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we see] 다정한 교양과학책방 갈다에 가다
[Place we see]에서는 Play Fund가 흥미롭게 (가) 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미팅, 출장으로 가보았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주말에 슬쩍 찾아갔거나,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다양한 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양과학책방 갈다] 한 줄로 미리 보기
가볍게, 가깝게, 다정하게 과학을 만나는 공간
과학책방이란 말도 익숙지 않은데 "교양과학책방"이라니?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득 담은 채 지난 10월 우주인 이소연 님의 강연이 있었던 날, 처음으로 갈다를 찾았습니다. 제 인생 첫 과학강연이었는데요. 우주정거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강연 내내 청중과 Q&A를 주고받으며 토크쇼처럼 소규모로 밀도 있게 진행되어 과학 토크도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과학에 마음을 살짝 열고 나서, '별이 된 라이카' 과학동화 북 토크에 도전(?)했는데요. 웬만한 어른보다도 과학을 잘 알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정적으로 강연자와 소통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가버렸죠.
두 개의 과학 토크를 참여하면서 시나브로 과학에 마음을 열게 된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과학책방 갈다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대체 이 공간은 누가 만들어가는 공간일까? 무얼 하고자 하는 공간일까? 자세히 알고 싶어 이미영 님 (과학책방 갈다 총괄 디렉터)을 만났습니다.
Q. 과학 책방 갈다를 소개해주세요.
A. 그동안 과학 저술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해오셨던 분들이 "세상이 좋아지는 데 있어서 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자"라고 모였어요. 대부분 책을 쓰셨고, 책을 기반으로 강연하면서 대중과 만나고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동하신 분들이라 이번엔 책을 통해 기여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서평도 쓰셨고 과학책 선정도 해보셨는데 정작 책방은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죠 (웃음).
갈다는 갈릴레이와 다윈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에요. 갈릴레이나 다윈이나 본래 있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본 사람들이에요. 갈릴레이는 적을 염탐하던 망원경으로 달을 보기 시작한 사람이고, 다윈은 당시 지배적이었던 창조설을 뒤집는 "진화"의 이야기를 시작한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갈릴레이, 다윈처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미로 갈다가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의미를 곱씹으면서 '무엇을 갈다'라는 동사처럼 경작하다, 엣지를 갈다 등의 의미가 확장되었죠.
Q. 교양과학책방? 교양과학문화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책으로 치면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에요. 교과서처럼 학문을 위해 과학책을 파는 것은 아니죠. 갈다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과학 관련한 최신 지식으로 농담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기초 수준의 과학 지식들이 양적으로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과학으로 농담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교양 과학을 퍼뜨리기 위해 여러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Q. 과학책과 교양과학책, 어떻게 다른가요?
어려운 과학책은 대부분 대학 교과서로 생각하면 쉬워요. 물론 일부가 환호하는 대중서 중에 어려운 책도 있죠. 교양과학책은 재미로 읽다 보면 "이쯤 되면 나는 미분, 적분을 풀어봐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다음 단계의 호기심으로 계속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책이에요. 익숙한 것에 사실 과학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원리가 있었는데 나만 몰랐네 하며 깨달을 수도 있고, 다양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에요.
Q. 큐레이션을 하실 때 기준이 무엇인가요?
저자 중심의 과학책, 국내 과학책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최대한 책 커버도 잘 보이게 전시하고요. 모든 책방에 가면 과학책은 보통 어딘가에 쌓여 있거나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잖아요. 그리고 과학책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지 막막하니까 두꺼운 전집으로 만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개별적으로 골라볼 만한 좋은 과학책이 많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책 큐레이션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드리면 일단 신간을 다 스캔하고 과학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쓰셨던 작가님들의 책도 참고해요. 그리고 서평을 쓰셨다거나, 과학책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거나, 과학책 선정 위원을 해보셨던 과학저술가 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책 큐레이션 회의를 합니다. 우리나라에 출판되는 과학책들의 전체 맵핑을 그릴 수 있는 분들이 갈다에 모여 계시니까 정말 든든하죠.
책을 고르는 작업은 새 책이 나왔는데 그전에 나온 책들과 비슷하다면 트렌드가 안 맞으니 제외하고, 새로 나온 책이랑 비슷한데 이미 출판된 책 중에 더 나은 책이 있으면 제외합니다. 또한 서점이다 보니 디자인 등 얼마나 팔릴지도 고려하고 교양과학책인데 가독성이 떨어지면 제외합니다. 아, 그리고 믿고 보는 출판사, 믿고 보는 역자(번역자)들도 있어서 같이 고려하고 있어요.
Q. 어린이부터 어른, 혹은 과학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여러 독자층을 수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독자층에게 가깝고 다정하게 가려면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면서 저자, 작가를 지속 발굴해야 해요. 이지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책은 결국 과학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는 성인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셨어요. 중 1 수준의 책을 두면 성인들도 입문하기 좋은 거죠.
과학책을 끝까지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국내 저자들의 과학책을 다채롭게 발굴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기상청에 근무하셨던 분은 기후 관련한 책을 잘 알고 있으니까 각 분야에서 그 분야 관련자들만 알 수 있는 숨은 책을 추천받는 거죠. 그걸 '다락방 숨은 책'컨셉으로 좋은 책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책으로 소개하고요. 그 옆에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너무 유명해서 뻔하니까 추천 안 한 책까지 같이 배치하려고 해요. 과학책 좀 읽는 분들이 오시면 갈다에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어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도 다른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실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받은 새로운 영감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과학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을 통해 가볍게 시작해볼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과학책을 가끔 끝까지 읽기도 하지만 어떤 책을 읽어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다락방 숨은 책' 등 그 사람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다양한 교양과학책을 구비해서 호기심을 계속 이어가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Q. 갈다에서 꼭 소개하고 싶으신 공간이 있으시다면요?
A. All gender restroom 화장실을 추천해요. 사실 살면서 '남녀 구분'으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은 어느 화장실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생각해본 적이 없잖아요. 남자 화장실을 가야 하나 여자 화장실을 가야 하나의 고민을 아예 없애주는 화장실이에요. 유전학적으로 보나, 생물학적으로 보나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회가 구분을 했기 때문이잖아요. 아예 구분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All gender restroom을 만들었어요. 나중엔 공룡이나 외계인 아이콘도 넣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그리고 작가의 방, 기획전시 공간도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방은 작가분들이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준비한 공간이에요. 작가분과 타이밍이 잘 맞는다면 서점 방문객분께서 책을 사서 올라오시면 싸인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지방에 사시는 작가분들이 올라오시면 쓰실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죠. 기획전시는 현재 블록체인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빅 히스토리를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기획전시와 연계해서 강연도 진행하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Q. 갈다의 2019년 계획이 궁금해요.
A. 북토크는 꾸준히 섭외가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예정이에요. 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일반적으로 가기는 어려운 과학 공간들, 예를 들어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해양수산자원센터 같은 공간을 가볼 수 있게 그 공간들과 프로그램을 해보려고 해요. 최근에 갔던 제주과학탐험처럼 여행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죠. 이런 프로그램이 저희와 같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학과 놀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거죠.
Q. 마지막으로 과학이 아직 어려운 부모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주신다면요?
A. 부모님들이 부모님의 자격, 즉 아이들이 고른 것에 '돈을 내주는 사람'으로 오는 게 아니라 본인 역시도 '책을 읽을 사람'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부모로 오면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보라고 하고 본인은 정작 뒤로 빠지시거든요. 요새 북토크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가 부모님들이 더 재밌게 들으시는 모습이 종종 나타나고 있어요. 어른도 과학을 어느 정도 교양으로 알고 있어야 아이들과 대화하고 서로 알려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대상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이 갈다에서 아이가 아니라 본인, 당사자가 좋아하는, 즐거워하는 관심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연결이 되지 않을까요?
+ 교양과학책방 갈다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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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과학책방 갈다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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