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길을 찾다 보면...
마음에 드는 영화는 서너 번을 음미한다. 영화 '사도'는 두 번째 클릭이 어렵다. 유년기에 총명함을 보여주던 사도는 아버지인 영조로부터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다. 비극으로 맺음 한다. 많은 한국의 위인전은 떡 잎부터 달랐음을 말한다. 율곡 이이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조선 팔도의 유명인이었다. 세종대왕도 어린 시절부터 책을 놓지 않았다. (32세에 무과에 급제하는 이순신의 어린 시절은 백과사전을 검색해야 확인 가능하다.) 유년 시절부터 다양한 학습지로 내몰리는 현실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한글을 빨리 읽으면 영재가 되고, 구구단을 조금 늦게 외우면 지진아가 된다.
19세기의 혼란한 미국의 정치 상황은 하원 의원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시골 변호사 링컨을 대통령의 자리로 인도한다. 조지 워싱턴은 군인 시절, 영국군에 대한 크리스마스 기습 작전에 성공한 공적 이외에는 패전이 더 많다. 카이사르는 40이 되어서야 비로소 두각을 나타낸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사료 찾기는 쉽지 않다. 삼두 정치를 함께한 폼페이우스가 26 세의 이미 마그누스의 명예를 얻는다. 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과의 만남은 흔하다. 이들 문화권에서 쓰인 위인전은 어느 날 계기를 만나고 운명을 일궈낸 과정을 서술한다.
BTS의 시작은 초라하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었기에 겪어야만 하는 과정들이 특별하다. 이러한 과정이 철학, 세계관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팬들은 공감하고 열성적 응원을 보낸다. 인생 역전은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감동의 원천이다. 시선을 자신과 자녀로 옮겨가면서 달라진다. 현재의 불안이 미래의 가능성을 집어삼킨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애정 표현이 거의 없으신 어머니시지만, 평생을 가져갈 자산을 선물하신다. '대기만성'. 시작할 때 남들보다 뒤처지더라도 크게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준다. '네가 그렇지 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스스로 해야 된다고 결정하고 나면 언젠가 될 거라 믿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다. 영어 지진아 탈출에도 '필요'와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 대학 입시 실패는 최고 학부에 살짝 발을 담그는 행운으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잘한 것을 떠올리기 어렵다, 길을 찾던 중, 운과의 운명적 조우가 대부분이다.
강단에서의 경험은 학생들의 눈 빛이 결과로 이어진다는 통계를 낳게 한다. 첫 시간, 학생들의 이마에는 학기말의 학점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예외는 분명히 있다. 어느 대학에서든 우연한 기회에 가능성을 발견하는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는 이들이 있다. 아들러 심리학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결정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대기만성의 믿음을 전하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