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선순환
손해 보고 사는 게 잘 사는 길이라는 머릿속 이해와는 별개로, 서운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마음의 빚을 지고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때를 놓치기도 한다. 배품 자체가 행복이어야 한다. 감사함은 소설 트래버에서처럼 다른 이들에게 베풂으로서 조금씩 마음의 빚을 갚아 보려 한다.
방송에 출연해 주신 분의 미국 서부 여행 에피소드다. 해질 무렵 타이어 펑크가 나는 사고를 당했단다. 난감해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장비를 들고 와서 도와주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공감대는 형성된다. 그들과 연락할 길이 없다.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채무자가 된다.
성공한 기업가들 중에는 노하우와 금전적 성과물을 나누려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이어진다.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아니다. 받은 걸 돌려준 것이 뿐이기 때문이다. 조건이 사라진 투자는 그 자체로 성공이다.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진 투자는 감사로 이어지고 새로운 도전을 낳는다. 선순환이다.
또 다른 한 분의 미국 여행 경함 담을 듣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의 첫 셀프 주유였어요. 사전에 배운 대로 해 보았지만, 주유기는 요지부동이었요. 그때 옆에서 주유하시던 신사분이 다가오셔서 도와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한참을 시도해 보시다가, 그분이 본인 카드로 결제를 하고서야 성공했어요. 감사하다고 말과 함께 현금을 드리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분이 분당에서 몇 년 살았다고 하시면서, 그때 넘치도록 받은 은혜를 갚는 거라면서 홀연히 사라지셨어요."
사기를 당하는 것보다 슬픈 건 불신이다. 좋은 인연의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의 마지막 대사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를 알면 끝이다". 채무 상환을 기대하지도 않는 채권자가 되려 한다. 두려움을 외면하거나 포장하기보다는 두려움을 직시하는 용기를 가지고 싶은 이유다.
빚투는 피한다. 이번이 마지막 투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여윳돈으로 투자를 해야 하듯,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마음의 여유나 경제적 여유라는 범위 안에서여야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동일은 친구를 믿고 보증을 선다. 그로 인해 가족은 반지하 셋방 살이를 한다. 셋방 탈출은 채무자가 빚을 갚음으로 가능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기보다는, 감당할 준비를 하고 나누려고 한다. 방전된 인생은 세상의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우려 한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타이어 수리를 도와주신 분은 감사하다는 말에 "This is America"라고 말하며 떠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