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의 의미

by 서해

이식 일정이 취소되고, 두 달을 쉬었다.

주치의는 마냥 쉬지 말고 5월에 자궁경을 하자고 했다.

임신에 방해가 될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자궁 컨디션을 더 좋게 만들어두자는 의미였다.


그 외엔 진료도 없었다.

말 그대로 ‘쉬는 시간’.


병원 가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달이나 주어진 것 같았다.


주말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빼곡히 넣었다.

찜만 해두고 미뤄뒀던 파인다이닝 식당에 가고,

등산도 하고, 공연도 보며 기다리는 시간을 채웠다.


몸엔 여전히 주사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호르몬 주사 탓에 불룩해진 뱃살,

묵직해진 허벅지와 엉덩이.

바지는 점점 불편해졌지만 그 모습마저 받아들였다.

조금 못나 보여도, 그래도 나였다.




5월 25일, 자궁경 시술.

채취 때보다 더 무서웠다.

수술대는 아무리 올라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6월 생리 이후 다시 오라 했는데

생리가 늦어지자 불안이 밀려왔다.

화장실 갈 때마다 괜히 기대했다가

괜히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병원 가기 전엔 빨간 동그라미에 실망했고

이제는 빨간 동그라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나는 스케줄을 하나씩 더 얹으며 버텼다.




6월 18일, 드디어 생리 3일 차에 병원을 찾았다.

배아는 이미 냉동되어 있으니

이식은 내가 원할 때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미루지 않고, 이번에 하겠다고 했다.

그날부터 다시 약과 주사가 시작됐다.

Preda, 아스피린, 자궁 내벽 두께를 키우는 주사와 질정들.

날짜마다 체크하며 몸과 마음을 이식 준비에

맞췄다.


그리고 마침내,

7월 5일. 배아 이식일.


생리 시작 후 19일째 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들어섰다.


두 달 동안 잘 쉬고, 잘 놀았던 내가

마침내 이 자리에 있었다.


주치의의 마지막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배아는 몇 개 이식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