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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그냥 Sep 01. 2024

당신의 세계를 초대합니다

들어가는 글

 2021년 8월 23일. 독서모임에 가입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늦잠으로 시작한 주말이 짧게 끝나는 게 싫어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책린이(?)는 어느새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된 사람이 되었어요. 약 3년 간 책과 독서모임은 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 책은 저에게 참 신기한 대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지독하게 책을 읽지 않았어요. 과거에 종종 책을 읽고 느꼈던 성취감, 고양감, 뿌듯함을 기억하고 책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저를 저장해 두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근 몇 년 간 정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았었죠.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집에 있으면 책 보다 더 재밌고 편한 유튜브, 침대가 저를 유혹했습니다. 저는 유혹에 매우 약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출퇴근할 때나 밖에서 책을 읽으려고 들고나가봐도 책 한번 펼쳐보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기 일쑤였습니다. 본래의 목적은 잃고 어깨의 부담만 되다 보니 어느새 책들은 집안에 고스란히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독서모임에 참석한 첫날, 몇 년 간 책을 읽지 않던 저는 1시간이나 집중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독서를 하겠다는 같은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하니 굳이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책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느꼈던 성취감, 고양감, 뿌듯함도 다시 느낄 수 있었구요.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저의 세계를 넓혀주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사는 거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한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은 사과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맛을 떠올릴 수 있으며, 누군가는 추수를, 누군가는 뉴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물리, 윤리, 역사, 경제, 과학 등은 저를 우물 밖으로 꺼내주는 손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다양한 세상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풍요롭고 흥미로운 하루하루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한다는 건 혼자 독서를 하는 것과 정말로 다릅니다. 혼자 책을 읽는 건 한계가 있어요. 혼자 책을 읽다 보면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만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또한 책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혼자 읽으면 자신만의 해석 밖에 마주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그 무섭다는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으로 진화(?)할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신념에 매몰되어 버리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되게 뾰족할 거예요. 하지만 모임을 하게 되면 강제로 다른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됩니다. 제가 속한 독서모임은 지정독서가 아니라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얘기를 나누는데요. 평소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고 설명해 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다른 사람도 그 책을 고르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고 그렇게 각자만의 완성된 스토리는 매력적이거든요. 사람은 스토리에 취약하기도 하구요. 때로는 내가 읽기는 싫고 남이 읽어줬으면 하는 책들도 있는데요. 그 책을 읽고 설명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저는 개꿀!이라고 외칩니다. 하하하.


 독서모임에 가면 필연적으로 내가 읽은 책을 설명해 타인의 해석을 마주하게 되고, 타인이 읽은 책을 듣고 본인의 해석을 얹게 됩니다. 그렇게 공유한 각자의 세계는 거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날 수밖에 없습니다. 확장된 세계는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입술이 닳도록 말하는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확장된 세계만큼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거든요. 현대 사회를 누군가는 혐오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혐오의 시대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저만 느끼기엔 아까웠거든요. 이 책은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읽은 책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분이 마치 독서모임에 참석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거에요. 자, 서로의 세계를 나눌 준비가 되었나요? 당신의 세계를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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