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되거나 데이터로 남거나
AI시대 경험을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가이드 "오리지널리티"
디지털 문명의 결정적 변곡점에서 우리는 이전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존재론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기정의self-definition’란 단순히 사회적 선택의 영역이었습니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침묵은 개인의 고유한 자유였고, 그 정체성의 공백은 단지 공백으로 남았습니다. 대중 매체와 전통적 마케팅의 시대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를 찾아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그 관계는 본질적으로 일방향적이었습니다. 참여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인 선택지였고, 그 선택에는 분명한 결과가 따랐습니다. 침묵은 단순히 존재의 부재로 해석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AI 시대에서는 그러한 공백이 자동적으로, 때로는 강제적으로 채워집니다. 침묵은 더 이상 무응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는 자리에는 반드시 대신 말해줄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등장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의 기본 작동 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무언가’가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마케팅 분야에 도입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타깃팅의 정교화 도구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며 생성형 AI의 폭발적 발전과 함께, 우리는 이제 알고리즘이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창의적 산출물을 학습하고 모방하며 때로는 초월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케팅 분야뿐 아니라 창작, 커뮤니케이션, 자기표현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는 변화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자기정의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익명성이 아닌, 데이터 객체로의 전락을 의미합니다.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정의하지 않는 개인은 이미 시스템에 의해 정의되고 있습니다. 당신이 생성하는 모든 디지털 흔적들(언어 패턴, 관심사, 소비 습관, 상호작용 방식, 창작물의 스타일, 반응 패턴 등)이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분석되며, 학습되고, 궁극적으로는 재구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디지털 조각들’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콘텐츠, AI의 생성물, 또는 기업의 마케팅 자료에 조용히 융합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창의적 표현, 사고방식, 심지어 가치관까지도 알고리즘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 새로운 디지털 산물의 일부로 재탄생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이나 이론적 우려가 아닌, 현대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 도전입니다. 이것이 현대인이 직면한 실존적 위협의 본질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알고리즘적 모방이 법적으로 표절인지, 창의적 영감인지, 아니면 단순한 통계적 유사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런 구분은 이미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위기는 AI가 생성한 ‘당신의 디지털 분신’이 실제 당신의 경제적, 사회적, 창의적 기회를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내가 주체적으로 정의한 나’가 먼저 시장에 자리매김할 것인가, 아니면 ‘AI가 구성하고 재생산한 나의 버전’이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전문가, 창작자, 기업가 그리고 사실상 모든 경제활동 참여자가 답해야 할 실존적 도전입니다. 물론 이 책을 쓴 저자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향후 개인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다양한 AI 시스템들이 당신의 디지털 흔적을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모든 디지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 데이터를 시스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의 스크롤 패턴, 라이브 스트리밍 중의 반응, 제품 리뷰 작성,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 이력서 업로드, 이메일 통신 방식, 뉴스레터 구독 선택 등 모든 것이 ‘당신의 디지털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고, 분석되며, 모델링됩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무엇이 되는가? 대체 가능한 존재. 이것이 바로 현대 디지털 경제의 가장 본질적인 위협입니다. ‘이 사람 아니어도 비슷한 역량과 스타일을 가진 사람 또는 AI가 많습니다.’ 이 문장이 함축하는 위협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쟁의 심화가 아니라, 정체성 자체의 희석과 상품화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개인의 경험, 역량, 창의성, 그리고 네트워크가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었습니다. 그러나 AI시대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점차 알고리즘적으로 모델링되고, 시뮬레이션되며, 때로는 증강되거나 대체될 수 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전문성 개발의 패러다임은 이제 AI가 수백만 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단시간에 학습할 수 있는 현실 앞에서 재고되어야 합니다.
AI시대의 브랜딩은 특히 ‘대체 불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역량이나 지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그런 영역은 점점 더 A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관점, 경험, 통찰 그리고 가치의 조합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적 정확성을 넘어선 인간적 연결, 문맥적 이해, 윤리적 판단 그리고 공감의 영역을 포함합니다.
AI는 복제합니다. 우리는 브랜딩해야 합니다. 이 기본적 명제를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현대의 디지털 생태계는 당신을 독립적 주체가 아닌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 또는 ‘생성 소재’로 취급할 위험이 큽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소재의 창조자가 아닌,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모든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재생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창의적 표현, 사고방식, 커뮤니케이션 패턴도 결국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복제는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복제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가 아니라, ‘복제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먼저 복제하십시오. 그러나 그것은 무분별한 복제가 아닌, 전략적 복제여야 합니다. AI가 만든 당신의 왜곡된 버전이 아닌, 당신이 주체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하는 진정한 자아의 확장으로서의 복제여야 합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브랜딩이 단순한 마케팅 전술이 아닌, 존재론적 필수 전략이 된 이유입니다.
브랜딩은 이제 단순한 차별화나 가시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그 정의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며,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보존하고 확장하는 총체적 과정입니다. 이것이 브랜딩이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생존 및 번영 전략이 된 이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데이터로 남겠습니까? 아니면 선제적으로 브랜딩할 것입니까?
AI시대 경험을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가이드
"오리지널리티, 손동진 남정현 지음"책의 Prologue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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