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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바람 May 01. 2020

저마다의 이야기가 '하늘에'.

아직 읽지 않았다면: 하늘에( 김장성·글, 우영·그림 )   

옅은 푸른색 하늘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두 손으로 책의 가장자리를 잡은 채로 투명한 푸른 하늘을 살펴보았다. 티끌 하나 없는 하늘이 먼지 잔뜩 낀 내 마음을 청소라도 해주는 것처럼, 맑은 하늘이 부드럽게 채워진 표지에 잠시 머물렀다.    


이렇게 하늘을 바라본 게 언제였을까. 하늘 그림에 마음을 내어 주는 여유는 있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하늘에는 꽤 무심했다. 언제 하늘을 그토록 오래 바라보고 있었나.      

   



『하늘에』는 김장성 님이 글을 쓰고 우영 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에 질문한다. 하늘에 새가 날아들고 풍선이 둥실둥실 떠다니며 노을도 들렀다 별빛에 자리를 내어준다. 하늘로만 가득 찬 하늘에서 점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익숙한 도시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하늘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탑에, 통신탑 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묻는다. ‘사람이 왜 하늘에 있는 걸까? 왜 거기에 있는 걸까?’ 책은 질문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그래서 그 지점에서부터 저마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왜 거기에 있는 걸까에 대한 자신들만의 생각을 나누면서.       


『하늘에』는 글자도 그림도 가득하지 않다. 짧은 글과 여백을 충분히 담고 있는 그림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하늘에 두게 하고 생각을 머물게 한다. 어쩌면 ‘하늘’이란 장소에 대한 질문은 글쓴이가 질문을 하기 전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농도가 짙지 않는 채색이 주는 빈 공간의 힘이라 믿는다. 비어냄으로써 채움을 기다린다. 이 책의 그림과 글이 마련해 주는 생각할 시간이 좋다. 그래서 책을 다 덮고 나면 질문에 나의 생각을 덧붙이고 싶고, 잊고 있었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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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진숙 전 위원장이 영도조선소 85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할 때 즘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에 올라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을 때였다.      


‘꼭 크레인에 올라가야 해? 다른 방식으로 운동(사회운동) 할 수 없어?’ 

‘그렇게 자꾸 극단적으로 하니까 사람들도 이제 지치는 거야. 꼭 그래야만 해?’      


주변 사람들이 한 마디씩 던지는 대화에 섣불리 끼지 못했다. 분명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했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이제는 언론에서도, 대중들도 외면하는데.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지 않았을까.      


답답한 마음에 『소금꽃나무』 를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충돌하는 마음을 달래고 싶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못했던 나만의 변명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나무 같곤 했습니다.'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에 수분이 날아가면서 거기엔 소금기만 남아 다양한 형태를 만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니 그게 꽃처럼 보이나 보다. 『소금꽃나무』 는 김진숙 전 위원장이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현장에서 만난 소금꽃나무,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명 한 명의 삶을 부족하나마 글로 헤아려 보고 따라가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을 공감하게 된다. ‘왜 크레인에 올라가야 해’라는 질문에 감춰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배경’이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 100년 전과 별 다를 것 없는 현실이 보이게 된다. 책을 덮으면서 좀 더 깔끔해진 기분이 들었던 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라기보다 언론에 나오는 기사 한 줄로 누군가의 결정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였다.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뜨고 지는 한국사회에서 하나하나의 사건에 시간을 내어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사건 속의 사람을 살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늘에』를 덮기 전 마지막에서야 글쓴이는 그들이 하늘에 오른 까닭을 설명한다. 땅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외롭게 하늘에 오르지 않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더 묻는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실천을 하는 활동가이기에 마지막 질문은 더욱 묵직하게 남는다.       


하늘에 오르는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더 다양한 방식의 선택과 결정이 훨씬 더 많아지길 바란다. 소수의 절박한 선택이 아닌 다수의 힘나는 실천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하늘에’처럼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무엇’이었으면 좋겠다.     

    



다정한 지인들이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지인들의 책은 알리고 싶기도 해서 개별적으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 브런치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게 큰 홍보의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고마움은 표시하고 싶으니까요. 


'아직 읽지 않았더라면: - '이라고 시작하는 부제를 단 글들은 모두 저의 서평(아닌 서평)입니다. <안녕 사르코이드>에 연재했던 '지금의 몸을 긍정한다는 것은' 역시 같은 부제를 달고 있어요 :) 겨울에 받은 책인데 봄이 되어서야 쓰네요. 글을 쓰기 전에 『소금꽃나무』도 다시 읽어 보고 싶었어요(느림에 대한 핑계입니다). 


우연찮게도 이 글을 올리는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우영이 반가워하는 글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글과 함께 소개하는 음악은, 없어요. 처음이네요. 

대신 여기에 소개된 책을 함께 읽어보시면 어떨지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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