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새싹씨, 솔직함의 열매는 달아요.

by 흙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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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가을, 노랗게 익은 은행잎이 떨어지는 무렵 나는 상담을 받게 되었다. 주 1회 10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상담실에 들어가기 전 복도 끝 의자에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내가 말할 부분과 말하지 않을 부분을 검열했다. 그러나 큰 눈을 가진 묘한 느낌의 상담사 앞에서는 매번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이 상담에서 내가 가진 최대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누군가 보고 들을까 내 일기장에서도 말하지 않던 비밀이었다. 큰 눈에 화사한 미소를 짓는 상담사는 내게 말했다.


“새싹씨 솔직함의 열매는 달아요. 몰랐죠?”


나는 숨기는 게 많은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 단순히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타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그럴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보단, 해야 하는 말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 상황,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하려 노력했고 감정적으로 불편해지면 그것을 풀기 위해 나 스스로 희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말했다.


“야, 불편한 건 말해야지. 왜 말 안 하고 넘어가냐?”


그 말은 나에게 불편한 것 이상으로 ‘폭력’에 가깝게 느껴졌다. 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눈 감고 사과하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들을 말이다.


“마음이 불편한 것을 왜 그 친구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저는 갈등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새싹씨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관계를 더 깊게 만들고 더 돈독하게 만들어줘요.”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면, 예방접종을 하듯 돌려서 말하는 법을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그때 당시 그게 필요할까 싶었다. 나는 여전히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 편히 낫다고 생각했고 갈등을 피하는 편이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함의 열매는 달아요. 엄청나게 달아요. 내가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즐거울 거예요.”


상담사의 얼굴은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레어 보였다. 눈동자는 아이처럼 빛났고 그녀의 손이 내 두 손을 잡을 것처럼 기뻐 보였다.


그런 상담사의 말이 나를 기대하게 했다.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정말 즐거울까. 그녀가 삶에서 느꼈던 것처럼 정말 즐거울까.


나도 그녀처럼 웃고 싶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었으면 싶었다. 솔직하게 나의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 솔직함의 열매는 다디달구나. 그녀가 말했던 것을 지금의 나도 누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녀의 말이 나에게 심겨 작은 싹에서 지금은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새싹씨, 솔직함의 열매는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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