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복병이 되다!
2019년 7월 퇴사후 하반기 동안
가장 친했던 직장 동료와 제주도를 다녀오고
가족과 태국을 다녀오고
혼자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여행을 다녀왔다.
2020년이 되면서 아예 지방집도 정리해서 팔고 올라왔다.
그리곤 2020년 3~4월에 엄마와 동유럽 여행을 예약해두었고
5월에 고모, 아빠, 엄마와 베트남 여행을 예약해두었다.
그동안 못 다닌 여행 원없이 다니자!
그런데 이게 왠 일?
2020년이 시작되자마자 뭐? 코로나? 술도 아니고 뭔 코로나?
그런데 이게 심상치 않았다.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였고 연일 TV에서도 우리나라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어쩔 수 없이 위약금 없이 동유럽, 베트남 여행은 취소하였다.
갑자기 멍한 상태가 되었다.
난 더 나가서 놀고 쉬어야 하는데 놀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런 건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뭐라도 해야 하나?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구직사이트를 들어가보았다. 알바 경험도, 경력도, 기술도 그 어떤 것도 없는 40대 아줌마.
그랬다. 난 연구원에 있을 때 존재감이 있었던 것이다. 테두리를 벗어나고 나니 난 그저 잉여인간일 뿐이었다.
준비없이 갑자기 닥친 현실에 다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때 우리과 교수님이 내가 퇴사한 걸 아시고는 한군데 제안을 하셨다.
난 재택으로 보고서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면접을 보라셨고 당장 출근하게 되었다.
어영부영 이리 되었으나 나쁘진 않았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험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기대됐다.
그런데 경험 없는 내게 본부장이라는 높은 직급을 주었다. 아, 이건 또 팀장보다 더 부담되는데.... 이 본부장 역할이 조직내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모두 관할해야 하고, 지방조직까지 관리해야하다보니 경험 없는 내게는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내가 맡게 된 프로젝트는 9개였는데, 반년 동안 모두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이곳의 생활.
한달쯤 지났을까, 그 조직이 공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보조금을 편취하여 사실상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져왔고, 그 방식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사람들이 일을 해왔던 조직이었던 것이다. 요즘 시대에 체계화되지 않은 조직에서 주먹구구식의 일처리 방식이 장기화되다 보니 직원들이 슬슬 이탈을 시작하였으며, 하나 둘 떠나다보니 이제 모두 나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실상 조직 와해.
그래서 나를 급히 뽑았던 것이다. 감투를 씌우면 안도망갈 줄 알았던 거겠지.
공익을 내걸고 챙긴 정부보조금으로 건물 짓고 온 가족이 먹고 사는 꼴을 보니, 이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국가의 돈 빼다 조직 일가에 꽂아주는 하수인 역할을 하는 꼴이었다.
이런 더러운 곳에서 더러운 돈 받으며 일하고 싶지 않다. 관두는 건 이제 어렵지 않았다.
처음 관두는 게 어렵지, 두번은 어렵나? 난 한달 반만에 깔끔하게 사표를 썼다.
대표가 말렸고 회유하다가, 끝내 흔들리지 않으니까 내게 저주를 퍼부었다.
하하, 그래도 이미 마음 접었다요.
다행히 그즈음 대학원 때 친했던 후배가 가끔 내게 조사보고서 쓰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아, 그런 건 너무 좋지.
퇴직금도 남아 있었고 당장은 이런 보고서라도 쓰면 생활비라도 벌 수 있으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