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근데 너 잘하잖아.

by 흙땅

나와 친구들 사이에는 서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근데 너 잘하잖아.”


다재다능한 친구도 친화력이 좋은 친구도 열정적인 친구도 매 순간이 좋은 순 없다. 어쩔 땐 흔들리고 넘어진다. 괜스레 못하겠다며 우는 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런 순간에 우린 그 어려움을 공감해 준다.


“그래, 다 포기해. 너 할 만큼 했어. 그냥 하지 마. 못하겠다고 해.”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며 무조건 그 친구의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냥 다 놓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네가 얼마큼 노력했는지 안다고 말해준다. 인간관계가 문제였다면 한바탕 욕설을 내뱉어 주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속의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들고 머리가 차가워졌을 때 말하는 것이다. 근데 너 잘해. 네가 잘해서 그래. 그 말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다.


‘넌 원래는 되게 잘하는데 지금 잠깐 마음이 어려운 것뿐이야. 잠깐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것뿐이야.’


‘네가 이건 못해도 다른 건 진짜 잘해. 네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네가 잘하는 게 있잖아.’


내가 힘들어 눈물 흘리고 넘어져 있을 때 친구들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금 네가 힘들어하는 것은 너의 일부분인 것이고 너에게는 충분히 많은 장점들이 있다고 말이다.


처음엔 그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진심처럼 들리지 않았다.


“에이 내가 그렇다고? 괜히 위로하지 마.”


그런데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질릴 정도로 말해준 친구들이 있다. 늘 같은 말을 해줬다.


“근데 새싹이 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어려워해도 그만큼 준비성도 철저하고 암기력도 좋고 과제를 하면 확실히 해내잖아. 네가 제일 점수가 좋았을걸?”


믿지 않는 나를 탓하는 그 말은 결국 나를 이겼다. 나를 수긍하게 만들었고 믿게 만들었다. 그 말은 내가 나를 의심할 때 나의 속에서 꿈틀거린다.


“너 잘한다니까?”


내가 잘 못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좌절하는 것에서 눈을 돌려 내가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 즐거운 것을 바라보게 만든다. 나에게도 믿을 구석이 있음을 소리 내어 알려준다.


나도 쓸모 있다고 소리치게 만든다. 때론 아무 근거가 없을 때도 있다. 근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단순한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이 말을 생각한다.


“근데 나 잘해. 나도 잘하는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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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05화5. 얼마 안 남았어요. 조금만 더 힘을 내요!