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늬바람 Mar 28. 2018

참을 수 없는 불편함. 01 닥터마틴

# 그런데 군화처럼 생긴 닥터마틴 신발이 뭐가 문제냐구요?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말았어요. 

한편으로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내 눈을 부정할 수도 없겠더라구요. 

또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자리에 가야 하면 

그 자리의 성격이 어떠한가를 곰곰이 생각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어떤 순간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신발을 신고 있을까 

내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관찰하고 있더라고요. 

이 모든 생각과 행동들은 결국 내가 군화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닥터 마틴' 신발을 신어도 괜찮은가에 대한 정당화를 찾고 있는 것이더라고요. 

생각보다 이 사실을, 매우 뻔한 사실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신어도 불편하고 신지 않아도 불편한 마음은 마찬가지였어요. 

왜냐하면 내 눈에 이 신발이 꽤 이뻐 보이거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발목을 챠랄라 하고 감싸주기 때문이구요 

쨍한 색의 신발이 많아서이기도 하구요 

신발끈이 발목 부분까지 올라와서이기도 하고요 

이 신발과 입을 옷을 매칭 하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상상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신을 때마다 군화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 신발을 자주 신는 것은 상당한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참.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닥터마틴' 신발은 '닥터마틴 1460' 시리즈로 생각하시면 돼요.  


# 닥터마틴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독일의 군의관으로서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였던 클라우스 메르텐스(독일어: Klaus Märtens)는 1945년 알프스 산맥에서 스키를 타던 중 발목 부상을 당하는 경험을 겪었고, 그때 신고 있던 군화로 인해 불편을 겪으면서 편하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기존 군화에 발포 합성 고무를 재료로 한 에어쿠션 밑창을 적용한 신발을 고안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 백과에서 '닥터 마틴'으로 검색한 결과 일부 발췌  

아마도 닥터마틴 신발을 즐겨 신는 분들이라면 일찍이 이 이야기를 알고 있으셨겠지만 

저에겐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 백과'가 알려준 사실은 충격이었어요. 

마음속으로 '아니겠지, 아닐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라는 마음의 다짐이

'역시 그랬구나'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거든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을 인지한 이후 갖고 있는 신발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신발을 신고 있는 내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나 이쁜 건 매한가지더라고요. 


이후에도 폭풍 검색으로 다른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보았지만 

'군화 중에서도 군화' '구름 위를 걷는듯한 편안한 군화' 등등 

군화이지만 얼마나 예쁘고 편안한지를 자랑하는 글이 대다수여서 그만두었어요. 



# 이제서야 말하지만요. 전 아주 최근에 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 닥터마틴 신발이 유행했었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신기 시작했어요. 

사실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가격도 너무 비쌌고 유행에 따라가지 않겠다는 이상한 심보가 작동해 

구매를 하지 않고 흘깃흘깃 쳐다만 봤었지요. 


그러다 2년 전 생일 선물로 무엇을 고를까 하다 하얀 닥터 마틴 신발(왼)을 구매하게 되었어요. 

그게 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 (왼) 하얀 색깔에 노란 끈이 포인트인 닥마: 2016년 생일 때 친구 4명이 생일선물로 사줌(사실 내가 고름). 비싸서 구매를 망설이다가 지름. 너무 예쁜데 때가 탈까 두려워 웬만큼 날씨 좋은 날을 제외하곤 거의 신지 않고 신발장에 모셔둠. 결국 한 번 신음. 

2. (오) 강렬한 빨간색이 포인트인 닥마: 2016년 프랑스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내고 끝에 구매함. 재질 특성상, 눈이나 비올 때 신기 안성맞춤.  



# 그런데 군화처럼 생긴 닥터마틴 신발이 뭐가 문제냐구요?


그러게요. 

이게 뭐길래 전 여기에 글까지 쓰며 '난 이 신발을 그래도 신고 싶다!'의 

수만 가지 이유를 달고 있는 걸까요. 

아니 나 아닌 타인과 이 고민을 나누며 내 고민과 불편함이 1 그램이라도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걸까요. 

혹은 이렇게 고민을 나누며 또 다른 대안이나 생각을 기대하는 것이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검색 결과를 한번 볼까요. 

독일의 군의관으로서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였던 클라우스 메르텐스(독일어: Klaus Märtens)는 1945년 알프스 산맥에서 스키를 타던 중 발목 부상을 당하는 경험을 겪었고, 그때 신고 있던 군화로 인해 불편을 겪으면서 편하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기존 군화에 발포 합성 고무를 재료로 한 에어쿠션 밑창을 적용한 신발을 고안하게 되었다. 

여기서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제2차 세계 대전'과 '편하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의 필요성이에요. 

역시나 위키백과를 통해 그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긴 파괴적인 전쟁'이라고 해요. 

1939년부터 시작해 1945년까지 진행된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된 것은 물론이고 

그 영향은 유럽에서 더 확장되어 아시아,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까지 오게 됩니다. 

그런 2차 세계 대전에서 '편하고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고안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결국 '더 오랫동안 전쟁을 버티게 하는 도구'이자 

'잘 싸우고 누군가를 죽이게 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해 주는 역할에 그 신발이 도움을 준 것은 아닐까요. 

(물론 그 군화를 신는 한 명 한 명의 부상을 가벼이 여긴다는 것을 결코 아니에요)  


-

음. 제가 너무 멀리 나간 것은 아니냐구요? 

그럼 이 이야기는 어때요? 

-


... (중략)... 그다음으로 비키니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날씬한 젊은 여성이 나왔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시인인 사회자는 미국이 태평양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하여, 비키니 섬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는데, 비키는 미국의 원폭실험에 대한 국제적이고 대중적인 관심을 이용하고자 한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청중들은 단체로 헉하고 소리를 질렀다. 

<군사주의는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 6장 군사주의라는 옷을 어떻게 벗을 것인가(211쪽) 일부 발췌 -


다시 제 이야기로 돌아와 볼게요. 

닥터 마틴과 저의 좋지만 불편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말이에요. 



# 당연한게 당연한 것이 아닌 순간이 될 때, 사소한 것이 사소한 것이 아닌 순간이 될 때


발목을 감싸는 신발을 상당히 선호하는 저로서 닥터 마틴은 여전히 예쁜 신발이에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저는 더 불편해집니다. 

왜 예뻐 보일까? 어쩌면 당연했던 감정이 물음표가 되어 제 머릿속을 흔듭니다. 

무엇이, 어떤 구조와 문화가 그것이 당연하게 느끼도록 하게 한 걸까 

군화는 신고 싶지 않은데 형형색색의 군화(닥터 마틴)는 왜 예뻐 보이고 심지어 군화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닥터 마틴 신발이 그리고 비키니가 하나의 패션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이들을 입고 신음으로써 향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미 오래전 이야기야.  이제는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불편하면 안 신으면 되잖아. 피곤하게 왜 이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행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를 희생하고 폭력으로 몰아가면서 만들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그 사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요. 그리고 알려고 하지도 않죠. 왜냐면 피곤하니까요. 

그리고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꽤나 귀찮고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닥터 마틴 신발 하나를 신는 것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처럼 말이에요. 



# 참을 수 없는 불편함에 대해서 더 말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때가 많지만 

좋아할 수 없다는 것에는 (나 자신에게도) 설명이 많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나누고 싶기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일 수도 있어요. 


사소한 것이지만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일상의 작은 것들을 찾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은 덜 불편해질까요? 


-

글을 쓰기 전 어떻게 하면 신발이 더 이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여러 장 찍었어요. 

음. 왜 그랬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