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열 살 조카 Y의 생일이었다. 가까이 살다보니 내 자식 처럼 여겨지는, 얼굴도 나랑 닮은 아이이다.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보랬더니, 책이란다. 자기네 집에 있는 시리즈 중에서 없는 걸 사달란다. 이건 직접 같이 가서 사야할 것 같다. 대신 저녁에 산책 겸 나갔다가 조카 얼굴보고 축하해줄 겸 들렀다.
아직 저녁 식사 전이라기에 입짧은 Y가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장터삼겹살집에 가자고 했다.
이 녀석 먹는 것에 흥미가 없는데, 장터삼겹살집에 가면 자기만의 레시피로 밥 한공기를 뚝딱한다.
된장찌개와 공깃밥을 시켜야 한다. 삼겹살은 사이드다.
'고모도 먹어볼래?'
그녀의 레시피는 이렇다.
1. 된장찌개에서 된장이 잘 배인 두부를 꺼내 잘게 자르거나 으깨둔다.
2. 밥을 반숟가락 정도 떠서 그 위에 두부조각을 살포시 올린다.
3. 다음으로 잘 구워진 삼겹살과 구운 김치를 그 위에 쌓는다.
4. 마지막으로 이렇게 수북하게 쌓여진 숟가락을 서비스로 주신 미역국에 살짝 담근다.
5. 입으로 직행.
Y는 또 이렇게 자신만의 레시피로 맛있게 밥을 먹었다. 흐뭇하게 그걸 지켜보며 올케와 나도 삼겹살에 술한잔 했다. 오랜만이었다. 음주. 좋았다.
어제 친구가 귤을 보내줘서 양이 너무 많길래 Y 좀 갖다줄까 해서 올케에게 전화를 했다.
'자, 언니 잘 들어봐요. Y 생일날 실은 22층 사는 J가 선물들고 놀러 왔었어요.
한시간 있다가 갔는데, 오늘 열나서 병원갔었는데 코로나래요.
잠깐만 있다 간 거라 괜찮을 것 같긴 한데, Y도 나도 일단 열나는지 하루 이틀 지켜볼게요'
'알았어. 콜록 콜록!'
'언니, 왜 그래? 왜 기침이야?'
'요새 밤에 문 열어놓고 자서 그런가봐'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무겁다.
목이 살짝 부은 것 같다.
약간의 몸살 기운.
체온계로 온도를 재본다. 37.5도.
애매하다. 하필 집에 상비해둔 코로나 키트도 떨어졌다.
내일 우리집에 옆동네 사는 동생이 놀러오기로 했는데...
쓸데 없는 건강 염려증이겠지.
우선 집에 있는 약 먹어보고 기다려보자.
작년에 정말 오랜만에 코로나로 너무 고생해서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고,
내일 올 동생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싶어서다.
작년에 느꼈던 그 느낌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겠지.
오늘은 덥더라도 문 꼭 닫고 이불 잘 덮고 자봐야겠다.
낼 아침 또 이러면 병원을 다녀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