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we read] Play Fund가 푹 빠진 책을 소개합니다
[Books we read]에서는 Play Fund가 출퇴근길에 오가며, 집에서 혹은 제3의 공간에서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집어 들거나 업무 차원에서, 혹은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의 이야기,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을 공유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민 매니저가 요새 푹 빠진 (만화) 책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한창 몰입해서 읽고 있는 그 책, 미 매니저와 함께 돌려보는 책, Play Fund만 보긴 아까운 책 "도서관의 주인"을 소개합니다.
책의 배경은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입니다. 버섯머리 사서 미코시바와 씩씩한 사서 카요, 따뜻한 사서 미즈호가 함께 이끌고 있는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에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데요. 그중에서도 어린이 도서관에 우연히 들린 직장인 미야모토를 메인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15권으로 주인공 미야모토는 물론, 책 읽기를 따분해하는 초등학생부터 그림책 작가가 되고픈 청년, 죽은 남편의 그림책을 찾는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각종 이용자들의 이야기와 사서 개개인의 이야기, 사서가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어린이책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고 있습니다.
1권씩 읽다 보면 이용자든 사서든 도서관을 후원하는 오너든 상관없이,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각자의 방식으로 도서관을 지켜나가는 주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는 배경이기도 한 '도서관'이 본질적으로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미코시바의 어릴 적 이야기 혹은 다른 이용자와 미코시바 간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미코시바가 방황하던 어린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타노키라는 좋은 사서를 만나 책과 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게 되고 사서를 꿈꾸게 되는데요. 사서가 책을 꽂기만 하는 존재라고, 도서관은 책으로 가득 찬 물리적인 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어른과 미코시바가 다투는 장면을 통해 도서관에 애정을 가진 시선에서 보는 도서관이란 어떤 공간인지를 넌지시 알게됩니다.
도서관은 그냥 책이 들어 있는 상자가 아니에요.
또한 도서관을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서점 직원 이사키와 미코시바의 에피소드를 통해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공간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를 보여줍니다.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탐색해본 아이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결국 책을 읽는 습관을 익힐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도서관에서의 경험이 서점 고객이 되는 시작점을 만드는 거죠.
한마디로 도서관이란 자기가 책을 사서 읽을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인 거야.
또 하나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어린이책의 매력에 빠졌던 주인공 미야모토가 지금 읽어야 할 책이 어린이책이 맞는지 고민하며 방황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린이책에 대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에도 가지 않게 되었는데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서 미즈호가 주인공에게 해준 이야기가 짧지만 와닿았습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람과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은 가야 하는 곳이 아니에요.
가고 싶을 때에 가면 되는 곳이죠.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오고 싶을 때에 언제든지 오세요.
이번엔 주인공 미야모토만큼 중요한 캐릭터 '사서 미코시바'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미코시바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항상 이용자들을 향한 촉을 세우고 있는 도서관의 눈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도서관 규칙을 지키도록 단호하게 요구하지만 이용자가 고민이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나 읽어보면 좋을 책을 추천하며 응원의 말을 넌지시 전하는 따뜻한 어른이죠.
사서라는 건 도서관의 눈이야.
도서관 안에서 일어난 일은 무슨 일이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미코시바뿐 아니라, 사서 카요나 미즈호와 같은 좋은 어른을 곁에 두고 있다는 점이 부럽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제3의 어른으로서 본인의 역할에 맞게 진심을 다해 조언과 응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세 명의 사서처럼 아이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지하고 존중해준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안심해.
여기에는 이렇게나 너를 기다리는 책이 많아.
책을 읽다 보면 도서관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어떤 이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책을 정확히 제목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용자는 대략의 줄거리만 기억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이용자는 책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되어 무얼 원하는지 본인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죠. 각자의 고민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미코시바의 모습을 보면 레퍼런스라는 것이 도서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미코시바가 강조하는 것은 레퍼런스는 읽어야 하는 책, 혹은 답을 지정해주는 카운슬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누구든지 스스로가 자기만의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당신이 책을 고르는 게 아냐.
책이 당신을 선택한 거지.
이 책에서 만나리라 생각지 못했던 (민 매니저 취향 저격)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책인데요. 어린이책은 아이들이나 읽는 유치한 책이라고 여기던 주인공 미야모토의 생각이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을 만나면서 바뀌어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제 자신이 미야모토가 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작가는 미코시바를 통해 과연 우리가 어린이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아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의역한 버전으로 동화를 읽고 이야기하면 그건 그냥 아는 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돌이켜보면 저도 인어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대부분이 순화된 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 에피소드마다 다루는 동화들을 보다보면 그동안 다 아는 척 해왔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서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마치 저에게 레퍼런스 서비스를 하듯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동화책을 하나하나 소개해주니 책을 읽으면서도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 지는 책입니다.
자기가 재미있다 싶은 책을 자기 전문 분야로 만들면 되는 거야.
초조해할 필요없어. 책은 도망 안 가니까.
책을 읽고나니 마치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저의 고민과 현황을 버섯머리 사서 미코시바와 카요, 미즈호와 나누고 꼭 맞는 책을 처방받은 느낌이랄까요?
결국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완성하는 마침표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미코시바와 카요, 미즈호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좋은 어른, 제3의 어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타치아오이 어린이 도서관 같은 공간을 늘려가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내일 당장 무엇을 시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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