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프다
기존의 확신을 강화하고, 적합한 예를 모으기 위한 독서는 편안하다. 생소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글은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요구된다. 가장 어려운 독서 경험은 인정하기 싫은, 너무나도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작품이 안겨준다. 감정은 독서를 방해하는데 충분하다.
독서 속도가 느리다. 곱씹고자 할 때는 필사를 한다. 반복해서 읽고, 반문해 볼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동의하기 힘든 작가의 글은 반문이 쉽다.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동의가 앞서는 작품을 읽을 때는 과속에 주의한다. 옮겨 적은 시간은 속도 조절을 해준다. 다른 시각에 대한 해자가 깊어지는 위험도 덜어준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혼자만의 성안에서 틀어 박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동행하기 위해서다.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닌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글을 읽을 때면 더 크게 와닿는다. 사관의 존재를 알면서도, 명 문장에 빠져들면 다른 가능성을 놓치기 쉽다. 작가는 자신의 주장을 담아내기 위해 글을 쓴다. 독자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질문의 권리를 포기하면 안 된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질문의 다양해지고, 이해가 깊어지면 진정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고정 불편이 아니다. 폭군으로 여겨졌던 하드리아누스는 현제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노예 해방을 이끌었다고 알려진 링컨에 대한 해석도 변화를 겪는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쓴 아이작슨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담아내면서 독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박시백은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펴내면서 실록 이외의 사료들에 담긴 내용들까지 소개한다. 그리고 작가의 주장을 담아낸다. 시오노 나나미는 선배 작가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역사를, 인간을, 사회를 바라보는 폭을 넓혀주는 독서는 매력적이다.
시대의 변화는 이미 알려진 그러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G2를 언급하는 서문으로 시작하는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책에서는 남한 산성에서의 두 달여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면서 광해와 인조의 외교에 대한 해석을 현시대에 투영한다. 현실은 과거의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국가 간 외교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해석과 판단의 변화는 유연성이다. 주어진 상황에서의 최고의 선택이 필요하다.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복잡계에서의 생존 전략은 영향력이 축소되는 요인들을 걸러내고, 새롭게 강화되는 인자들을 찾아 이들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질문의 반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성공적 결과를 이끈 과거의 선택이 거대한 오류의 원인이 되기 쉽다. 인간의 본성은 새로움을, 낯섦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 흐름을 거스르는 사고와 판단 심지어 결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작가와의 대화를 위해 필사를 하듯, '나'의 생각에, 판단에, 결정에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글을 남긴다. 대다수의 성공한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훗날 확인하기 위해 판단과 결정의 근거를 글로 남긴다. 실패는 아프다. 어떤 질문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면 치유는 불구하고, 더 큰 상처를 피하기 어렵다. 질문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