뉘어 있지 않고 한 층 전체를 뒤덮는 비행기 같은 거대한 전시물이 있어서 더더욱 하나의 큰 공간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공간이 느슨히 나눠져 있다 보니 전시관을 보는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마다 어느 층이든 어떤 전시물이든 본인이 호기심을 느끼는 전시물 앞에서 관람을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죠. 전시관마다 입구와 출구가 명확하거나 바닥에 동선이 그려져 있으면 왠지 그대로 따라얄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쉬운데, 홍콩 과학박물관에서는 마음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오픈된 공간 같은 느낌을 주는 과학관의 모습
한 층 혹은 전체 건물을 아우르는 거대한 전시물

'~하지 마시오'가 없는 과학관


둘러보다 보니 전시물 대부분이 체험 전시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물 근처에 스태프가 없었습니다. 층마다 안전 요원들은 몇몇 보았지만 그 외의 스태프는 거의 보지 못했죠. 전시물은 별도의 설명을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어떻게 가지고 놀면 좋을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넓은 전시층을 뛰어다니며 마음에 드는 전시물을 찾으러 다니는 아이들이나 친구와 왁자지껄 떠들면서 마음껏 만지고 놀다가 다음 전시물을 찾아다니는 아이들, 마치 놀이터에서 놀이시설을 호핑하며 뛰어노는듯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기 위해 홍콩 과학박물관에서 하고 있던 숨은 노력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We pledge to provide at least 500 exhibits at all times, of which 70% are hands-on exhibits (350 exhibits). We will keep at least 90% of hands-on exhibits (315 exhibits) in the Museum in working order." (출처: 홍콩 과학박물관 홈페이지)




실제 스케일을 보여주는 전시물


전시물과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에 띄었던 점은 모형이 아니라 실물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비행기 모형이 아니라 캐세이퍼시픽에서 기증한 실제 비행기가 전시장 천장에 걸려있고 벤츠가 기증한 실제 차량의 에어백, 안전벨트, 엔진, 핸들 등 각종 자동차 부품이 전시되어 있는 과학관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Food Science 섹션에서는 실제 돼지의 내장을 부위별로 박제한 전시물도 있었습니다. 어린이가 대상인 공간을 다니다 보면 눈높이에 맞춰 쉽게 보여준다는 이유로 혹은 부서지지 않도록 '모형'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콩 과학박물관에서 실물을 보며 경외감을 느끼고, 실물을 보고 떠오른 각자의 경험을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실물이 주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캐세이퍼시픽이 기증한 비행기
벤츠가 기증한 각종 자동차 부품
실제 돼지를 박제해서 만든 전시물



놀이공원이야, 과학관이야?


홍콩 과학박물관의 꼭대기층인 Children's Gallery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Big Kids' Work Site라는 곳인데요. 키가 80~120cm 사이인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마치 놀이공원처럼 키를 재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과학관 입구에서 신청해서 Work permit을 받은 아이들에 한해서 15분 동안 부모와 함께 공사장처럼 구성된 공간에서 스펀지 벽돌을 수레에 담아 옮기거나 쌓아 올리며 자유롭게 놀 수 있는데요. 꼭 과학에 대한 지식을 얻어가지 않더라도 과학관에서의 어릴 적 추억이 즐거우면 커서도 과학관을 찾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조성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본듯한 키재기 표지판과 유모차 주차장
공사장처럼 스펀지벽돌로 무언가를 짓거나 무너뜨려볼 수 있는 공간




다음번을 만드는 좋은 기억

 

홍콩 과학박물관을 다녀오니 과학관이란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곳이기 전에, 과학이 가진 재미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과학관을 관통하는 거대한 전시물을 보며 경외감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친구들과 전시장을 이리저리 뛰어놀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아이는 실물로 전시된 자동차 부품을 보면서 오는 길에 봤던 자동차를 떠올리며 호기심을 키워갈 수 있고 어떤 아이는 과학관의 기프트샵을 구경하는 게 그저 즐거울지 모릅니다. 중요한 건 과학관에 갔던 기억이 각자 나름의 기쁨과 재미가 있는 '좋은 기억'이었다는 사실이죠.


이번 주말엔 "언제든 또 가고 싶은 좋은 기억을 쌓고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과학관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든 또 가고 싶은 과학관, 홍콩 과학박물관> 글 어떠셨나요?


이 뿐만 아니라  국립 과천과학관 물건뜯어보기체험전,  놀이터까지 재밌는 국립 과천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 넥슨컴퓨터박물관, 서울숲 놀이터, 북서울 꿈의 숲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매주 목요일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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