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말, 동의합니다.

by 웨스티버

코로나 시기에 아는 교수님 부탁으로 대학원과 학부 강의를 했고,

짬짬이 후배로부터 조사보고서와 통계분석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 재밌게 해왔다.


학교 강의는 그만두었다.

박사과정 때 가르치던 과목은 이젠 없어진 듯 하다.

대학원 과목은 통계학이라 익숙하기도 해서 재밌게 가르쳤다.


그러나 학부수업의 경우 상황이 달랐다.

기초 이론 과목들은 정교수들이 강의하고, 최근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새로운 과목들을 계속 만들어 강사들에게 맡긴다.이를 테면 4차 산업혁명이나 AI 이런 것과 전공을 연결시키는 강의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강의평가 점수가 무조건 높아야 함을 전제한다.


90년대 수능세대에게 4차산업이라니요... AI라니요....

그건 X세대보다 MZ가 더 잘아는 거 아닌가요.

난 교수할 것도 아니라 강의 경력도 필요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

대학은 과목에 맞는 강사를 구하는 게 아니라, 강사를 구해놓고 그 사람에게 몇개고 강의를 시키는 식이었다. 그게 더 싸니까.

그거라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교수하고 싶어 강의경력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새로 설강되는 과목이라 내가 가진 지식이나 정보의 양이 학생들보다 우월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고, 강의평가 점수를 볼모로 원하는대로 학점 달라는 요즘 학생들에게 휘둘리기도 싫었다.

강의를 그만하겠다 하니 교수가 기분 나빠 분노했다.

"다들 강의 하나라도 더 달라고 난리인데, 너 처럼 입맛에 맛는 강의만 골라서 하려는 애는 처음 봤다. 왜 이렇게 도도하냐."

(그래도 어떡해. 내가 책임져야 하는 과목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과목을 해야 하는 게 맞지.)

교수는 그렇게 30분 정도를 내리 화를 내며 저주를 퍼부었다.

퍼부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 찾으세요.

(당신들이 싼 똥 치우는 건 싫어. )




후배로부터 조사보고서와 통계분석은 꾸준히 의뢰가 들어왔는데, 주로 지인들로부터 온 의뢰였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었들이었다.

이런 것만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랜서의 삶이 이런 건가?

그래서 후배와 함께 이런 걸 같이 해보자 하였다.

문제는 지인을 넘어 다른 곳에서 의뢰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블로그를 하나 열어 1년 반 정도 운영하면서 통계분석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별도의 홍보 수단 없이 블로그에 통계 관련 글들을 지속적으로 게시하고, 동시에 우리도 우리가 해보지 않은 통계분석방법들에 대해 스터디했다.

초반이다보니 문의나 의뢰가 많지는 않았지만, 신기한 건 어떻게 알고 문의가 온다는 것이었다.

모든 상담이 의뢰로 이어지진 않지만, 많은 의뢰를 받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서 실력을 키워야 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적어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돈을 벌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함께 일을 하다보니 후배 녀석과 나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전에 연구원에 있을 때 후배가 우리팀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잠깐 있어서 우리가 일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철저한 계획형인 J이고, 후배는 유연한 P이다.

나는 회사에서 일하던 버릇이 있어,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진도를 체크한다. 선택과 집중을 선호하는 편이라 시간을 투입해서라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며, 선택이 이루어졌을 땐 그때부턴 다른 건 보지 않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그것에만 집중한다.

반면 녀석은 두 아이의 어미이다보니 늘 계획대로 움직이질 못 했지만 계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역시 창의력이 받쳐주는 사람은 달라. 그리고 임기응변에 강한 측면이 있었다.

이 "다름"이 잘 조화되면 시너지가 발생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혼자 일해왔던 녀석이라 그런지, 자기가 편한 시간에 일을 하다보니

사전에 나와 계획했던 일정과는 별개로 일이 진행되거나 또는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적어도 계획한 일정대로 되지 않을 예정이라면 미리 알려주거나 어떻게 보완할지 등에 대해 알려주어야 하는데, 혼자 일해왔던 그 녀석에게는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보인다.

그래도 알고 지낸지 20년 가까이 되고, 내가 상사도 아닌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어 참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완했다. 그러나 1년 반이란 시간은 내게 인내심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고, 더 이상 팀웍은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나에겐 이 일이 주업이자 생업이 되었기에 잘 하고 싶었다. 몇년 죽어라 해보고 안되면 미련 없이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의 생계는 남편의 손에 좌우되다보니, 우리 둘은 이 일에 대한 간절함의 온도가 달랐던 것이다.

그 녀석도 이런 불편함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더 이상 눈치 보며 끙끙 앓을 바에 함께 터놓고 얘기해보며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최대한 돌리고 돌려 순조롭게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그 녀석이 얘기했다.

"언니 혼자 해. 나는 언니처럼 이걸 몰두해서 일할 생각이 없어."

(그래, 그럼 혼자 하자. 망해도 나 혼자 망하는 것이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부터 혼자 일하게 되어 홀로 일하는 첫해가 되었다.

후배로를 통해 들어오던 의뢰는 끊어졌지만,

예전 지인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어떻게 알고 이곳 저곳을 통해 통계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들락 날락이 있다보니, 이걸 잘 평활화시켜야 하는 게 숙제이다. 자영업자의 삶이란....

잘되는 못되든 혼자 3년은 해보고 고할지 스톱할지를 결정하자고 결심했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접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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